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아! 너 나 닮을꺼지? 그치?"

정광설 2008.05.17 08:50 조회 수 : 583



아버지는 가볍고 밝은 마음으로 집으로 가고 있었다.


5살 짜리 아들이 요즘 어찌나 이쁜 짓을 하면서 아빠를 따르는지,
직장에서도 그놈 하는 짓이 생각나면 혼자 키득거리고 웃다가,
동료들에게 놀림 받은 것이  한 두번이 아니었다.


오늘도 아들 녀석이 좋아하는 빵을 한보따리 사가지고 퇴근하는 길 이었다.
오늘은 어떻게 아들을 기쁘게 해주는, 좋은 아버지 노릇을 할까를 생각하며,
아파트 앞에 서서, 아들이 배시시 웃으며 아빠 맞는 생각을 하며 벨을 눌렀다.


"느그세요?" 약간 혀 짧은 목소리였다.  아이도 아빠를 기다리고 있었던게 분명하다.
"응 아빠야." 찡 ㅡ하고 아파트 문이 열려서,
웃음지며 아들 이름을 부르며 들어선 아버지 앞에 느닷없이 총이 들이대졌다.


"삥 ㅡ야."하는 아들의 효과음과 함께 따꼼한 비비 탄 총알세례가 날라왔다.
눈치가 싼 아버지는 즉시 상황을 눈치채곤 "으ㅡ악!"하고,
멋진 폼("죽는 사람이 폼 좋다고 천당가는 것은 아니지만,
애비의 정성은 알아 먹겠지!" 하는 마음으로)으로 팍 나가 떨어졌다.


그리고 났더니!
"에이 재미없어. 그게 무야."라며 아이는 실주룩해서 주방쪽으로 휙 사라져 버렸다.


아니 이게 어찌된 일이란 말인가?
깔깔거리며, "우리 아빠 최고!"하면서,
아비 품으로 왈칵 달려와 앵길 것을 기대했는데 이게무슨 날벼락이란 말인가?


저 먹일려고 사가지고 온 빵 봉지도 날라가고 옷을  버리는 것도 마다 않고,
즉각 눈치채고 멋지게 쓰러줘 죽어(?) 줬는데,
뭐가 불만이어서 삐치는 건지 아이 아버지는 않타깝기 그지 없었다.


아이는 엄마 치맛자락을 붙잡고 아주 실망이 큰듯 삐죽 훌쩍 거리고 있었다.
뻘쭘해서 아이 엄마를 쳐다보니 한심하다는 표정의 아내는,
"아니 애가 아빠를 얼마나 오래 기다렸는데, 그렇게 빨리 상황을 끝내면 어떻해요. 
좀 오래 놀아 줘야지."하는 것 이었다.


평소에 눈치(?) 하나로 아내와 아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살고있던 아이 아버지는,
순식간에 상황이 왜 그렇게 돌아간 것인지를 눈치챌 수 있었다.


"아 ㅡ 알았어. 다시하자. 다시. 아빠가 다시 들어 올께."하고는,
후닥탁 문 밖으로 나갔다가 다시 벨을 눌렀다.


"누ㅡ구ㅡ세여?" 울먹이는,
아직 울음이 완전히 그치지 않은 목소리가 스피커에서 흘러 나왔다.


"아빠다."하고, 아까보다 더 명랑하고 밝은 목소리로 아이 아버지는 대답하였다.
마치 지금 막 퇴근하는 것 처럼 시침 뚝 떼고 문을 들어선 아빠 앞에,
"삐ㅡ야"하고 울먹 울먹하는 목소리의 효과음과 함께 비비탄 총알이 날라왔다.


"으ㅡ아.. 으ㅡ아... 으ㅡ아....."외마디 비명을 토하면서,
아이 아버지는 최대한도의 슬로비디오(?)로 쓰러지려 노력하며,
아이 앞에 개구리 처럼 납작 퍼졌던 것이었다.


아이는 콧구멍을 벌렁 벌렁하며, 웃어야 될지 말아야 할지,
웃음을 참지 못하겠는 표정을 지으며 아빠를 일으켜 주는 것이었다.


"고맙습니다! 우리 아들 착하기도 하지! 아빠를 다 일으켜주네!"하며,
와락 끌어않고 마구 마구 이쪽저쪽 뽀뽀하니,
아이는 그제서야 배시시 웃는다.(장난이지만, 아빠 쏴 죽이고, 일으켜준 아들이 착하단다???)


바로 그때,
주방에서 이 일막 일장의 보이지 않는 연출자이고 총 감독인,
엄마께서 나타나 결론을 내리신다.


"아이! 우리 아가는 좋겠네! 좋은 아빠가 있어서......"하고는,
수고했으니 이제 들어가 옷갈아 입고 나와도 좋다는 눈 싸인을 남편에게 보낸다.



아이는 그 순간 머릿속으로, 
"나도 빨리 커서 저렇게나 아들 사랑이 흘러 넘치는 울아빠 같은 좋은 아빠가 되어,
나의 아들이 퇴근하는 아비 기습 작전을,
지 엄마(내 아내)와 빈틈없이 잘 짜서 나를 느닷없이 기습했을 때,


지금 아빠가 한 것 보다 더 더욱 멋지게,
무지무지하게 느린 슬로비디오 선수(?)처럼 넘어져서,
나의 싸랑하는 아이가 지금의 나보다 훨 ㅡ씬 더 큰 기쁨을 맛 보게 해주고야 말리라!",
결심(?)을 하였다면 말이 될 것인가?


아니면, "나도 빨리커서,
우리 엄마처럼 총 감독 되어야지!"하고 생각하기가 쉬울 것일까?


물론 아이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하게 되는 무의식적인 생각일 것이나,
사람이고 동물이고, 본능적인 반응은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반응하며,


이 '유리함'이라는 것은,
말초가 편하고 말초를 만족시키는 쪽으로 더 강하게 작용하는 법임을 생각할 때,
아이의 무의식적 선호함이 어느쪽으로 작용할지는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아이들은 중요한 인물의 태도와 행동을 보고, 배우고, 닮으면서 큰다.
일시적으로 흉내 내는 모방과는 달리, 진짜로 닮고 변화하여,
그것이 아이의 초자아(super ego)를 형성하는데,
절대적으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게 되는 것이다.


이 초자아는,
자아가 현실세계와 부딪칠 때,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않고 중심을 잡을 수 있도록 하는데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며,


이 아이가 장래에 어떤 인생의 길을 걸을 것인가, 즉 양심이 바른, 이웃과 세상에 유익한 자가 될 것인지,
아니면, 양심도 없이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사람이 될 것인지를 가르는 결정적 인자가 되는 것이다.


그 갈림길에 지금 아이가 서 있고,
나의 행동 하나 하나가 지극히 중요한 영향을 아이에게 주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아이가 중요한 이를 닮는 것을 "동일시(Identification)"라고 한다.
이 동일시의 가장 분명하고 중요한 대상이, 아빠고, 엄마인 것이다.


단순히 자신을 만족시키기 위해서,
'허니 아빠'가 되거나, '허니 맘'이 되려는 이기적인 생각에서 벗어나,
진정으로 아이의 인격형성을 도울 수 있는 나의 모습이 무엇일 것 인가를 생각하며,
아이와 부모자식으로서의 관계를 맺고, 일구어 나가야 할 것이다.


자녀들 맘에 들게 행동하는 부모가 좋은 부모가 아니라,
자녀를 좋은 사람으로, 바른사람으로,
마땅히 행할 일을 행할 수 있는 사람으로 양육하는 부모가 좋은 부모인 것이다!


자녀들을 만족시켜서 흐뭇함을 맛 볼려고 애쓰는 부모가 좋은 부모가 아니라,
지금의 나를 아이가 지금 본 받고 있음을 자각하고,
지금은 내 마음이 다소 안스럽고 괴로울지라도,
마땅히 행할 일을 아이에게 가르치는 부모가,
좋은 부모임을 항시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지금 나의 이 모습과 이 처신을 아이가 그대로 배워서, 그대로 행한다는 가정하에,  
내 아이가 그렇게 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되는 마음가짐, 행동가짐 인가를 끊임없이 되물으며,
아버지 노릇, 어머니 노릇, 부모 노릇을 해야 할 것이다!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역할이,
그리고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보람된 역할이,
아버지 역할이고, 어머니 역할이고, 부모 역할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며,


"그래! 이제는 내 차례인 것을, 내가 안하면 누가 할 것인가?"라는,
역사에 대한 책임의식을 상기하며, 좋은 아버지로서의 사명을 기꺼이 감당할 결심을 다짐하여 본다!
































  @#$*+0ㄱㄷㅈ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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