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상이란 말은 그리 쉽게 쓸 수 있는 말이 아니다.
정신병의 대표적인 증상일 뿐만 아니라,
약으로도 치료가 잘 되지 않는 어려운 증상이기 때문이다.
망상은 그 정의를,
1)교육이나 사회적 배경과 맞지 않는,
2)설득에 의하여 교정되지 않는,
3)그릇된 믿음으로 내리고 있다.
자신의 교육 배경이나,
커나오고 살아온 사회경제적 환경과 관계없는,
사실이 아닌 그릇된 생각에 푹 빠져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걸 의미한다.
또 아무리 설득해도, 설득이 될듯 될듯 하다가는,
도로 자신의 망상적 사고의 세계로 빠져 들어간다.
이야기의 헛점을 파고들면,
"아!"하고 깨닫고 잘못을 교정하는 것이 아니라,
"아!"하고는 헛점을 보완하여,
그 망상을 더욱 짜임새있게 만들어 가는 것이다.
따라서 정신과 수련 초년병에게 선배들이 강조하며 가르치는 것은,
망상을 설득을 통해 교정하려 들지 말라는 것이다.
내가 1년차 일때, 바로 윗년차인 김선생님은,
자신의 치부일 수 도 있는 경험을 들려주며 이러한 것에 대해 가르쳐 주었다.
"옆집에서 너무 감시하고 들여다 봐서,
도저히 공부도 못하겠고 죽겠다!"가 주 증상인 고등학생을 담당했는데,
이름까지 대 가며, 옆 집에 그 친구가 살면서, 날 괴롭힌다고 하면서,
서울서는 도저히 안되겠고 제발 수원으로 하숙을 옮겨 달라고 애원을 하였단다.
망설이다가 부모님과 상의하여 수원에다 방을 얻어주니까,
한 동안은 좋아하고 잠잠하다가는 며칠이 안돼서,
"이제는 그 놈이 수원까지 따라왔다."고 난리를 치더라는 것이었다.
자기 말이 틀림없으니,
"정 의심스러우면 주민등록 발급 받아 보면 알것 아니냐."면서 힘들어 했단다.
설득하고 또 설득하다, 도저히 안돼서 단단히 다짐을 받았단다.
"너 그럼 주민등록 떼서 이상 없으면 어쩔건데?"하니까,
"아니, 그럼 믿을께요."해서, 단단히 약속받고,
아버지에게 주민등록 떼 오시라고 해서 확인 해 보니까,
역시 그 아이의 말은 틀렸고, 망상임이 분명해져서,
"이젠 꼼짝 못하겠지." 하고, 아이에게 그 주민등록등본을 보여 주니,
아이가 한참을 멍하고 있다가는,
"이제는 나라까지 짜고 날 괴롭히는군요."하였다는 것이다.
이런게 망상이다.
그런데 이런 병적 망상보다 더 무섭고 파괴력이 강한 망상이 있으니,
다름아닌 "남자는 그래도 돼!"라는 망상이다.
"남자는 사회생활 하다 보면 술 먹고 늦을 수도 있고,
집에 안들어 갈 수도 있고, 술집 여자랑 잘 수도 있고,
내 친구 누구도 그렇고, 내 주위 남자는 다 그런데,
옛부터 영웅호색이라, 남자는 그래도 되는 것 아니냐!
그런데 마누라는 그것도 이해 못한다.
그래서 미안하다고 했는데도, 자꾸 그 얘길 하면서 사람 성질을 긁는다.
그러니 주먹이 나갈 수 밖에 없는 것 아니냐!!?"
"여자는 남자하고 다른것 아니냐?
여자는 집안에 조신하게 있는게 본분아니냐?"하고,
그 옛날에도 어림없었을 만한 말을, 너무도 당당히 하는 경우를 볼 때면,
이건 망상의 수준을 넘어,
"망상은 약으로 고칠 희망이라도 있지..."하는 생각을 안 할 수 없게 된다.
"남자는 그래도 돼!"가 아니라, 사람은 그럴 수 있다.
유혹에 걸려 넘어질 수 있다.
그러니까 "그래도 괞찮다!"는 아닌 것이다.
그런데 그게 "그래도 돼!"를 넘어서,
"그래야 돼! 그래야 남자지!"로 진행되면,
이것은 말 그대로 망상의 수준을 넘는 것이 되고 만다.
그리고 그 결과는 가정의 파멸과 평생 일군 공동체의 해체이다.
이것이 진정 바라는 바 였냐고 물으면 절대 아니란다.
그러면서 남자가 그럴 수 있는 것을 이해 못한 아내를 탓 한다.
방어운전 안하고 죽으면서,
"나는 교통법규 위반 안했어요!!!"하고 외치는 격이다.
꿈에서 깨어나야 한다.
망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누구도 누구를 함부로 취급할 권리는 없는 것이다.
"나는 내가 좋은 대로 할테니, 잔소리 그만하고,
너도 니 맘대로 하고 싶은대로 하면 되잖아!"하고 있는 경우가 있다.
이 말이 성립되고 통용되면 그야말로 동물의 왕국인 것이다.
아니, 동물의 왕국에서도 짝을 짓고 나면, 그 뒤로는 지맘대로 못하는 것이다.
사람으로 태어나 동물의 왕국의 일원이 될 수 는 없는 것 아니겠는가?
부부지간에,
특히 성적인 행위에 있어서,
먼저 상대를 헤아리고, 상대를 노엽지 않게, 거절감이 없도록,
상대를 만족스럽게 할려는 마음 자세가,
부부라는 공동체를,
참된 살맛나는 공동체로 만드는데 절대적으로 중요함을 다시한번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