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진짜 소원은?

정광설 2008.06.06 17:47 조회 수 : 652



며칠 전 수능 모의고사 보는 고3생들의 모습이 방송에 나오는 것을 보며,
올해 또 연말되면, 얼마나 힘들고 시끄러운 일들이 벌어질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수리영역의 시험이 좀 어려워 질꺼라는 멘트를 들으면서,
수험생 아닌게 다행이다라는 생각도 들었다.


수험생들은 지금 이 순간 누가 제일 부러울까?
아마 대학생, 그것도 대학교 1학년 아닐까?


내가 그렇게 가고 싶고, 되고 싶은 대학생이 이미 되어서,
대학생으로서의 삶을 누리는,
그 사람들이 가장 부러울 것이 틀림없을 것이다.


강연을 가서 "우리의 소원은?"하고 물으면,
왠 뜬금없는 질문이냐는 듯 까르르 웃으며,
"통일"하는 소리와, "무병장수"하는 소리가 엇비슷하게 나온다.


"거룩한 분들이 이용해 먹는 그런 것 말고,
그냥 평범한 소시민의 가장 큰 바람이 있다면 무엇일까요?"하고,
슬쩍 유도하는 질문을 던지면, "무병장수요"하는 대답이 주류를 이루게 된다.


그렇다!


굳이 유도를 하지 않아도,
병 없이 오래 살고 싶다는 것이,
보통 평범한 소시민의 소원이라는 데는, 대체로 동의할 것이다.


무병장수라는 낱말은, 무병(無病)과 장수(長壽)라는 두 단어가 합해진 말 인데,
둘 중 어느말의 뜻이 더 중요한 것일까를 질문하면,


처음에는 거의 모두가 '무병(無病)'을 꼽는다.


이 시대가 갖고 있는 가장 위험한 현상의 하나가,
'본말(本末)의 전도(轉到)'가 너무나 아무렇지도 않게 우리에게 익숙해 있다는 것이다.


다른  말로 표현해 보면,
빈대 잡기 위해 초가삼간 태우면서도,
"빈대를 잡았잖아!"라고 큰 소리 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그래도 집을 태워서야 되냐고 말리면,
"그럼 빈대 물리란 말야?  당신은 빈대 물리면 좋아?"하고,
빈대에 물렸을 때만 확대해서 생각하고 주장하느라,


정작 빈대에 설혹 좀 물리는 한이 있어도,
집을 보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은 뒷전으로 밀어내고,


비본질적인 문제나, 조건에 해당 되는,
있으면 좋고 그러나 없어도 큰 문제가 아닐 수 있는 문제를,
최고로 중요한 문제인 것 처럼 주장하는 식이 되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건강도 그렇다.  
건강은 인간으로서의 가치있는 삶을 위해 중요한 것이지,
건강 그 자체가 지고무상의 가치를 지닌 것은 분명히 아님에도 불구하고,


"건강이 최고야!  건강을 잃으면 다 잃는 것이야!"를 주장하며,
그 건강을 지키기 위해 죽기살기로,
목숨걸고(?) 투쟁하는 경우들을 볼 수도 있다.


마치 건강하기 위해 역사적 사명이라도 부여받은 듯,
건강관리에 모든 것을 우선하여 매진한다.


그래서 건강하면 훌륭한 삶이고, 위대한 인생이고,
후손이 길이 길이 본받을 스승이라도 된다는 말인가?


무병장수란 단어에서,
무병은 장수의 조건(條件)에 해당되는 의미이다.  
장수가 본뜻이고, 기왕이면 무병이면 좋겠다는 의미인 것이다.


무병이 아니면 장수가 의미가 없는 것이 아니라,
비록 병이 있어도, 장수가 모든 인간이 소원하는 것이란 의미인 것이다.


즉 '우리의 소원이 무병장수'라는 말은,
'우리의 소원은 노인되는 것' 이라는 말과 다르지 않은 것이다.


새벽부터 밤까지, 죽기 살기로 대학가기 위해 노력하는,
수험생의 목표가 일단은 대학생이 되는 것이듯,


새벽부터 밤까지 죽기 살기로 건강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은,
노인되기 위한 발버둥인 것이다.


수험생이 대학생 부러워하듯, 나는 노인을 부러워 하는가?

수험생이,
그 대학생이 어떤 인격의 소유자인 것을 아는 것과 관계없이,
내가 원하는 대학의 학생 앞에 서는 알아서 조신하게 행동하듯이,


나는 노인 앞에 서면,
그 노인이 어떤 인생을 살아온 분이고,
지금 어떤 처지에, 어떤 위치에 있는 분인지 와 관계없이,
성경의 "센머리 앞에서 일어나라!"하신 말씀처럼 조신하게 행동하는가?


수험생이 진정을 다하여 대학생이 되기를 소망하듯이,
나는 진정으로 노인이 되기를 소망하고, 내일을 고대하는가?


그렇게 힘들여 대학생이 되었을 때,
누가 알아주는 것과 관계없이,
스스로 뿌듯하고, 자신을 자랑스럽게 여기듯,


노인인 것이 자랑스럽고,
뿌듯하여,
노년의 축복받은 삶을 누리고 있는가?


늙으면 죽어야 되는가?
인생의 가는 길이 죽음에의  길임은 누구나 다 아는것,
살아 있음을 감사하며, 참된 노년을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우리의 소원은 노인되는 것이다.  
노인이 되기 위해 비싼 보약도 먹고, 힘든 운동도 하고,
열심이 골프도 치러다니는 것이다.


건강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건강한 몸과 마음을 기초로 하여,
영화의 면류관으로서의 노년을 보내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적어도 수험생 보다는 더 열심히,
노인이 되기 위한 노력을 하여야 할 것이다.


기왕이면 멋쟁이 노인이 되기 위해,
일류대학 지망생 보다는,
오늘을 더욱 보람있게 운용하도록 노력하여야 할 것이다.


늙으면 죽어야 하는 퇴물이 아니라,
그렇게도 소망하던 소원이, 축복을 통해 이루어져,
"백발은 영화의 면류관!"이라는 성경의 말씀처럼,


빛나는 면류관을 쓰고, 영화를 누리고 있는 것 임을 스스로 깨닫고,
그렇게 느끼고 사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늙은 것은 저주가 아니고,
축복이고,
영광이고,
소원성취인 것이다.


아무리 늙어,
모든 것이 쇠했어도,


사랑을 나누고,
후손의 축복을 빌어줄 수 있는 능력이 살아있음을 감사하면,
살아있을 가치가 충분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 모든 이야기가,

저쪽에 있는 어떤 불쌍한 노인에 대한 얘기가 아니라,

나의 소원이 겨우 성취된 그 다음의 내 이야기일 수 있음 임을 젊어서 깨달아야,

오늘의 나를  바른 방향으로 인도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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