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끝이다!

정광설 2008.05.16 21:09 조회 수 : 532


고등학교 1학년 국어 수업 첫 시간이었다.
우리 1반 교실은 건물의 제일 끄트머리에 있어서 선생님들이 제일 늦게 도착하시는 곳이었다.


작다고 느껴지는 키에, 역 삼각형의 얼굴에,
어딘가를 멀리 보는 듯한, 좀 깊게 느껴지는 눈을 갖고 계신 분이 교실에 들어 오셨다.
다른 반에 비해 선택(?)받은 관계로 늦게까지 떠들다가, 갑자기 교실은 정적에 빠져들었다.


교탁 앞에 오뚝(이 표현이 좋을 것 같다.)서서 인사를 받으시곤,
쓱 이쪽에서 저쪽까지 훑어 보시더니,
아무 말씀 없이 칠판을 향해 돌아서서 무언가를 쓰기 시작하셨다.


급우들은 분위기가 아까의 중구난방으로 떠들던 것 과는 달리,
사뭇 숙연한 분위기에서 선생님의 쓰시는 글에 집중하였다.


"시작은 끝이다!!''


교실 칠판이 꽉 차도록 큼지막하게 쓰신 선생님의 글을 보고,
갑자기 교실안이 멍해지는것 같더니, 여기 저기서 키득 키득 웃는소리가 터져  나왔다.


선생님의 표정이 더욱 깊어지고, 근엄하달까 뭐라 설명하기 어려운 표정(훗날 선생님의 말씀을 되새기면서,
혹시 그때의 표정이 "불쌍한 것들!"하시는 표정 아니셨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이 되시더니,
교탁을 출석부로 탁하고 냅다치시는 것 이었다.


찔끔해서 조용해진 우리에게 선생님의 깨달음이 폭포수 처럼 쏟아지기 시작했다.
미쳐 받아 먹을 자격을 못 갖추었던 때 였는지라 얼마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래도 몇마디 건질 수 있었던, 고맙고도 귀한 선생님의 말씀은 이러했다.


"시작은 반이 아니라 끝이다! 아니 끝이 되야 하고, 끝이 되게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초지일관(初志一貫), 중단없는 노력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이제 고등학교 학생이 되어, 그것도 명문 고등학교에 들어왔다고 기분 좋은 맛에 안주하여,
이제야말로 진짜로 자신의 인생을 위한 제대로의 노력이 절실이 필요한 이 때에,
자칫 게을리 하면 아무것도 안된다는 말씀이었다.


큰 포부를 가지고도, 그 꿈을 이루기 위한 노력을 적당히 하다 마는 존재가 아니라,
오늘의 시작이 중단되지 않고 끝까지 연결되어야 한다는 말씀이었던 것으로 기억이 된다.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리는 그 귀한 말씀 중, 어리석었던 때라 몇 말씀 기억하지 못하고,
"고등학교에 오니까 별 희안한 분도 계시구나!"생각하면서,  
그냥 재미있는 해프닝 정도로 생각해 버렸던 그 시간과 그 말씀들이,
나이가 들면서, 문득 문득 나를 일깨우고, 나의 잘못된 길을 바로 잡아 주는,
고마운 음성이고, 큰 질타이고, 큰 힘이 되어 왔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  시작은 끝이어야 한다! 시작은 끝 일 수 있어야 한다!!

이 시작이 끝까지 일관(一貫)될 수 있도록, 나의 삶에 대한 태도가 분명해야 한다!
이 시작이 끝까지 일관(一貫)될 수 있도록, 나의 삶에 대한 노력이 분명해야 한다!
이 시작이 끝까지 일관(一貫)될 수 있도록, 나의 삶에 대한 방향이 옳아야 한다!!!!!



바른 방향의 선택과, 진실된 과정과, 시작과 끝이 일맥으로 통하는 삶을 통해,
승리하는 삶을 기원하는 성생님의 축복의 말씀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선생님을 닮는 제자가 될 수 있기 위한 노력을 다짐해 본다!
시작을 끝으로 삼을 수 있는 선생님의 제자가 될 것을 소망하며, 결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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