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물전 비린 내음이 좋다!

정광설 2008.08.08 10:53 조회 수 : 576

  "시장가자."하고 크게 부르시는 음성은, 아이에게는, "아들아! 오늘은 뭐 사줄까?"
하는 소리로 들렸다. 군것질이 죄악시(?) 되던 어려운 시절에, 시장보면서 백환(지
금의 십원)을 이리저리 쪼개어, 쪼개고 쪼개고 겨우 남긴 돈으로, 오뎅도, 군것질도
시켜주시는 엄마의 단호한결단(?)을 구두쇠(?) 아버지도 그것까지는 어쩔 수 없었기
때문이다.

  특히 울 엄마는, 가끔 "사람은 제철 과일을 물릴 정도로 화끈하게, 한 철에 한 번은
먹고 넘어가야 건강하다!"고 하셨다는, 개성 땅의 지주셨던 외할아버지의 지론을, 피
난살이에, 가난한 이의 아내가 되어서도 철저히 신봉하는 분 이셨다.

  백환(십원)이면 꽁치가 15마리이던 시절이라, 딴 반찬 안사면 백환으로 꽁치
파티하기에 충분한 돈 이었다.


  울 엄마는 눈치가 아마 9단은 되셨던 것 같다. 내 눈치를 턱 보고는, "오늘은 복잡하
게 계산하고 여러 생각할 것 없이 꽁치만 사자."하시는 날이 가끔 있었다. 그런 날이면
나는 은근히 기분이 좋아졌다. "드디어 오늘은 나도 좀 먹어보겠구나!"하는 생각에서
였다.

  쪼끔 있을 때는 악다구리(?) 같은 누나들이, 나 한번 젖가락질 하는 동안 서너번에,
그 고소한 꽁치 뼈까지 오도독거리며 다 먹어 버려서, 왕창 굽는 날이 아니면, 유달리
꽁치를 좋아하던 나의 성에 찰 수 없었기 때문이다.


  울 엄마는 그 무거운(?) 꽁치 15마리를, 키냐고는 쬐끄매서 봉지가 땅에 끌릴 것 같
은데도 나에게 턱 맞기시고는 잘도 앞장서 걸어가시곤 하였다.(어려서 엄마 짐 들어줘
봐야, 이담에 아내 짐도 들어줄 줄 안대나 뭐라면서...) 그래도 그 무거운 짐을, 두손으
로 끙끙, 이쪽 저쪽 옮겨가며 들고 오면서도 얼마나 희망에 부풀었었든지...  " 오늘은
나도 온이로 한토막, 귀신들(?)에게 뺏길 염려없이 먹을 수 있겠지..."생각하며, 시장
서 돌아오던 추억이, 어물전 비린 내음만 맡으면 떠오르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그 꼬리한, 어물전 비린 내음을 나는 싫어할 수가 없다.

  울엄마의, 비리한, 지금은 잊어버린 젖내음도 이런 내음이었을까.....?

  








  








@*#$0ㄱㄷㅈ
꿈돌이      
저두 옜생각에 지금도 꽁치 한마리에 소주한병. 캬. 딱맞습니다.. ㅋㅋ


                            

  작성자 : 콩알아빠  at 2008-08-08 12:00 Mod.  Del.
저는 어릴때 아버지가 연탄아궁이에서 양미리를 구워 주시면 온가족이 나눠 먹던 기억이 납니다. 어차피 기억은 왜곡되고 선택되어 남는 것이겠지만 제가 아버지로서 아이에게 어떤 추억을 남겨줄 수 있을지 늘 고민하며 삽니다.
선생님의 꽁치와 저의 양미리는 평생 잊지 못할 부모님의 내음이자 시련을 이겨낼 원천이겠지요...


작성자 : **의  at 2008-08-08 12:34 Mod.  Del.
전 고딩 때 유학길에 오르며
몸은 어머니로부터 분리되었는데 마음은?

이후 결혼 때까지
한번도 거르지 않고 옆에 있으나 없으나 생일상을 성주 밑에...

대학 때
연인과 함께 밤길가다 사고를 당하고 응급실 갔는데

다음날 이른 새벽 하숙집으로 전화가
꿈자리에 너가 보였는데 '예감'이 좋지 않았다고...

그런 어머니의 마음 때문이었는지
고딩이후 유학하며 큰길을 벗어나지 못하고 여기까지...

결혼하며
인제 며느리 '너'가 챙겨라 했는디...

그 며느리는
지 아들, 딸 챙긴다고 저는 찬밥 신세?

그래도 오고 감을 이해하니 서운하지는 않고...

이제는
도처에 있는 자연에서 그런 느낌을...


작성자 : 전  at 2008-08-08 12:59 Mod.  Del.
꽁치 통조림이 좋아요.
뼈도 함께 먹을수 있으니깐요.
반찬 없을때, 그 통조림은 우리집의 최고의 단백질 공급원이였습니다.
어제도 꽁치통조림을 김치와 졸여서 먹었는데, 그맛이 굿입디다.



  그래도 어린마음에 엄마한테서 나던 생선 비린내가 창피했습니다.난전에 하루종일 서서 자식들만 보고 참으셨던 엄마 마음을 아는 지금에서야 생선 비린내가 그립지만 그시절 친구들이 "너네엄마한테 이상한 냄새난다"고 하면 부끄러워서 엄마 일하는 데는 일절 안가고 엄마하고 외출도 안했죠.아무리 씻어도 가시지 않던 비릿한 냄새....그 냄새도 그립고 엄마의 젊은 시절도 그립네요.지금 무릎이 안좋아서 고생하시는거 보면 고생하셔서 저러시지...자식들에게 등골 파먹히고 병만 남았지 싶으니...... 08.08.08  |   콰이취 자식들에게 파먹히신게 아니고 당신이 스스로 주신거니깐 잘 살고계시는 모습을 보시면서 흐믓해 하시리라 믿습니다! 행복하세요^^ 08.08.12  |  최정현 우리 엄마는 시장에서 생선을 파셨죠.내 가게가 아닌 노점에서...그것마져 오래 하진 못했지만 그때는 남은 생선으로 조림도하고 구이도하고 얼마나 좋던지.... 08.08.08  |  chungmag 으음...흠...음-.-ㅎㅎㅎ 장엄한 추억의 오솔길을 걷는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오묘하고 신비로운 옛시절의 후미진 골목을 둘러보는듯한 잔잔한 글이네여~십환..ㅋㅋ 몽땅연필과 눈깔사탕 삼양라면과 뻥튀기 자치기와 땅따먹기의 요란한 전쟁, 5일장 파장후에 고샅에서 풍기는 갈치와 고등어 구이의 맛깔스런 운치 ,,, 잔가지사이로 번지는 모락모락 보리밥 그 위에 얹혀진 샛노란 옥수수..스미듯 코끝을 자극하는 햇고구마의 포근한 군침..키작은 해송과 부드러운 솔바람사이로 가뭇없이 드넓어가는 허수아비의 장단맞춤 ....정신이 침체할때마다 따뜻한 부력을 느끼게하는 어머님의 시장바구니가 못내 그립습니다.청춘의날이-.-ㅠㅠㅠ 08.08.08  |   fppman

      



仁山김형중
2008-08-08 13:09 성님은 참 추억두 많구먼~~~~~  
    

갱갱이놈윤홍중
2008-08-08 14:00 아니 어물전하며는 갱갱이가 삼대시장중 어물시장이어쨘여!대전가튼 시골도 어물전이 이써다구?그거 싱기하네!나는 지금도 식당에 가면 반찬중 젖갈을 잴 조아해유!너무 짜게 먹지만 내몸소게 소금이 안빠져나간다구 북경도사가 아침마다 식초를 타머그라고해서 열시미 마시구 이써유!  
    

  


댓글 0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 나는 어물전 비린 내음이 좋다! 정광설 2008.08.08 576
253 작은 소리, 큰 효과! 정광설 2008.08.07 336
252 꾸지람! ... 벌인가, 폭행인가 ? 정광설 2008.08.05 438
251 인사의 종류! @#$+ㄱㄷㅈㅊ 정광설 2008.08.04 641
250 '서로'의 함정! 정광설 2008.08.04 416
249 사람은 생각의 자유가 없다! 표현의 자유도 없다! 정광설 2008.08.04 349
248 개선시킬 기분이 안나서 안했어요! 정광설 2008.08.02 471
247 망각 ..... 어찌할 것인가 ? 정광설 2008.08.02 424
246 팁 인가, 효도인가? 정광설 2008.07.31 464
245 베테랑 농사 연구원인가, 베테랑 농부인가? 정광설 2008.07.30 6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