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중년부부가 면담을 요청하였다.                                                    
웃는 모습이 푸근한, 좋은 인상을 지닌 부부였다.


얘기를 나누면서, 처음 받았던 인상과는 달리, 남편은 억지로 마지못해 끌려(?)온 분 이었고,
도대체 내가 왜 여기에 앉아서, 이런 기분 나쁜 지적을 들어야 하나 하는 태도를 보였다.


사건의 개요는 이러했다.


어제 한 잔 먹고 들어온 남편이 안방 화장실에서 목욕을 하려는데 수건이 없어서,
" 이 ㅆ ㅂ ㄴ! 내가 몇번을 얘기했는데 아직도 수건하나 제대로 못챙겨!"라고,
냅다 아내에게 쌍욕을 했다는 것이다.


나름대로 하느라고 하면서 산다고 생각해 왔던 아내는, 신혼 때 한번 들었던 그 욕을,
아직도 삭히지 못하고 마음 한편에 쑤셔박고 참고 살아왔는데,


20여년 만수받이하며 자기만을 위해 살아온 지금에 와서,
또 그딴 욕을 먹으니 너무 힘들었다는 것 이었다.


그렇다고 둘러 엎을 수 도 없고,
남편에게 사정하여 정신과에 오게 되었다는 것 이었다.



얘기를 죽 듣고 진행하다, 남편에게 물어 보았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잘못했다고는 생각합니다."

"반성하셨습니까?"

"........"

"사과하셨습니까?"

"아뇨."

"진짜 내가 잘못했구나, 다시는 이런 일 없어야 되겠다고 결단 하셨습니까?"

"..........."

"기분이 안좋으십니까?"

"예, 기분이 별로네요. 내가 왜 여기와서 이런 얘기 들어야 되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다시 한번 여쭤 볼께요. 잘못한 걸 아십니까?"

".........."




오래 이야기를 나누고, 웃으면서 나가시는 두분을 보면서,
그래도 뭔가 얻어가는게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감사하는 마음이 들었다.



안다고 생각하는 것은,
그냥 생각일 뿐,
실제로는 아는 것이 아니다.


더구나,
나 하고는,
아무 상관없는 것이다.


냉장고에 들어 있는 음식은,
나 하고는 상관없는 것이다.


냉장고에 들어 있으면,
내 배가 불러지는 것이 아니라,
꺼내서 먹어야 비로서 배부르게 되듯이,


바로 알아야,
즉 나를 변화시킬 수 있는,
"앎"이어야 아는 것이지,


그냥 안다고 생각하고,
나에게 아무 변화도 일으키지 않는 것은,


안다고 생각하는 것이지,
아는 것이 아닌 것이다.



아내의 아픔과,
한스러움을,
뼈져리게 느끼며,


내가,
얼마나,
아내를 아프게 했고,


천하에 못할 짓을,
못할 소리를,
해서는 안될 소리를 한 것인가를 깨달아야,


다시는,
그런 잘못을 범할 가능성이,
다소(?) 줄어들 수가 있을텐데,


깨달으라고 지적해주는,
의사의 꼬집음이 승질을 돋구고,
모멸감을 느끼게 하고,
"왜 씰데없이 이런델 오자고 한거야!"하면서,


또 욕을 할 에너지를 재충전하고 있는 것이다.



아내가 불행한데도 불구하고,
행복한 남편이 있을 수 있을까?



아내를,
불행을 느끼게 만들면서도,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 하며,


반성하지 않고,
변화하지 않는 남편이,
사랑받고 행복함을 누릴 수 있을까?


거듭되는 의사의 물음에,


남편은,
자신의 이기적이고,
일방적이고,


자기가 편리한 것으로 생각했던,
사고방식과 대처방식이,
결국은  자신을 불행의 수렁으로 몰고가는 것 임을 느끼는 것 같았다.



의사의 말이,
잘못을 지적하여,
기분 나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한게 아니라,


자신을 진정 행복한 사람이 되라고,
부부의 관계를 바라보는 시각을,
교정해 주려는 노력임을 깨닫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감사한 마음이다.


"신경질 나게 왜 자꾸 행복해지라고 난리야!"하는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기에,
지적을 깨달음으로 받아들이는 분을 만나면, 고맙고,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바람직한 변화가, 그 부부에게 일어나리라 확신하고,
이번 일이 계기가 되어, 보다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서로에게 진정으로 좀 더 다가가는 부부가 되기를 기원한다.



안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는 것도 아니고,


알아도,
나에게 변화를 일으키지 않는 앎은,  


괜히 냉장고 자리만 차지하고, 썩어가는 음식처럼,
나 하고는 아무 상관도 없고,
오히려 없느니만 못할 수 있는 것이다.


안다고 생각이 들면,
"진짜 아는가?"하고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


그 해답은,

그것을 앎으로,

나에게 어떤 변화가 왔나,

나의 주위에 어떤 영향력이 발휘되었나,

나와,

내 아내와,

나의 이웃이,

얼마나 더 행복해졌나에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

댓글 0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34 사랑은?.....(5)문 정광설 2008.07.21 423
233 사랑은?.....(4)문 정광설 2008.07.19 470
232 사랑은?.....(3) 정광설 2008.07.18 495
» 안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는 것도 아니고, 나 하고는 아무 상관도 없는 것이다!!! 정광설 2008.07.17 480
230 사랑은?.....(2) 문 정광설 2008.07.16 404
229 사랑은?.....(1)문 정광설 2008.07.15 449
228 하나님 말씀인가, 아니면 병적 현상인가 ??? @ 정광설 2008.07.14 582
227 나는 어떤 자인가!!!!!( 성에 안주하는 자인가, 감옥에 갇혀 사는 자인가?!)@ 정광설 2008.07.12 457
226 제일 예의를 지켜야 될 인간관계는 부부관계이다! 정광설 2008.07.11 541
225 만나 보니, 역시 귀신 도깨비는 아니었다!!! @ 정광설 2008.07.11 4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