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소비

2003.04.17 00:19

정광설 조회 수:674

안녕하세요?
저는 직장 여성인데요 얼마 전부터 과소비 욕구가 심해져 삶의 의욕마저 잃고 있습니다.
저는 어려서부터 가난했기 때문에 꼭 필요한 것조차 사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했고 무언가를 살 때도 남들보다 몇 배씩 망설이고 후회하며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는데요... 언제부터인가 그런 제 자신이 답답하고 문제가 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게다가 친구와 자취생활을 일년여간 하면서 친구의 눈을 통해서도 역력히 드러났구요.
처음엔 저보다 비싼 옷과 화장품을 마음대로 사는 친구를 보고도 별 신경을 안 쓰려 했지만 그게 잘 되지 않더라구요. 그리고 비싼만큼 좋은 것들에 자꾸 눈이 가다보니 내 자신이 한없이 초라하다는 생각마저 들구요. 그동안 사람들 눈에 내가 어떻게 보였을까 정말 한심하고 창피한 심정도 들구...
안 그래도 외모며 성격에 열등감도 많고 사는 데 별 재미도 희망도 없다는 생각을 늘 했는데... 애따 모르겠다는 결론이 들었습니다.
그동안 부었던 얼마 안 되는 적금을 해약해 그 한도에서 내가 갖고 싶은 것들을 맘껏 사보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처음엔 아무리 생돈을 날려도 후회하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혹시 내가 큰 사고를 치는 건 아닐까 떨기도 하며 나서지만 막상 물건 앞에 서면 예전 버릇 그대로 망설이다 돌아서고 결국 더 싼 물건에 눈이 간다는 거였습니다.
때론 더 싸다고 사가지고 오면 사실 사려는 건 이게 아니었는데 후회가 되기도 하고 소위 말하는 럭셔리, 명품에 비교하면 그 또한 별개 아니라는 한숨이 나오고...
그러면서도 그동안 한번 사보지 못한 유명메이커 상품을 하나 둘 사고 걸치다 보니 나름대로 효과와 만족도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그가 무엇을 입고 걸쳤느냐에 따라 그를 평가하게 되고 그건 저 또한 마찬가지라는 겁니다.
그리고 사람의 욕망이란 한도 끝도 없다지만 돈을 써보니 돈이 왜 좋은지 알 것 같고... 마음껏 누리고 살 수 없는 인생이 얼마나 비참하고 허위인지 허망하기만 합니다.
세상에 좋고 새로운 것들이 날마다 쏟아지고 변해가는데 나는 눈과 귀를 막아 그것들을 애써 외면하며 살아왔으니...
사람답게 산다는 것... 누리고 산다는 것... 그것이 사람을 얼마나 자유롭고 풍유롭게 만드는 것인지...
한번 돌아간 눈을 제자리로 옮기는 게 쉬울 것 같지 않습니다.

* steelblue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4-03-13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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