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허락할테니 나가 놀아라?

정광설 2008.05.02 19:16 조회 수 : 638


  40대 후반의 전문직 종사자였다. 젊잖고, 주위로부터 인정 받는, 좋은 사람의 표상같은 사람이었다.
하루는 찿아와서 아내가 좀 이상하다는 얘기를 하였다.  

  내가 이해할 테니 나가 놀아도, 즉 이제는 원하는 대로 여가 선용도 하고, 나가서 친구도 만나고 하라고 해도,
시큰둥하고, 별로 고마운 줄도 모르고, 반응이 영 아니올시다 라는 이야기를 하면서, 아무리 생각해도 그 이유를
모르겠어서 답답해 죽겠다는 것이었다.

  자신은 대가족의 장손이고, 아내는 아주 똑똑한 전문직 여성인데, 교제하면서 우리 가문을 꾸려나갈 능력이 인정되어,
결혼을 결심하게 되었다 한다.
  
  "일단 결혼했으니, 시집 일이 자기 일이라 생각하고 가정사에 충실하겠지."라고 생각했고, 또 그렇기를 원했고,
아내도 그렇게 살아왔다고 한다.


  "사는게 그런거 아니냐! 부모 모시고, 조상 모시고, 내가 성실하고......  그냥 그렇게 사는 거지,  무슨 뾰족한 수 있냐?"하면서, 자신이 자라온 환경도 그렇고, 성격도 그렇고, 아기자기한 면은 없는 사람이라고, 자신에 대해 이야기 하였다.

  결혼해서 벌써 20여년, 익숙치 못한 종가 며느리로 고생한거 내가 인정해서, '여가 선용' 이제는 해도 좋다고 허락했는데, 마누라는 별로 탐탁치 않은 반응이어서 마음에 걸린다는 것이었다.


  '왜곡된 힘의 논리'가 작동되고 있어서, 전혀 서로 촛점이 안맞고 있는 것으로 생각되었다.

  남편은 이제 나가 놀아도 좋다고 허락하고 있다.  마치 고생하는 모습이 딱해서 적선하듯.......
설득력이 전혀 없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내의 마음과는 상관없는, '나 혼자만의 결제'인 것이다.
아내를 이해하고, 설득이 필요하다면, 설득해야 한다는 것에 대한 인식이, 전혀 없다.

  "내가 남편이고 가장인데, 내가 허락한다는데 뭐가 문제냐!"하는 마음이었다. 아내는 고용당한, 내 필요를 충족시키는 것이 임무인, 내 고용인이 아니고, 나의 반려자로서, 나와 운명을 함께 개척해 나가는 동업자이며,  
따라서 무엇이든, 결정은 함께 상의하고 서로 그 결정에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어야 되는 것 아니냐고 물으니,
고개를 갸우뚱 하면서 동의하기 어렵다는 표정이다.

  "그래도 그렇지, 아내와 남편이 어떻게 같을 수 있냐?"는 것이었다.

  설득력 없는 일방적 힘의 논리는 반발 만을 유발하고, 점점 부부라는 인간관계를 왜곡시키는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게 되는 것이다.

  부부는, 그 역활에 있어서는 큰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본질적인 면에서의 가치와 그 중요함은,
누가 누구의 우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 동격인 것이고, 따라서 부부는 어떤 문제일지라도 함께 상의하고, 서로 영향력을 행사해서 함께 결정하는 관계이지 상명하복의 관계가, 원래 아닌 것이다.

  "남편은 하늘, 아내는 땅!"이란다고, 이를 역할의 관점에서 이해하지 못하고 힘과 권력의 우열개념으로 왜곡하여,
하늘이 땅보다 우월하다고 믿는 어리석음이, "왜, 남자는 하늘이고 여자를 땅이라고 폄하하냐!"고 여자를 열등하게
취급하지 말라고 주장하는 헛똑똑이,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의 의식구조 속에 파고들어와 자리를 잡아도
아주 크고 넉넉하게(?)자리잡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하늘과 땅이 어우러져야 세상이란 공간이 실재할 수 있고, 하늘과 땅으로서의 역할이 한데 어우러져야 남녀가 부부라는 특별하고 축복받은 인간관계로서 맺어져, 둘이 만나 하나되어, 합력하여 선을 일구어냄으로써, 아름답고 행복한 가정공동체를 이룰 수 있음을 다시 한 번 되새기고, 나는 혹시 어리석고 우매한 고정관념에 휩싸여 있는 것은 아닌지를 되돌아본다!


















   ㅡ왜곡된 힘의 논리 ㅡ@$*0ㄱㄷ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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