진료를 하다보면 많은 분들이 행동을 자신의 의지대로 자제하고 통제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생각이나 감정의 변화도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또 그렇게 하려고 노력하다가,
오히려 더욱 고생을 하게 되는 경우를 볼 수가 있다.


얼마전 30대 초반의 젊은 여성이 면담을 요청하였다.
오랜동안 망설이다 왔노라며, 약은 원하지 않고 대화만을 요구하였다.


주된 호소 내용은,
지난 10년을 오로지 불안한 생각이 들지 않기 위한 노력으로 보냈다는 것 이었다.
완벽하게 원하지 않는 생각이 떠오르지 않게 하기 위해서,
안해본 노력이 없을 정도라고 이야기하며 힘들어 하는 모습이었다.


인간은 본래 원하는 생각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것이지,
컴퓨터 화면 지우듯 원하지 않는 생각을 지우고, 안할 능력이 있는 것은 아니다.


생각을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내용으로 펼쳐 나갈 수는 있을 지라도,
떠오르는 생각을 스스로 통제하여 안 떠오르게 할 수는 없는 것이다.


안되는 것을 붙잡고, 집착하고, 본인이 원하는 결과만을 고집하며,
마치 발등을 적시며 흐르는 물 줄기를 발등 못 적시게 하려고,
합판으로 가로막고 죽기 살기로 밀치고 있는 격이 되니,
정작 물은 밀려나지 않고, 오히려 점점 더 고여 더욱 손과 밀착되는 것처럼,
어떤 생각을 잊으려고 노력하면 할수록 그 생각으로부터 멀어지기 보단,
오히려 그 생각이 더욱 더 선명해지는 결과를 낳게되는 것이다.


어떤 생각이 떠오른다는 것은 무엇인가 비록 손쉽게 그 생각의 의미가 파악되지는 않더라도,
무의식적인 의미가 있든, 반드시 어떤 의미가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따라서 단순히 원하지 않는 생각이라고 해서 그 생각을 떨쳐 버리려고만 하기 보다는,
이 시점에서 그런 생각이 떠오르는 의미가 어디에 있는 것일까를 생각해보고,
떠오르는 생각의 부정적인 면 뿐만이 아니라 그 생각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적극적인 노력이,
오히려 싫은 생각으로 부터 멀어지게 할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어떤 충동적인 생각이 떠오를 때 그런 충동을 행동으로 옮기지 않고,
자제할 수 있는 것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면,
스스로를 보다 신뢰할 수 있게 되고 그래서 스스로에 대해 자신감이 더욱 커지면,
충동적인 생각도 들해질 수 있는 것이다.

  

생각이란 흐르는 물과 같아서,
물꼬를 트고 방향을 틀어주면 나를 비껴가게 할 수 있지만,

직접 맞서서 막으면,
오히려 물이 고여 점점 쌓이게 되어 머리 위에서 부터 뒤집어 씌어지듯이,
싫은 생각에 더 휘말려 드는 특성이 있음을 알고 나의 생각을 다스려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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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eelblue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4-03-13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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