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복은 백화점에선 안판답니다 ! "

정광설 2008.05.02 21:03 조회 수 : 593



  20대 후반의 여자분이 내원 하였다.  

  의자를 권하고 물었다.  

  "어떻게 오셨습니까?"  

  조금 뜸을 들이더니, "이혼을 해야 하나  상의하고 싶어서요." 라고 대답하는 것이었다.

  "결혼한 것으론 안 보였는 데..."하는 마음으로 다시 물었다.

  "그러게 어떤 문제가 있는지 말씀해 보시지요."  
  "결혼하신지는 얼마나 되셨나요?"

  "일주일이요. 지금 신행갔다 와서, 이제야 조금 시간이 나서..., 기왕 이혼해야 할 꺼라면,
빨리 결론을 내야 할 것 같아서..., 그래도 그냥 결정하기 보다는 정신과 의사와 상의는 해보고,
결정하자는 생각이 들어서 간판 보고 들어왔어요."하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의기소침한 태도로 조근 조근 본인의 심경과,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 하였다.

  주위 어른이 소개해 주셔서  남편을 만났는데, 만나 보니 믿을만하고 성실한 사람이라 느껴지고,
"이 사람하고 결혼하면 행복할 수 있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어서, 결혼을 결심하고,
양가 어른의 축복 속에, 지난 주일 결혼을 하였다는 것이었다.

  결혼식과 폐백을 끝내고, 신혼여행으로 경주에 가서 어느 호텔에 여장을 풀고 생각해 봤단다.  

  "내가 지금 행복한가?"하고 생각하는데,  행복은 안 느껴지고 피곤함만 느껴졌다는 것이었다.  

  "이 사람하고 결혼하면 행복할 줄 알았는데, 왜 안 행복하지?"하는 생각이 들면서, 겁이 덜컥 났는데,
"지금은 결혼식하고, 폐백드리고, 여기까지 오느라 피곤해서 그럴꺼야. 내일은 행복하겠지."하고,
그날은 그렇게 생각하고 잦다는 것이었다.

  다음날, 여기 저기 구경다니며, 사진사 아저씨들이 요구 하는 대로 웃는 표정도 짓고,  
뽀뽀 하라면 그러면서도 찍고, 하루 종일 여기 저기 다니면서, "나는 지금 행복한가?"하고 생각해 보면,
전혀 행복한 것은 안 느껴지고 피곤만 느껴졌다는 것이었다.

  만나면서 부터 좋은 사람인 것은  느꼈었지만, 역시 결혼해서 신혼여행에 와보니,
진짜로 남편은 참 좋은 사람임을 더욱 느낄 수 있었단다.

  그러나 본인의 관심은 정작 다른데 있었다. "평생에 한번 뿐인, 꿀이 흐른다는 허니문 때도 행복을 못 느꼈는데,  
이제 결혼생활을 하게 되면 여러가지 현실적인 어려움에 부딪쳐 행복하기 더 어려울텐데!"하는 생각이 들면서,
남편은 좋은 사람인데 나같은 사람을 잘못 만나서 남편도 행복을 못 느끼며 살게되면 내가 너무 미안해서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었다.

  신혼여행에서 돌아와 신행 갔다 오는 오늘까지, 아무리 "나는 행복한가?"하고 생각해 봐도,
행복하다는 생각이 안들어 할 수 없이 정신과를 찿아 왔노라 하는 이야기였다.

  자기 때문이라기 보다, 남편 때문에라도, 아기 있기 전에 헤어지는 것이 서로에게 상처가 적을 것 아니냐면서,
남편 걱정을 하는 것이었다.

  마치 행복이란 물건을 심사숙고 끝에 샀는데, 막상 사가지고 쳐다 보고, 만져 보고, 이리 저리 뜯어 봐도,
전혀 행복이란 감정이 느껴지지 않아, "왜 행복하지 않은거야!"하고 있는 것과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었다.


  "댁은 장소를 잘못 찿아오신 것 같습니다. 여기는 행복을 파는 곳이 아닙니다.  요 앞에 가시면 이 부근등지에서
제일 큰 백화점이 있는데 거기를 한번 가보시지요. 혹시 행복을 팔른지 모르겠습니다."하고 바라보니,
정신이 번쩍 든 듯한 표정을 짓고 나를 바라보는 것이었다.



  결혼이란 선택이, 행복이란 물건을 선택하는 것 과는 다른, 그래서 결혼하면 행복이란 물건이 내 것이 되어,
주머니에 간직하고 있다가 필요할 때 꺼내 보면, 그때마다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이야기 하며,
한참 같이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고맙게도 의사가 하는 말의 진의를 깨닫기 위해 정신을 모으고 진지하게 대화에 임하였으며,
면담이 끝날 때는 많이 펴진 얼굴이 되어 있었다.

  이제, 진짜 결혼한 사람으로, 변하여 돌아가는 뒷모습을 보며, 보람을 느꼈던 기억이 난다.


  결혼은, 물건 쇼핑하듯 맘에 드는 물건 골라 잡는식의 선택행위가 아니다.

  골랐는데, 막상 집에 가서 펴보니, 아까와 달리 맘에 안들면, 정한 기일 안에 빨리 물르면 되는,
물건 사는 선택행위가 아닌 것이다.

  쉽게 물를 수 없는, 엄청난 변화가, 나의 삶에, 그리고 동시에 너의 삶에 일어난  것이다.

지금, 맘에 드나 안 드나를 저울질 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해야 서로가 서로의 마음에 들 수 있을까를 연구하며, 
백년 후에 오늘을 생각한다 했을 때, "그때의 결정이 이렇게 훌륭한 결과를 낳았구나!"하고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지금, 어떻게 해야할 것인지를 생각해야 할 것이다.


  결혼은, 물건 사고 무르고 하듯 취급되서는 결코 아니될 인륜지대사라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해본다!!!



















 백화점 쇼핑형@#$*+0ㅅㄱㄷㅈㅊ 

댓글 0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04 "나는 내 식 대로!", "너는 내 식 대로!" ㅡ "너 나 사랑해? 그럼 내 뜻대로 해!" 정광설 2008.05.03 988
103 "어쭈! 이젠 내 말 안듣네! 많이 컷네?!" 정광설 2008.05.03 654
102 충동은 죄악인가, 아니면 보약인가? 정광설 2008.05.03 709
101 "남편은 며ㅡ엇점?" (숨도 안쉬고)"빵점요!ㅋㅋ" 정광설 2008.05.02 735
» " 행복은 백화점에선 안판답니다 ! " 정광설 2008.05.02 593
99 내가 뭘?! ... 이런데도 살라고? 정광설 2008.05.02 622
98 내가 허락할테니 나가 놀아라? 정광설 2008.05.02 638
97 나는 몇개인가?@#$*+0ㄱㄷㅈㅊ충청 정광설 2008.05.02 615
96 어느 여대생의 결심! "나는 결혼하면 독자적으로 나의 발전을 추구할 생각입니다!" 정광설 2008.05.01 731
95 나는 결혼을 고대(苦待)하나? 정광설 2008.04.30 5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