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여러가지 직업이 있다지만 "정신과 의사처럼 해먹기(?) 어려운 직업이 또 있을까?"하는,
말도 안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진료를 하다보면 이 분이 진료를 받으러 온건지, 아니면 무슨 사건을 판사 앞에서 브리핑하러 온건지,  
아니면, 부부의 관계가 깨어지는 과정을 분석하고 강의하러 온건지,
아니면, 본인의 억울함을 응원하고 적(?)을 함께 물리칠 동지를 규합하러 온건지 정체가 불 분명할 때가 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얘기를 듣고 사안을 정리하고 문제점을 지적하는 의사에게서,
또 배신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집에서도, 직장에서도, 사회에서도, 배신감에 마음이 힘들어 도움을 좀 받으려고 기껏 찿아왔더니,
빌어먹을! 정신과 의사까지 배신을 때리고 있네!"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진료실을 실망 가운데 나가는 경우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는 또 다시 그 배신이 난무하는 그 곳으로 되돌아 가는 것이다.


배신을 당한건가,
아니면 배신당한 것 이라고 자신이 생각하는 건가?
혼자 생각하고, 혼자 배신이라고 내리는 결론을 누가 막을 수 있겠는가?


분명한 것은 나는 적어도 의사로서
환자를 어떻게 하면 도울 수 있을까 만을 생각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다만 문제를 보는 시각이 환자분과 다소 다를 수 있었겠지만,
나를 찿아온 환자를 배신하는 행위를 할 생각은 눈꼽만큼도 없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자기를 동조해주고 마음을 모아 자기가 싫다고 하는 그 사람을 함께 욕하지 않는다고,
의사보고 배신 때린다고 원망하며, "믿고 찿아왔더니 정신과 의사도 소용없구만!"하며 돌아가는 것이다.



이 배신감의 정체는 무엇인가?
진짜 배신을 당한건가, 아니면 배신당했다고 혼자 생각하고 있는 것인가?
봉사를 열심히 하고서 이런 서운하고 배신 당한 느낌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


이럴때는 스스로를 돌이켜 볼 필요가 있다.  
봉사했는가, 아니면 봉사한다는 나의 거룩하고 희생넘치는 꽤 괞찮은 행위를,
만족해 하고, 누리고, 혼자 의인인 듯한 자가당착에 빠져 있었던 것은 아닌가?


오른손이 하는 것을 왼손이 모르듯,
그 대상에게 모든 관심을 기울이고 진짜 도움이 되주기 위해 한 것인가,


아니면, 아니라고 말은 하고 있지만,
나의 공을 앞세우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보아야  할 것이다.


너가 나의 고마움을 모르고 배신하는 건가,  
내가  나의 기대와 다른 너의 모습을 보고 배신으로 느끼는 건가?
니가 배신한건가, 내가 만든 배신인가?


특히 부부간에,
진한 그리고 오래된 배신감을 호소하는 경우,


상대의 배우자로서의 자세가 지극히 잘못되어 있음을 지적하고, 배신감에 떨면서,
정작 본인은, 상대가 그런사람이기 때문에, 단 한번도 그 상대가 자신의 배우자라는 생각을,
해본 적도 없고, 그럴 수도 없었다고 이야기하는 것을 들을 때면,
다시 한번 배신감의 정체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나는 실제 당한 배신으로 힘들어 하는가,
아니면 내가 지어낸 배신감의 함정에 빠져있는 건가?  
자신을 냉철한 마음으로 돌아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내가 만든 배신이란 함정에, 스스로 빠진 것을 깨달을 수 만 있다면,
지금까지의 어두운 삶이 일거에 밝은 세상으로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나의 잘못된 오해를 깨닫고, 이제라도 바른 노력을 기울인다면,
나의 삶도 행복해 질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의미에서,
행여나 내가 만들어 놓은 곡해의 올가미에,
내가 스스로 걸려들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고 스스로를 돌아보는 자세는,
행복한 인생을 위한 가장 기본 자세인 것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 






   


















@*0

댓글 13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 나를 이렇게나 힘들게 괴롭히는 이 '배신감'의 정체는? [13] 정광설 2008.05.23 487
163 탕자의 아버지 ! 정광설 2008.05.22 497
162 "야! 나도 너하고 똑같이 한 표냐? 이게 말이 되냐?" [13] 정광설 2008.05.22 574
161 누구라도 아픈 만큼 성숙해 지는걸까? 정광설 2008.05.22 572
160 "아침에 딸그락 거리지 말고 조용히 먹고 학교 가라! 엄마 잠 깬다." [13] 정광설 2008.05.22 752
159 용돈은 반드시 차등 지급해야 한다?!@ 정광설 2008.05.21 509
158 유산 ! 유언 ! [13] 정광설 2008.05.21 804
157 결혼 이야기(9)... 결혼을 생각할 때 짚어 봐야할 네가지 문제들! 정광설 2008.05.20 589
156 각 즉 행 ( 覺 卽 行 ) ! : 깨달음(覺)은, 이미(卽), 행함(行)인 것을! [13] 정광설 2008.05.20 533
155 차라리 부잣집 개로 태어났더라면 좋았을껄! 정광설 2008.05.20 6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