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오늘의 내가 있게해준, 고마운 친구가 있다.
"송제야, 학교가자!"하고,
아침이면 어김없이 그 친구는 날 불렀다.
그 친구가 "송제야"하고 부를 때 쯤 되서야,
나는 겨우 일어나, 그때부터 숙제를 하기 시작했다.
만 5살 반의 어린 나이에,
동네에 놀던 친구들이 다 없어져 찿아보니,
학교라는 델 가 있기에,
쪼르고, 쫄라서, 5월이나 돼서,
뒤늦게 입학한 초등학교 1학년 때의 아침 풍경이었다.
아마 지금 생각해 보면,
엄마가 두어살은 더 먹었던 것 같은 그 친구에게,
특별 부탁을 하셨던 것 같다.
아침마다 날 깨우다 싶이 해선,
숙제를 챙겨주고(통상 안 해놨기 때문에),
아침마다 날 데리고 받아쓰기며, 안한 숙제를,
번개불에 콩 구어먹듯 시켜서, 학교에 데리고 가곤 하였다.
그리곤 두달쯤 다니다 대전으로 이사하는 바람에,
지금은 이름도, 얼굴도, 생각나지 않는,
추억속의 존재로만 나에게 남아있는 고마운 친구였다.
혼자 잘난 맛에 희죽대다가,
언뜻 그 친구가 생각날 때가 있다.
그때 그 친구가 귀찮아 하지 않고,
날 옆에서 지켜보고, 도와주고, 보호해주며,
학교생활의 시작을 도와주지 않았다면,
오늘의 나는 어떻게 됐을까 하는 생각이 들면,
첫 단추가 반쯤 삐져나온 나의 학업의 시작을,
바로 잡아준 그 친구의 고마움이, 새록 새록 크게 느껴져 온다.
지금은 잊혀졌을 수 있지만 ,
누군가의 도움이 모이고, 모여,
오늘의 내가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내가 잘나서,
오늘의 내가 있다는 생각처럼,
우매하고 어리석은 착각이 없는 것 같다.
오늘의 나는,
사실은 내가 나를 위해 한 것 보다,
남이 나를 위해 한 것이 훨씬 많고 큼을 상기하며,
감사하는 마음으로,
겸손히 오늘을 대해야 겠다는 마음을 가져본다.
혼자 잘나서 서 있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도움이 없으면 쓰러질 수 밖에 없는,
나약한 존재가 바로 나임을 깨닫고,
그 도움에 감사하며,
나 또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자 하는 마음으로 오늘을 산다면,
오늘, 이곳이 바로 천국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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