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보나?!

정광설 2008.07.29 09:49 조회 수 : 378



40대 중반의 아주머니다.

몇년만에 와서 답답함을 호소하며 약을 지어가고,
며칠만에 다시 방문하였다.

오시라고 한 날보다 하루 늦었다.



"어떠셨어요?"

"똑같애요."

"어떤데요?"

"속이 답답하고 심난하고... 똑같애요."

"약 먹고 달라진게 없으세요?"

"약 먹을 때는 괞찮았어요. 약 안 먹으면 똑같애요."


기가 막힐 노릇이다.
고쳐달라고 약 타러 와서는,


준 약 먹고,
증상이 좋아져서 불편한게 없었다고 이야기 하지않고,
약 안먹으니 매일반이라고 시큰둥 애기하고 있다.


''무엇을 보느냐?''의 문제이다.


"언제까지 이 놈에 약을 먹어야 된단 말입니까?"하고,
화를 내는 분들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우리 아버지께서 돌아가시기 불과 얼마전에 하시던 말씀이 생각난다.
"내가 얼마나 더 살겠다고 약 안 먹으려 애쓰냐?  
약 먹고 잘자고 났더니 아주 기분이 좋구나!"


''무엇을 보느냐?''의 문제이다.


똑같은 상황에서,
'있는 것'을 보는 사람은,
"야! 그래도 이게 어디야!"하면서, 행복할 수 있고,


'없는 것'을 보는 사람은,
"이까짓거 있으면 뭐해!"하면서,  불행한 것이다.


자신의, 사안과 상황을 보는 스타일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진료실을 나가는 그분에게,
큰, 무지하게 큰 변화가 있을 것을 믿고, 그럴 수 있기를 기원한다.


똑같은 상황에,
똑같은 사람인데,


불행에서 행복으로,
세상이 뒤집어지는 위대한 변화가 있을 것을 기대해 본다!























@$+0ㄱㄷㅈㅊ
작성자 : 공감의  at 2008-07-29 14:41 Mod.  Del.
그런 환자들 많아서 이제는 " 다 날 때 까지 먹는 거죠" 라고 말합니다. 이 말 듣고 자기도 할 말 없어 웃더군요.


작성자 : 그것이 참  at 2008-07-29 17:22 Mod.  Del.
당연한 소린데, 뭘 보든 안보든.
먹으면 좋아지고 안 먹으면 나빠지고.....
이런 호소를 하면 "당연-하쥐"라는 멘트를 일단 날려줘야 하는 거 아닌가요?
너무 기막혀 하지 마셔요, 탱이님.
그래도 탱이님이 주신 약을 먹고 "좋아졌다"는게 어딥니까? 먹고도 "안 좋아진다"고 박박 우기는 환자들도 얼마나 많은데요?
먹고 좋아졌다니 순진한 거죠. 한마디만 더 쓰세요.
"걍, 주---욱 먹어"



작성자 : 콩알아빠  at 2008-07-29 18:03 Mod.  Del.
제 짬밥에도 자주 겪는 일인데...요즘 다양한 레퍼토리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
환자 치료에 대해 연구하기보단 response로 쓰일 구라 개발에 더 신경을 쓰는...^^;;;


작성자 : 지소의  at 2008-07-29 18:38 Mod.  Del.
치:(약간 웃음을 띠며)"약먹어도 조절 안되는 분도 있는데 그래도 다행입니다"
또는
치:(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신경'화'가 깊어서 오래 갈것 같네요... 그동안 얼마나 마음고생이 심하셨겠어요 에휴...."

얼른 떠오르는 멘트데 어때요?^^  


작성자 : 어버버  at 2008-07-30 19:05 Mod.  Del.
구라..
사실 우리가 스스로 폄하해서 하는 말이고
진짜 이런 주옥 같은 구라들을 죽 모아서 책 한권 쓰면
대한민국 버젼 지지치료 정식 교과서 완성됩니다.

워낙에 특이한 의료문화라서 말이지요

한글로 적어놓으면 한방사놈들이 써먹을려나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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