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학생, 아내는 직원?

정광설 2008.06.17 08:58 조회 수 : 508



"세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라는 말도 있고, "지 버릇 개 주나?"라는 말도 있다.
우스게 소리로, 남편은 아내 반의 학생이 34명이면 35번이라고 말하며 웃는다.
아내가 직장에서의 부하 여직원으로 생각되고, 취급(?)당하는 경우도 있다.


물어보면 절대로 그렇게 생각한 적이 없다고 한다.
그런데 말하는 거나, 다툼이 일어난 과정의 얘기를 듣다보면,


선생님 말씀 안들어 혼좀 냈더니,
요놈의(?) 학생(남편)이 선생님께 감히 반항해서 소리가 커진 경우가 많고,
요깟 여직원(아내)이 감히 상사의 명령을 찍소리 없이 따르지 않고 꽁시랑대서 준엄하게 나무래다,
"내가  누군데?"하고 항의하는 아내의 태도에 당황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의사에게도 그렇다.


며칠전 환자에게 전화를 받고 보니 이것 저것 지시를 하고 있다.
약을 지난번 그때와 똑같이 지어서, 내가 누구를 보낼테니 그렇게 알고 인편에 보내라고,
말은 존대이고, 말은 원장님이지만, 내용과 흐름은 지시와 명령이다.


본인이 와서 진료받고 약을 지어야 된다고 하니, 아니 지난번에는 내가 가주지 않았냐는 말씀이다.  
바뻐서 못 간다는데 너무 빡빡하게 굴지 말고 시키는 대로 하라는 말투다.


안된다고 하니 아주 섭섭해하는 눈치다.
만나서 이야기 해보면 아주 교양있고, 상냥하고, 예의가 똑 부러지는 분이다.
회사에서 많은 사람을 다스리는 위치에 있는 분이다.


자신도 모르게 버릇이 나오는 걸꺼다.
의사를 뭘로 보고 지시하냐고 항의라도 하는 날이면,
무슨 소리냐고 펄펄 뛸게 틀림없다.


상대가 지시하는 소리로 듣던지,
상대가 반 학생 다루는 것 처럼 느껴지든지,
상대가 부하 여직원에게 명령하듯 한다고 서운해하던지,
나는 모르기가 쉽다.


내가 익숙한 대로 말이나 행동은 이루어 지는 것이다.
따라서 익숙한 것을 너무 당연시 할 때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상대를 대할 때,
자기 딴에는 친절히 잘한다고,
남편에게 하던 행동처럼 남에게 해도 안될 것이고,
익숙하다고 친구 대하듯, 반 학생 대하듯 남편에게 해서도 안될 것이다.


가까운 사람이기 때문에 예의에 더 신경쓰고,
아내이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게,
아내의 심기를 헤아리고, 배려하며, 관계를 맺고 유지해야 할 것이다.


그냥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살면 편할텐데, 왜 이리 생각할께 많은 것인가?

단순히 나의 생존만이 목적이 아니라,
아름다운 세상,
이웃을 행복하게 하는 세상,
살아서 천국을 일구어 내는, 축복받은 인간으로서의 삶을 살자니 그런것 아니겠는가?


비록 다소 힘들고 불편할지라도,
인간다운 삶을 위한 노력이라면,
기꺼이 받아들이리라는 각오를 다져본다!  


상대를 대함에 있어 내 기준으로, 나 편한대로 대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를 고려하고, 배려하며 대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을 것을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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