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쭈! 이젠 내 말 안듣네! 많이 컷네?!"

정광설 2008.05.03 18:21 조회 수 : 654


  서른 네살 먹은 주부다.

  "분명한 것은 나는 행복하지 않다는 겁니다. 오늘 아침에 서울에 있는 친구와 통화하면서,
내가 분명히 얘기 했습니다. 나는 행복하지 않다고......"

  진료를 시작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마치 이 말이 하고싶어 정신없이 달려온 사람인 것 처럼,
터치듯 쏟아 놓은 말이다.


  기악을 전공하여, 대학원까지 마치고 그냥 저냥 지내다가, "의사가 있는데 선보면 어떻겠냐?"라고 해서,
남편과 처음 만났다고 한다.  

  의사라서가 아니라, 자기 말을 잘 듣게 생겼다는 생각이 들어서 결혼을 할 맘을 먹었단다.

  "무슨 뜻이죠?"하고 물으니까, 자기는 지금 이 나이 되기까지 자기 마음대로 무엇 하나 결정하고, 
뜻 대로 해본 기억이 없다는 것이었다.

  엄마가 가라면 하고, 공부 하라면 하고, 레슨 받으라면 받고, 연습시키면 하고,  
엄마는 지독한 분이어서 얼마나 많이 연습을 시켰는지, 대학에 들어 와서는 실기 연습을 별로 안했는데도
항상 A학점 맞았고, 대학원에서도 실기는 항상 A학점 맞았다는 것이었다.  

  자기는 A를 맞을 수 밖에 없단다. 어려서, 워낙 연습을 많이 했기 때문에, 저절로 된다는 것이었다.  
물론, 그래서 그 바람에 칭찬은 듣지만, 그게 자신하고 무슨 상관이냐는 것이었다.

  "그건 엄마 일 이예요! 엄마는 항상 나만 보면 기분 좋죠. 엄마 작품이 그럴듯 하니까요.  
나 하고는 상관 없는 일이예요. 그러느라...., 엄마 만족시키느라, 나는 고생한 기억밖에 없어요!"


  엄마가, 시키는 대로만 하고 사는 인생이  아니라, 나도 좀 시켜 보고 싶은데, 선을 보니까
남편이 말을 잘 듣게 생겨서 결혼을 승락했었다는 것이었다.

  레지던트하면서는, 시키면, 뭘시키든지 시키는 대로, 고분 고분 말을 잘 듣더니,  
이제 전문의 되고, 개업해서 좀 바쁘고 돈 좀 벌더니 요즘 들어 말을 잘  안 듣는다는 것 이었다.

  일찍 끝나는 대로 들어오라는 데도 간호사들 회식 시킨다고 늦고, 옆에 태우고 돌아 다니고,  
도대체 말을 안들어 먹으니 어떻게 할지를 모르겠다는 것 이었다.

  "이제 남편마저 내 말을 안들으니, 내가 어떻게 행복할 수 있어요?"라는 것이,
허겁지겁 폭포수 처럼 쏟아내고 털어놓는 어려움이었다.

  불행까지는 아닐지 몰라도, 행복하지 않은 것은 분명하다는 이야기였다.


  결혼생활에서, 상대에 대한 기대가 왜곡되고 건강하지 못할 때, 본인은 물론, 상대와,
주위의 모든 관련된 사람들까지, 모두가, 어려움에 빠지게 될 수 있음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내가 죽겠다고 키워 놓았더니, 무슨 그따위 배부른 소리나 하구 자빠졌냐!"라면서,
딸의 인생을 지금도 좌지우지 하려는 어머니의 태도는, "과연, 딸을 독립된 인격체로 대하는 것 일까?",
"이것이 진정 딸에 대한 사랑일까?"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나도 열심히, 좋은 엄마, 좋은 아빠인 줄 착각하면서, 내 뜻 대로, 내 아이를 비싼 물건 만들려고,
사육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 봐야 할 것이다!  














































@#$*+0ㄱㄷㅈㅊ

이영호 나는 어른인가? 아니면 겉만 어른인가? 나는 너를 배려하고, 너를 위해 나를 양보하고 희생할 수 있는가? 나는 과연 어른 노릇을 하고있는가? ..내일이 제 결혼 20주년입니다.다시금 뒤돌아보게 만들어 주시는군요..감사합니다. 08.10.22 11:01
답글



공감하네요..흠... 08.10.22  |  온이낭자 이런말있죠..나쁜건 닮는다고..생활습성이 그러했던걸까요..엄마에게 그렇게 복종하며 시키는데로 해왔으니..자신도 남편이나..자식에게..복종을 강요하는걸까요..어렵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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