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며ㅡ엇점?" (숨도 안쉬고)"빵점요!ㅋㅋ"

정광설 2008.05.02 21:56 조회 수 : 735



  26살 된 주부였다.  

  결혼을 일찍한 관계로,  6살, 4살난 딸이 두명 있었다. 이 도시로 이사 오기 전 다른 도시에서도,
상당기간 정신과에 다니면서 규칙적으로 면담을 받았었다고 하였다.


  "남편을 죽일까봐 겁나요. 밤만 되면 부엌에 있는 날카로운 것들은 일단 안 보이게 치워놔요.
혹시 내가 충동이 일어나도 금방 쓰지 못하게요."하고 면담 서두에 겁(?)을 주는 것이었다.

  "이 도시보다 더 큰 대도시에서, 일류 정신과 의사에게 면담을 받은 경력이 있는 나를,
시골 의사가 막 대하면, 나 사고 칠지도 몰라!"라고 겁을 주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남편은 작은 제약관련 기업의 중견사원인데 경쟁이 아주 심한 분야 인지라, 사업상 손님접대다, 거래처 사람과 회식이다하면서, 집에는 항상 9시 넘어서나 들어온다는 것이었다.

  남편이라는 사람은 허구헌날 술 한잔 거나하게 걸치고 비틀거리며, 사과 두개 또는 고구마 한 두개 사가지고 들어와서는, "밥먹고 자자!" 소리 밖에 할 줄 모르는 속물이라고 이야기 하는 것이었다.


  9시면 다른 술 좋아하는 사람들에 비해서 그리 많이 늦는 것은 아닌 것 같고,
또 들어 오면서, 그래도 사과든, 고구마든, 사가지고 온다는 것은 가족을 그만큼 생각한다는 증거 아니겠냐고 했더니,  

  나를 마치 "너도 똑같은 속물이구나!" 하는 듯한 표정으로 바라보며, "누가 속물처럼 먹는 것 원한데요?"하는 것 이었다.


  얘기가 계속되었다.  자기는 문학소녀였다는 것이다.  
시집이나 하나 사오면 봐줄만 할텐데, 그런 것은 생각도 못하고..., 
일요일에도 화랑이나, 문예활동 하는데도 좀 가고 그러지, 속물처럼 맨날 "먹고 자자!" 밖에 모른다는 얘기 였다.

  언제 쩍 문학소녀냐고 물으니, 여학교 시절이란다. 그럼 본인이 문학소녀인 것을, 남편에게 얘기 했냐니까,
"왜 내가 그딴 얘기를 해요!"라는 것이었다. "지가 나를 사랑한다면, 그 정도는 알아야 되는것 아녜요?"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점쟁이랑 결혼하지 그러셨어요."라고 말하니까 그냥 웃는다.

  "남편을 점수 메긴다면  몇점이나 될까요?"하고 물으니, 숨도 안쉬고 "빵점이요!"하고,
총알처럼 대답을 하였다. 그리곤 자기가 생각해도 대답이 너무 빨랐던지 큭큭 웃는다.

  "그럼 댁은 몇점 짜리 아내인 것 같습니까?"하고 다시 물으니, 한참 뜸을 들이더니,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빵점이요!"하는 것이었다.


  "빵점끼리 됐네요!"하니 피식 웃는다.


  한동안 매주일 만나는 규칙적인 면담이 이루어졌다.
겁(?)도 주고,  사정(?)도 하고, "자신이 문학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이야기하세요.  
말 안하면 모르는 법입니다. 제아무리 용한 점쟁일지라도 자기 마누라 여학교 시절에 어땠는지는 알 수 없는 겁니다."  

  그렇게, 대화를 통하여, 서로를 알고, 알리는 노력이, 세상 그 어떤 관계보다도 더 절실히 필요한 인간관계가,
부부라는 인간관계인 것을 설득하며 상당기간이 흘렀다.

  그러던 어느날, 면담에 임하는 환자의 모습이 다른 때와는 사뭇 다른 느낌을 주었다.  

  "무슨 좋은 일 있었어요?"하고 물었다.
베시시 웃으며, "어제 일요일 날 화랑에 갔었어요."라고 답하는 것이었다.

  요즘은 저녘에 들어오며, 신간 서적도 사오고, 때론 시집을 사올 때도 있었단다.
자기가 문학소녀 였다고 얘기 했더니, "그랬어? 몰랐네!"하더니, 그 뒤로는 평소에 내가 그랬으면하고
원하던 쪽으로 노력하는 것이 좀 보인단다.

  "요즘은 몇점이나 되는 것 같습니까?"라고 물으니, 빙그시 웃으면서 "60점이요!"하는 것이었다.
"그럼 됐네요." 하고 이야기를 끝냈다.


  말 안 하면 모른다.

  사랑하기 때문에 아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의 말이기 때문에,
관심을 갖고 내 말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다.

  사랑하기 때문에 "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기 때문에 더욱 열심히 "하는 것"이다.  

  사랑은 "되게 하는 것"이 아니라, "하게 하는 것"이다.

  인간의 사랑은, "되니까 하는 것"이 아니라, "하니까 되는 것"이어야 함을 다시 한 번 되새겨 본다. 


































점쟁이 기대형 @#$+*ㄱㄷㅈㅊ
건국60년한정윤
2008-10-26 10:08 거 ! 괜찮은 글이네 그려-  나도 집사람한테 좀더 관심을 가져야 할텐데-- 좀더 사랑ㄷ 해주어야 되는데,
친구 말대로 하면 될것을 , 으~음 해야지  



이영호 아 한 가정을 구하셧군요. 08.10.20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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