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이거 쑥스럽구먼!" (Thought Broadcasting) @

정광설 2008.06.30 13:38 조회 수 : 488


옛날 공권력의 서슬이 퍼렇게 날이 서서, 세상이 공포 분위기에 싸여 있던 때 이다.

하루는 병실 당직이라, 휴일 오전에 병동에서 환자들이 TV 시청하는 것을 지켜보고 있는데,
30대 초반의 남자 환자가 TV를 보다 말고, 빙그시 웃으며 방으로 들어가는 것 이었다.


증상이 상당히 좋아져서, 이젠 한시름 놓았다고 생각하고 있던 환자였는데,
그런 모습을 보여, 덜컹하는 마음으로 방으로 따라들어가 물어보았다.


"왜 TV 계속 보지않고 들어왔어요?  아무도 없는데 심심하잖아요?"하니,
씩 웃으며 말없이 쳐다만 본다.


"왜 무슨일 있어요?"
"아뇨."
"그럼 왜,  TV서 뭐라 해요?"


어떻게 아냐는 표정으로 놀래서 날 바라본다.  
살살 구슬러서 왜 들어왔는 지를 들어본 결과가 이런 것 이었다.


대통령이 연두기자 회견을 하면서,
너무 자기 얘기를 하니 민망해서 앉아 있을 수 가 없었다는 것 이었다.


겸연쩍기도 하고, 너무 자기 얘기를 하면서, 자꾸만 자기를 띄우니,
미안해서 앉았기가 거북해 들어왔다는 것 이었다.


정신병의 증상중에 자신의 생각이 줄줄 새 나가서,
남들이 내 마음을, 내 생각을 다아는 것 같다 라고 하는,
사고누출(Thougt Leakage)이라는 증상이 있다.


그리고 이와 비슷한 현상이,
매스콤을 통해, 온 세상에 자신의 생각이나,
자신에 대한 사항이 알려지는 것으로 굳게 믿는 망상이 있기도 하다.


어디를 가든지 사람들이 자기를 알아보고, 자기 생각을 알고,
매스컴까지 동원하여 이야기를 퍼치고, 심지어는 TV 앵커까지 날 보면서 내 얘기를 하고,


내가 비스듬히 돌려 앉으면, 그 앵커까지 비스듬한 자세를 취하면서,
나에 대한 얘기에 열을 올린다고 말하는 경우가 있었다.


약간 과대망상이 있는 경우는, 이러한 현상을 다소 즐기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하지만,
피해망상이 강한 경우에는, 세상에  도망갈 곳도 없다는 절박한 심정에 빠지게 되어,
심하면 자해나, 가해의, 충동적 행동을 하게 되기도 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문제는,

이런 증상이, 슬쩍 슬쩍 생활중에 드러날 수 있는데,
이때에 부모나, 도움을 줄만한 위치에 있는 사람이,
"왠 씰데없는 생각만 하고 있냐!"고 일축해 버리거나,


"그건 그런게 아냐!"하면서,
열심히 나름대로의 기준을 갖고 설득하려 노력하는 것이다.


어느 경우나,
병의 진행을 방치하고,
오히려 병의 진행을 돕는 결과를 낳아,


나중에 알고 나면,
"그때 치료를 시작했어야 하는 걸!"하면서,
안타까워할 때가 종종있다.



본인은 물론이고,
청소년기에 있는 우리의 자녀나, 이웃이,
다소 엉뚱한 소리를 하면,


무조건 병이라고 몰아부칠 것은 아니지만,
동시에 "괞찮아!"로 일관하는 것도,
문제를 키우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더구나, "정신과는 무슨! 쓸데없는 소리하지마!"식으로,
정작 가장 도움이 될수 있는 전문분야를 도외시하는 태도는,
문제를 제대로 헤아리고 평가하여 적절히 대처하는데 방해가 되는 태도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자신만의 생각에 빠져있거나, 서로의 대화를 일방적으로만 받아들이고, 해석하고, 그에 따른 행동이나 감정변화를 그대로 드러내는 경우에는, 보다 진지하고 전문성에 입각한 관심을 기울여, 호미로 막을 수 있는 일을 가래로도 막을 수 없는 일로 키우지 않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 생각해 본다.











댓글 0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24 배부른 소리! 정광설 2008.07.10 485
223 눈높이 Vs 군중심리 Vs 비전 정광설 2008.07.09 342
222 "옛다! 이걸로 신혼여행가서 저녁 값 하려무나!" [12] 정광설 2008.07.08 454
221 구별과 분별은 인간의 필수적인 덕목이다! @ 정광설 2008.07.07 463
220 중독 이야기! 정광설 2008.07.05 574
219 같이 하고, 교대로 하면 될텐데...... @#$*+ㄱㄷㅈ0 정광설 2008.07.04 481
218 사람은 자연 속에 있는 존재이지, 자연의 일부가 아니다! [12] 정광설 2008.07.03 411
217 "지금의 나의 모습은, 당신의 작품이라오!" @0#*+ㄱㄷㅈ$ 정광설 2008.07.02 409
216 조정망상(Delusion of Being Control) @ 정광설 2008.07.01 947
» "아니 이거 쑥스럽구먼!" (Thought Broadcasting) @ 정광설 2008.06.30 4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