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의사로서 가장 뿌듯하고 기분좋은 때는, 환자가 자신의 문제를 깨닫고, 바람직한 변화가 일어날 때이다.
즉 병식이 생겨서, 자신을 바로 돌아볼 수 있게 될 때이다.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랜다!"는 말은, 바로 지금 이 시대의 사회상을 제대로 표현한 말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문제는 자기가 똥 묻은 개인 것을 미쳐 모르고, 잘못 큰 소리 칠 경우라면, 일깨워 주면 바로 설 가능성이라도 있고, "내 말이 진짜야!"하고 자기가 옳은 줄로만 생각하는 망상이라면, 약이라도 쓰면 변화할 가능성이 있다 할 수 있겠으나,
"나는 절대로 옳아, 나는 절대로 틀리지 않아!"하고, 자신의 문제를 보려하지도 않고, 알고도 모른체하며, 더 큰 잘못을, 작은 잘못 '바로 잡는다'는 논리로, 사명감(?)을 갖고 저질르며, 자신만이 이웃과, 이 사회와, 나라와, 민족을 사랑한다고, 거짓 주장하는 것이 문제인 것이다.
나는 똥 묻은 개인가?
겨 묻은 개인가?
아니면, 둘이 싸우다가 하나가 죽으면, 줏어다 먹으려고 기다리는 몰염치한 구경꾼인가?
나는 나의 후손에게, 그때 나는 어떠했노라고, 무엇을 했노라고, 무슨 말을 할 수 있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