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몰이의 대상이 아니어야 한다!

정광설 2008.06.18 13:13 조회 수 : 451



벌써 30년도 더 지난 옛날의 추억이다.
횡성 근처에서 군대생활 할 때의 기억이다.
전형적인 시골길을 아침 일찍 출근하다 보면 정겨운 모습들을  볼 수가 있었다.


들녘에서 피어오르는 아침밥 짓는 연기,
여기 저기 뛰어다니며 짖어대는 동네 개들의 합창과 더불어,
잊혀지지 않는 모습 중 하나가,


소 몰이꾼이 뒤에서 "이려  쯔쯔"하고 줄을 흔들며 회초리를 찰싹거리면,
자세를 잡고 반듯하게 잘도 길을 따라 걷던 어미소와,
그 어미소 뒤를 목 줄도 없이 바짝 붙어 쫄랑쫄랑 따라가던 송아지의 모습이다.


차들이 꽤 많이 다니는 길을,
느긋하게 가는 회초리 하나 달랑 들고,
긴 줄을 넉넉히 잡고,


어슬렁 어슬렁 별로 서두는 기색도 없이 걷던,
소 몰이꾼의 모습이 인상깊었던 기억이 난다.


가끔 "이려"하는 소리와, 허공에 슬쩍  휘두르는 회초리 소리에,
소는 죽으러 팔려가는 줄도 모르고,
열심히도 그 몰이꾼의 의도대로 횡성 한우 시장으로 가곤 하였던 것이다.




환자와 열심히 얘기하다가,
별로 감흥을 받는 것 같지 않은, 시큰둥한 상대의 얼굴을 보며,
문득, "내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무엇인가 환자에게 꼭 필요로하는 것을 알려주려 애쓰고 있나?  
환자를 가르치려, 내 가치기준과 가치체계를 우격다짐으로 쏟아 붓고 있는 건가?
환자를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몰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알려 줄 위치에 있는 자들이,
독자의 유익을 위한 선별이 아닌,
자신들의 주장으로 사람들을 몰고가는데 필요한 소식들만 선별하여 알려주고,  


바르게 하나님과 인간과의 관계를 가르치지 아니하고,
자신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혹세무민하는 이단들의 발호를 개탄하다가 문득 든 생각이다.



부끄러운 짓도 반복하다 보면 무뎌져서 부끄러움을 모르는 낯이 되듯,  
나 자신도,
나도 모르는 사이에,  
알려준다는, 가르쳐준다는 착각 속에,


상대를 내가 그어 놓은 구획에 따라,
몰고가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죽임당하러 가면서도, 열심히 몰이꾼의 의도대로 앞서 가는 소처럼,
나도 누군가의 몰이에 끌려가고 있으면서,
까맣게 모르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눈 감으면 코 베간다던 세상이 진화(?)하여,
눈 떠도 옷 벗겨가는 세상이 되더니,
이제는 생각까지 왜곡시켜 나를 혼란스럽게 하고,


더 나아가, 영혼까지 변질시켜,
우리들의 삶을,
불행의 구렁텅이로 몰고가는 세상이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누군가를 내 뜻대로 몰아가려는 마음도 금물이겠지만,
내가 누군가의 의도대로 몰려다니는,
몰이의 대상이 되어서도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신차리고,
나를 몰이의 대상으로 삼아,
자신들의 사욕을 채우려는 자들의 궤계를 물리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신차리고,
나는 옳은 줄 알고 열심을 다하지만,
실은 나도 모르게 누구를 내 뜻대로 몰아가려고 애쓰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항상 조심해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짐승이 몰이의 대상이지,
사람은 결코 몰이의 대상이어서는 안될 것이다.


죽임 당하러 열심히 앞에서 걸어가는 소처럼, 몰이의 대상이 된대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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