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이 기준인가? 내 선호가 기준인가?

정광설 2008.05.07 22:10 조회 수 : 632



"솔직히 말해. 솔직히 말하면 엄마가 다 용서해 줄께."

"정말?"

"그럼 정말이구 말구. 뭐든지 솔직하게만 얘기하면 다 용서해 주고 말고. 착하지. 빨리 말해봐."

"내가 며칠 전에 수위 아저씨 돈 훔쳤어."

"그래 이렇게 진작 솔직하게 말하지 그랬니. 솔직하게 말해서 착하다.
다음엔 돈 필요하면 엄마한테 얘기하기다. 알았지?"



그리고 아이는,
자신의 돈을 아이가 며칠전에 훔쳐갔다고 엄마에게 일른 수위 아저씨를,
쓱 쳐다보고는 평상시와 별다름 없는 태도와 표정을 지으며 놀러나갔다.


평소 아이 엄마는,
아이에게  돈을 주다, 말다 하는 것을, 아이를 다루는 수단으로 삼아왔다.
아이가 지나 가다가 보니까 수위 아저씨 책상 위에 돈이 한 뭉치 있는데 아저씨는 졸고 있는 것 이었다.
쓱 집어서는, 아저씨가 실 눈 뜨고 보고있는 줄은 모르고 집으로 올라갔다.


별 생각 없이, "돈이 있어서 그냥 집어 넣었어요."라고,
아이는 면담시 별스럽지 않게, 별로 어려워하지 않으며 얘기하고 있다.


죄책감은 별로 없는 듯 느껴졌다.
일단 확보하는 차원에서, 돈이 있으니까 그냥 갖고 싶어서 집어 넣었다는 것 이었다.
언제 엄마 기분이 안 좋아 돈 줄이 막힐 지 모르니까 일단 확보한 것 이었다.
몇 천원 안되는 돈이었고, 쓰지도 않고 주머니에 그대로 있었다.




수업시간에 말없이 그냥 밖으로 나가서 남의 오토바이를 무단히 타고 돌아다니다가,
신고받고 출동한 경찰에 붙잡혔다가 초범이고, 학생이라는 이유로 훈방된 어느 고1 학생은,

"솔직히 말하면 용서해 줄께. 얘기해봐."하는 어머니의 말씀에,

"알면서 왜 자꾸 말시키고 야단이야!"라는 표정으로,

"그냥 있길래, 타고 싶어서 탔어요!"라고 말하는 것 이었다.

물론 솔직하게 얘기한 연고로 약속대로 엄마에게 야단은 안 맞았다.



솔직한게 중요하고, 바람직한 삶의 태도이고 자세인 것 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그러니까 솔직히 말한다고 해서, 잘못이 자동적으로 용서되고,
심지어 착하다고 칭찬 듣는 요인이 되어서는 안될 것 이다.


나는 아이에게,
일시적인 잘못된 판단으로 인한 실수를 빨리 솔직히 말하고 용서를 구함으로써,
벌을 줄일 수 있고 마음의 평안을 찿을 수 있다는 것을 가르치고,  
벌을 받는한이 있어도 솔직히 잘못을 시인해야,
앞으로 잘못된 충동을 극복할 수 있는 인격의 소유자로 성장할 수 있음을 가르치고 있나,


아니면,
"나는 무슨 일이든지, 내가 잘못했어도, 우리 엄마는 솔직하게만 얘기하면 당연히 용서해줘."라고,
생각하는 아이로 키우고 있나,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나는 나의 아이에게, 옳고 그름, 선하고 악함, 바르고 그릇됨에 대하여,
어떤 기준을 갖고 가르치고 있나 ?



기준이 기준인가?   아니면, 내 선호가 기준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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