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부! 원수사이 인가, 은인관계 인가?

정광설 2008.05.08 08:20 조회 수 : 617



고부관계는,
사람이 맺을 수 있는 대인관계의 여러가지 형태 중,
아주 특별하고 좀 이상한 관계라고 말 할 수 있을 것 같다.


사람들이 맺는 관계를 생각해 보면,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있거나, 혈연에 의한 관계이거나,
적이나 상대방 선수 같은 경쟁관계이거나, 또는 수직적인 상명하복의 관계이거나,
나이 차이와 관계없는 수평적인 관계등이 있을 수 있는데,  


고부의 관계는 그 중 어느것에도 해당이 되지 않으면서,  
고부 각자의 인생에 있어서는 그 어떤 성격의 인간관계에서 보다,
훨씬 더 서로에게 영향을 끼치는 관계가 고부라는 인간관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시어머니는 내가 더 영향을 받는다고 하고, 며느리는 자신이 더 영향을 받는다고 하지만,  
정신과 의사의 입장에서 볼 때에는 누가 영향을 더 받고 들 받고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방향으로 영향이 작동할 수 있게 다스리고,
서로 현명하게 조율 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남편에 의한, 아들로 인한, 간접적인 관계이기 때문에,
직접 이런 저런 이야기를 통해 문제를 조율해 나가다 보면,
서로 전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음이 드러날 때가 태반이다.


시어머니는 당연히 내 아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데,
며느리는 당연히 내 남편의 이야기로 듣고 있는 것이다.
"내 아들이..."하고 말하면, "무슨 그렇게 섭한 말씀을..."하면서, "내 남편이..."한다.


세상 누구와도 논쟁이란 있을 수 있는 것이고,
그 논쟁이, 합리적이고 논리적으로, 적절하게 서로의 의사와 주장을 피력하고,
서로의 요구가 합리적인 선에서 절충을 볼 수 있게되면 해결이 잘된 일 이라고 받아들여 질 수 있겠으나,


고부라는 인간관계에서는,
그러한 합리적, 논리적 논쟁이 불가능 할 뿐만 아니라,
그후에 평생에 걸쳐 영향을 미칠 생각을 해볼 때,
논쟁을 통한 의견 조율의 접근방식은 적절하지도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무슨 상사도 아니기 때문에,
"이래라 저래라 소리 듣는 것도 한 두번이지!" 하는 생각도 들 수 있고,
어른의 입장에서도, "내가 무슨 자격으로..." 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아들이 내 소유라면,
며느리에게,
"내가 '좋은 것' 너를 줬으니까!"하고 내 공로를 주장할 수도 있겠지만,  


만일 아들 친구에게,
"내가 니 친구 훌륭하게 키워서, 니 친구 만들어 주었으니, 나 한테 꺼뻑가라!"하고 주장한다면,
웃기는 얘기 아니겠는가?


고부라는 인간관계는 가만히 생각해 보면,  
정서적으로든지,
수직적 관계든지,
수평적 관계등 아무런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관계인 것이다.

단지 내 남편의 어머니일 뿐인 것이다.  단지 내 아들의 아내일 뿐인 것이다.


피를 통한 부모도 아니고,
부부가 헤어지기라도 하는 날이면 평생에 꼴도 다시는 안 볼 사이인데,
꼭 부모로 호칭하고, 대접하며, 절절매야하고,  


같은 차원에서의 경쟁관계는 결코 아닌데,
삼각관계에서 서로 남자를 차지하기 위해 싸우듯,
아니 때로는 그것은 저리가라 할 정도로 피터지는 싸움같은 살벌함을 보이기도 하는 관계인 것이다.


그런데 "며느리가 잘못 들어오면 집안이 망한다!"는 옛말도 있듯이,  
정작 그 집안의 중요한 흐름이나, 대물림, 전통 계승, 가풍, 분위기, 그 집안의 맛과 멋등,
거의 모든 집안의 중대사는 고부관계를 통해 전수된다 할까,
인간 역사의 흐름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의 맥을 잇는 뗄레야 뗄 수 없는 인간관계가,
또한 고부라는 인간관계라고 말 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고부간의 호흡이 잘 맞느냐 그렇지 못하냐 하는 문제는,
부부간의 금슬이 얼마나 좋으냐 하는 것 보다도 때로는 가정생활에 더 큰 영향을 미치기도 하는,
아주 중요한 관건이 되는 것 또한 분명한 사실인 것이다.


고부라는 인간관계는,
부부라는 인간관계 만큼이나,
아니 어쩌면 그보다 더욱 복잡한 특수한 형태의 인간관계라 말 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어려움이 있을 수 밖에 없는,
개인 대 개인의 관계가 아닌 가정의 흐름 속에서 이해되고 조율되어야 하는,
아주 골치 아프고 동시에 아주 대단히 중요하고 귀한 관계라는 생각으로,
서로 조심스레, 정성을 다하여 접근 해야 하는 인간관계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소유의 관점에서, "너는 내 아들!", "당신은 내 남편!"을 고수 하는 것이 아닌,  
공존의 관점에서, "너는 이제 네 아내의 남편!"이라 말하며 현재를 존중하고,
"당신은 원래 어머님의 아들!"하고 뿌리를 인정하는,
모두의 평안을 위해 '공존하는 슬기'를 개발해야 하는 인간관계라는 생각을 해본다!  




















  @#$*+0ㄱㄷㅈ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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