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든지 나타날려면 나타나라! ㅎㅎㅎ"

정광설 2008.05.05 11:27 조회 수 : 671



70대 초반의, 아주 곱게 나이 드신 인테리 할머니가 한분 찿아 오신 적이 있었다.
이것 저것 어려움을 조심스럽게, 이런 문제로 찿아와서 미안하다는 듯이 말씀 하시는데,
딱 스트레스 받았을 때의 전형적인 증상들을 말씀하고 계셨다.


가장 힘들고, 마음에 걸리는 일이 뭐가 있나 여쭈어 보니, 조근 조근 말씀하시는 것 이었다.
며느리가 직장 생활하고 손주가  아주 이쁘게 잘 크고 있는데, 낮에는 당신이 봐주시는데,
저녘에도 내가 좀 데리고 자면, 나도 적적하지 않아 좋고 지들 내외도 오붓하니 지낼 수 있어 좋으련만,
퇴근만 하면, "할머니 힘드셔. 이리 와." 하고는, 애가 울든 말든 방으로 데리고 들어가면 나오지 않는다는 것 이었다.
그걸 데리고 나와라 마라 얘기하기도 그렇고, 그냥 지내자니 마음에 걸리고 힘들다는 것 이었다.


며느리가, 하루 종일 가도 말을 한마디도 안하고, 말을 시켜도 대답도 잘 안하고,
그냥 행동으로만 한다는 것 이었다.  아이는, 분명 못된 사람은 아닌것 같은데 그런다는 것 이었다.


할머니 말씀인 즉, 처녀로 후처자리로 들어가, 아들 하나 낳아서 얼마나 애지중지 하며 귀하게 키웠는 지 모른단다.
영감님과는 나이 차이가 많아, 영감님은 할머니 젊어서 돌아가시고, 전실 자식들이 좋은 사람들이라,
당신보다 나이 더 먹은 아들도 있지만 아버지 돌아가신 뒤에도, 당신에게도 잘하고 어린 이복동생에게도 잘했다 한다.


그래도 그게 아비있는 것 과는 달라서, 내가 마음 고생해 가며 열심히 키웠는데,  
애도 착하고 똑똑해서, 공부도 잘하고 에미 속 썩이는 일 한번 없이 잘 컷다고 하였다.


어느덧 대학도 마치고, 취직해서 생활하는데, 어느날 알고 보니 연애를 하고 있었다.
"내가 어떻게 키운 자식인데,  나도 모르게 연애를 하고 있었다니!",  
여자 애를  만나 봤는데, 전혀 맘에 드는 구석이라곤 하나도 없어서 안된다고 반대를 했단다.


그랬더니, 여자 애가 찿아와서 허락해 달라고 빌고 아들도 난리고 그래서,
한번은, 여자애가 왔을 때, "내 눈에 흙이 들어 가기 전에는 안돼!"라고 단호하게 말해주니까,  
여자가 도저히 안될 것을 알겠든지 포기를 하였단다.


아들도 원채 효자라, 엄마 말에 순종 하겠다고 해서 그렇게 끝나는 줄 알았는데,  
그뒤로, 아들은 아무리 내가 선 자리를 알아 와도 절대로 응하지 않고,
그냥 생각 없다고만 하면서 세월을 보내고 있었다.


소식 듣기로는 그 여자애는 외국으로 마음도 달랠겸 공부하러 나갔다는데,  
언제부터인가 단식을 하고 있다는 것 이었다.


아들도, 말로는 단식 아니라는데 자꾸 먹는 것이 부실하고 몸은 자꾸 말라가고 해서,
"도저히 안되겠다!"하고 결국은 결혼승락을 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것 이었다.


승락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여자애가 외국에서 돌아와선 결혼을 하였고,  
아들은, 그제서야 밥도 잘 먹고 지들끼리 재미있게 지내는 것을 보면서,
"그래도 내가 허락하길 잘 했나보다!"라고 생각하다 가도,
말 없이, 손주만 싹 데리고 들어가 지 방에 틀어 박혀 나오지도 않으니,
괘씸하기도 하고 이제와서 어쩔수 도 없고 힘들다는 것 이었다.


아들 말로는, "아내가 엄마하고 얘기 잘 해야지 하고 결심하고 나왔다가도,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는 안돼!" 하시던 엄마 얼굴과, 그때 엄마가 반대하시던 생각이 나면,
말문이 꽉 막혀, 도저히 말을 할 수가 없대요."라며 아내도 힘들어 한다고 이야기 한다는 것이었다.


"젊은 여자가 독해서 그렇지! 나는 다 잊었는데! 그딴걸 아직도 맘에 품고 있으면 어쩌자는 말이냐!"하시면서,
며느리를 원망하고 계셨다.


"차라리 안보고 살면 되지!" 생각하고, 아들보고 방 따로 얻어 주면 나가서 혼자 살겠다고 하니,
그건 또 안된다고 난리라는 것 이었다.



내가 잊었다고, 이미 해결된 문제가 아닐 수 있음에 대해 많은 얘기를 나눴다.
며느리의 아픈 마음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와 공감이 있어야 겉만의 변화가 아닌,
진정한 문제해결의 가능성이 있음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누었다.


그러면서, "자식이 넷이나 있는 나는 어떻하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결심을 하게 되었다.
"나는 아무리 내 맘이 불편할지라도, 아들이나, 딸 주위에, 여자 또는 남자 비스무리한 존재만 눈에 띄어도,
정월 초하루 처럼 웃는 얼굴로 대해야지!" 하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


어느 누가, 내 며느리가 되고, 내 사위가 될른지 모르는 것 아니겠는가?
나의 노후는, 그들에게 달려있다 해도 틀린 말이 아닐텐데 첫 인상이 중요한 것 아닐까?
자식은, 내 소유가 아님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다.  


지들 짝이 내 맘에 드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자식이 맘에 들어하는 것을 대견해 하고 함께 기뻐해야 하는 것이다.


물론, 이런 저런, 돕고, 코치하고, 때로는, 어떤 결정에 절대적인 권위를 갖고 참여해야 할 수 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중요한 것은 내 인생이 아니라, 자식의 인생이란 것이다.
내가 결정할 사안이 아니라, 바른 결정을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할 문제란 것이다.


내 맘에 다소 못미칠지라도,  저들이 좋다면 일단은,
된 것 임을 받아 들일 마음의 준비를 갖출 책임이 나에게 있다는 사실이다.


"누구든지 나타나기만 해봐라!", 독한(?) 마음 먹고 정월 초하루의 웃는 얼굴로,
언제라도 시아버지, 장인 되기에, 부족함 없는 자로서의 준비를 항상하고 자녀 주위에 있을 것을 다짐해 본다!!!!!



"누구든지 나타날려면 나타나라!ㅎㅎㅎ"


































@$*+ㄱㄷㅈㅊ
이영호 ㅎ..넓은 마음이 필요하군요.. 08.10.21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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