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나쁜 놈들아, 나 오줌 좀 누자!"@0

정광설 2008.06.29 12:47 조회 수 : 760

응급실을 통해서 환자가 입원을 하였는데,

협조가 영 안된다는 간호사의 전갈을 받고,

가슴이 덜컹하면서,

"또 고생 좀 하게 생겼구나."하는 마음으로 병실에를 들어갔다.


얌전하게 생긴 20대 후반의 여성이었다.

무언가 불안해 하며, 쫒기듯 안정을 못하고 서성이고 있었다.

말못할 사정이 있는데도 말하기가 부끄러워 절절매는 듯한 느낌에,

"무슨 얘기든 괞찮으니, 마음 편히 먹고 얘기해 보세요.

무엇을, 어떻게 도와드리면 좋겠어요?

뭐든지 도와드릴테니 얘기해 보세요."하며 살살 달랬더니,

무슨 심각한 소리도 아니고,

소변이 마려워 죽겠다고,

억지로, 겨우, 수줍음을 뚫고 이야기 하였다.


의외의 대답이어서,

이게 무슨 소리인가 의아해 하면서,

"일단 환자의 불편부터 해결하자!" 하고,

당직 간호사에게 도와줄 것을 부탁하였다.


간호사의 말이,

너무 소변이 많이 차서 스스로는 보기가 어렵다는 것 이었다.

유도관을 삽입하여 보게 했는데,

약 1100씨씨 정도 나왔던 것으로 기억된다.

소변을 보고 나니,

환자는 얼굴이 다소 펴지면서 차츰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였다.


직장에서 매표하는 일을 하는 직장여성 이었는데,

최근 언제부터인가,

자기가 무엇을 하기만 하면,

누군가가 자신의 행위를 지적했다는 것 이었다.

밥 먹으면 "너 밥먹는구나!"하고,

목욕탕에 들어가면, "너 목욕탕 들어가는구나!"하는 바람에,

너무 무섭기도 하고, 챙피해서 옴짝달싹할 수 없었다는 것 이었다.

화장실에 가기만 하면 영낙없이,

"너 화장실 가는구나!"하는 바람에,

누가 빤히 보고 있는 것 같아서,

도저히 소변을 볼 수가 없어,

참고 참다 보니,

터질 지경이 되서 병원에 오게 되었다는 것 이었다.


정신병의 증상 중에,

이렇게 편집증상의 하나로서,

누가 지켜보고,

미행하고,

몰래 카메라로 감시하고,

거기다 행동 하나 하나를 할 때 마다 컴멘트하여,

환자를 불안과 두려움과 공포와,

혼자만 왕따 당하고,

피해받고 있는 듯한 상황에 빠지게 하는 경우가 있다.


이때 중요한 것은,

이런 경우에도,

옆에서 보기에는 별로 표시가 안나는 경우가 상당히 많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한 생각과 반응이,

마음 속에서만 일어나는 극히 주관적인 경험이기 때문에,

본인이 문제를 일으키기 전에는 주위에서는 눈치를 못 챌 때가 흔히 있다.


이번 경우도,

이 여성분이 너무 힘들어,

도저히 못참겠어서 부끄러움을 무릎쓰고 말했으니 망정이지,

이 증상이 다른 형태였다면 언제 드러났을런지 알수없는 것 이었다.


정상하고 아주 비슷한, 정신병적 증상이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정상하고 비슷해서 잘 노출되지 않았던 경우는,

오히려 획가닥 이상해 졌던 경우보다 치료가 잘 안되는 경우가 많다.

갑자기 심한 정신착란 증상을 보인 경우가 오히려,

언제 그랬냐는듯 호전되는 수가 많다.


본인은 물론이고,

주위에서도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문제에 부딪쳤을 때,

그냥 대충 넘어가지 말고,

꼭 전문가와 상의하여 확실히 하는 것이,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유지하는 비결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환자와 친해지면서 보다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는데,

그중 잊혀지지 않는 말이,

속으로 수도 없이 원망하며 욕했다는 것이다.


"이 나쁜 놈들아, 나 오줌 좀 누자!"

얼마나 힘들었을까?


며칠전,

지난 수년을 누군가가 지켜보는 가운데 참고 살다가,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한 시누이에게 인도되어 온 여성환자를 대하며,

옛날 수련시절의 그 분이 생각이 났다.

며칠후,

아주 많이 편안해 보이는 얼굴로 방문해서는,

신기하다는 표정으로 좋아졌다고 하면서,

첫날과 달리 기꺼이 약을 받아가는 환자분을 보며,

조기 발견, 조기 치료의 중요성과 더불어,

내 주위에도,

이렇게 속으로 혼자서만 이상한 경험속에 빠져있는 사람이 있을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을 다시한번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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