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몇개인가?@#$*+0ㄱㄷㅈㅊ충청

정광설 2008.05.02 08:40 조회 수 : 615

대학에 강의를 나가면 학생들에게 단골로 하는 질문이 있다.


"나는 몇 개 인가?" 각자의 생각을 말해보라고 하면,
"이게 무슨 소리냐!" 하면서,
어리둥절한 표정이 제일 많은 것 같고,


일부는 "하나요!",
또는 "여럿이요!" 하거나,
"셋이요!"등의 의견을 얘기 하면서,


하나같은 반응은,
평소에 안 해보던 생각이라는 것이다.


왜 하나인가를 물어 보면,


"무슨 설명이 필요하냐. 그럼 내가 하나지 둘이냐?"하고,
"웃기는 사람아냐!" 하는 눈초리로,
교수님께 그렇게 말은 할 수 없고, 쳐다보기만 한다.


여럿은, 어떤 근거로 그리 생각하냐고 물으면,


"나도 내가 어디로 튈지 모른다.
그렇게 상황에 따라 여러 모습을 보이는 것을 보면, 
 내가 여러개라고 할 수 있는 것 아니냐!"하며 나름대로의 논리를 전개한다.


하나같은 반응은,
왜 그런 이상한 질문을 하고, 사람 헷갈리게 만드나 하는 것이다.


가만히 임상에서나, 강의실 등에서 관찰해 보면,
자신이 원하는 것에 대해서는 아주 정통해 있다.  
원하는 것이 뭐냐고 물으면, 이것 저것 줄줄 나온다.  


효과를 감안하여, 노출의 정도를 조절하기는 해도,  
자신이 원하는 것에 대해 별로 생각해 보지 않았고,
그래서 지금 원하는게 뭐냐는 말을 이해를 잘 못하겠다거나,  
없다거나 하는 반응은,
지능이 떨어지는 경우가 아닌 한 거의 없는 것 같다.


그러나 정작 그러한 것을 간절히 원하는 주체인,
자기 자신에 대한 생각은,
의외로 별로 안해본 것 같음을 느낀다.


원하는 것,  
원하는 상황,  
원하는 대접 등,


삶의 조건에 대해서는,
나름대로의 확고한 생각과 의견을 가지고는 있으나,  


그보다 먼저,  훨씬 더  중요한,
자기 자신의 본질이랄까,  
자신의 근본적인 모습과, 의미와, 내용에 대해서는,
생각을 별로 안해 봤음으로, 따라서 생각도 별로 없고,


그러다 보니 남이 하는 대로,
'누구 처럼' 사는 것을 마치 내가 사는 것으로 착각하고,  


관계를 맺는 것도,
'나 답게'가 아닌,
'누구 처럼'에 목을 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나는 세개라고 생각해 본다.



하나는 내가 '나'라고 생각하는 '나' 이다.

또 하나는 니가 '나'라고 생각하는 '나' 이다.

그리고 또 하나는 진짜 '나' 이다.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사람있으면 나와 보라구 그래!" 하는,
연속극 대화를 기억한다.
그런데 정작 내가 나를 제일 모르고 있을 때도 많음을,
생활 중에 자주 느낄 수 있다.


"나두 나에게 놀랐어요.
나도 모르겠어요. 내가 왜 그랬는지" 하는 말은 흔히 듣기도 하지만,  
흔히 쓰는 말이기도 하다.


어떻든,
이렇게 내가 나라고 생각하는 내가 있다고 생각할 수 있겠다.
그리고 통상은 이 내가 작동하는 대로 살아가고 있는 것이란 생각을 해본다.


오랜 결혼생활에도 불구하고 이혼을 하면서,
그  이유로 드는 것 중, '속아 살았다',   '성격차이다' 하는 말을 많이 듣는다.
30년, 40여년을 같이 살아 왔는데, 이런 줄 몰랐단다.  


"이건 니가 아냐!"하는 연속극 대화도 기억이 난다.
평소 흔히 쓰이는 말 중 하나다.
그럼 지금까지 나는 누구하고 살았단 말인가?  


이런 질문을 해본다.  


"학생은 애인하고 교제하나,
아니면 자네가 애인이라고 생각하는, 그 여인과 교제하나?  


그 사람과 관계를 맺으려고 노력하나,  
아니면 내가 생각하는 사람으로 그 사람을 기대하고,
그렇게 만들려고 노력하면서,


왜 내가 생각하는 너와, 너가 다르냐를 탓하고 있나?"
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물으면,
이쯤되면 헷갈린다고 난리들인 것이 통상적인 학생들의 반응이다.


상대를 바로 보고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생각하는 그를 보면서,
"너는 왜 내가 너라고 생각하는 너가 아니냐?"고 탓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니가 나를 뭘 안다고 그래!"하거나,
"아니 그래 나하고 산지가 몇년인데 아직도 나를 모른단 말야!  
내 남편( 내 아내) 맞어?" 하면서,


상대 생각의 의미를 알아 볼 생각보다는,
내가 나라고 생각하는 나를,
우선 주장하고 강요하기에 급급하다.


상대를 바로 보고,
나를 바로 알리는 노력은 절대적으로 중요한 것이다.


특히 가까운 관계일 때,
자칫 내 생각대로 상대를 치부하고 넘어갈 때가 많을 수 있다.
내가 너를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다는 착각 때문이다.


따라서,
가까운 사이일 수록 더 물어봐야 한다.
뭘 원하는 지, 이게 원하는 것 맞는지......


이 분명한 차이,


즉 내가 나라고 생각하는 나와,
니가 나라고 생각하는 나와의,


인식의 간격을,
좁혀 나가는 노력이,
대인관계의 개선 노력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내가,
이해 못하는 너를 이해 하도록 노력하고,


나를,
이해하지 못하는 너가 나를 보다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나를 드러 내고, 설명하고, 설득하는 노력을 통해,


이 간격이 좁아 지면서,  
둘이 하나되는 가능성이 점 점 높아지고,  
둘 사이가 더욱 가까워 지고,  
그러다 보면 이심전심의 경지에 오를 수 있는 것 아닌가 생각해 본다.



그렇다면 내가 나라고 생각하는 나는 '진짜 나' 일까?


참 나의 모습을 발견하기 위해,
아니 바람직한 나를 일구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이것이 인간이라면 걸어가야 할 길이고,
'도'요,
인격성숙, 자아실현의 과정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도의 경지가 깊어지기 위해 고심하고 노력하는 개를 상상할 수 있는가?

"도가 무신 소리냐, 골치 아프게! 그냥 살다 죽는거지!" 하고,

보다 '나 다운 나'가 되기 위한 노력을 포기하는 삶을 생각해 보자.



어느 길이, 내가 가야할 길 일까?


대인관계의 간격을 좁혀 서로 이해의 정도를 깊이하는 노력과,
보다 나 다워 지는 노력을 통해,
바람직한 삶을 창출하려는 노력이,  


'선택의 문제'일까, '필연의 문제'일까?


나의 아이들과, 제자들과, 후손들에게,
어떠하기를 가르치고,


앞선 자로서,
그들을 어떤 삶의 길로 안내해야 할 것인가?



한 두 마디로 정의하고 설명할 수 없는 많은 뜻을 내포한 주제이지만,  
분명한 것은 정답이냐 아니냐가 중요하다기 보다,  


이런,
보다 나 다워지고,  
내가 존재함으로,


너에게,
세상에게,
유익이 되고자 하는 노력이,


더이상 선택의 문제라고 주장하며,
뭇 사람들을,
왜곡된 길로 이끄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란 것이다.


나는 내가 가장 가깝다고 믿고 있는 사람과의 관계에서,
무엇을 보며 살고 있는가?


혹 내 생각에만 사로잡혀,
관계의 간격을 좁히는 것을 게을리 하고 있지는 않았는지,  


나의 깊이를 더하는,
보다 성숙한 인간이고자 하는 노력을,
게을리 하고 있지는 않았는지, 돌이켜 본다!!!!!
      





(08.11.27. 이창0 동문에 의해 충청00에 편집돼 실림)












작성자 : **의  at 2008-10-15 10:34 Mod.  Del.
약물로
초기의 힘든 증상을 줄이고
잡풀들속에 새로운 싹이 살포시 올라오는 것을 넌지시 보여주며

이후 힘들 때
치료자에게 기대기도 하지만
환자 스스로 일상에서 새싹을 무럭 무럭 키워가는 것을 볼 때면

환자가 힘들 때
무거워졌던 치료자의 마음도
덩달아 가벼워지며

환자는 환자대로
치료자는 치료자대로
한발씩 좀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기도 합니다.


작성자 : 감동의  at 2008-10-16 18:35 Mod.  Del.
대학때 읽은 마틴부버의 나와너를 연상시키는 글이네요.
특히나 가까운 사이일수록 반복해서 생각을 확인해야한다는
이야기가 공감이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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