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마! 엄마는 내가 꽉 잡고있으니까!"

정광설 2008.08.18 15:04 조회 수 : 471



우연히 TV에서 재방송하는 드라마를 보게 됐다.


전에 정식으로 할 때도 중간 중간 본 적이 있는 드라마라, 재미있게 봤던 기억도 있고,
여자 연기자야 말할 것 없이 유명한 배우지만, 남자 주인공도 요즘 애들이 까무라치는 인기 가수이면서도,
연기를 곧 잘 한다는 생각이 들어, "역시 끼는 타고나는 구나!"하는 생각을 자아냈던 드라마였다.


"아빠는 원래 그런 사람이니까. 말이 안 통하는 사람이라구.  
그러니까, 그러려니 하고 신경쓰지마. 신경써도 소용없는 사람이라니까."식의 논조가,
여자 친구와의 대화에 거침없이 흘러 나왔다.


아니 아버지라 부르질 말던지, 그런 사람이라고 하지를 말든지 해야되는 것 아닐까 생각하고 있는데,
"엄마는 내가 꽉 잡고 있으니까, 걱정을 하덜 마셔.  엄마는 내가 한마디 하면 꼼짝 못하니까,
엄마 걱정은 안해도 돼!"하는 식의 대화가 진행되는 것이 아닌가!


그런, 요즘 세상의 일상적인 얘기를, 시비붙고 못마땅해 하는 내가 문제인건가,
그런 식의, 아버지를 '그런 사람'이라고 깔아뭉개고, "엄마는 내가 꽉 잡았어."하고,
친하고 날 이해해 주신다는 의미라기 보다는,
마치 하인에게 "지가 하라면 하는 거지, 무슨 말을 하겠어?"하는 것 같은
생각이 들게 하는 것을 아무렇지 않게 듣는 것이 문제인건가!?!




불현듯 울 엄마 생각이 났다.
"순종은, 엄마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즉각 해야되는 것이야!
너는 내가 얘기한게 언젠데, 아직도 이렇게 밍그적 거리고 있니?"하면서,
울 엄마는, 엄마의 이야기 창고인 동란 때로 다시한번 돌아가 리바이벌하는 것이었다.


"글쎄, 어떤 애가,
엄마가, 애야! 비행기 온다. 빨리 이리와 하고,
부엌 저쪽 구석에서 아이를 부르는데,


응! 쪼끔만 있다! 하면서,
삐꿈이 비행기 오는 것 본다고, 머리 내밀고 내다 보는데,
드르륵 소리와 함께, 파팍 먼지 풍기면서,
부엌 입구 쪽으로, 기관총 세례가 부어져서, 그만 그 아이는 그 자리서 즉사 했어.
이거 전쟁 때 실제 있었던 얘기야."하고 심각하게 말씀하시는 것이었다.


엄마는 전쟁 때 있었던 일이라고 하셨지만, 실제는 공갈 협박이었다.
"너 엄마 말 안듣고, 까불거렸다가는 죽는 수가 있어!"하는 의미로 들렸고,
아마 엄마의 의도도 그러신 것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고,
실제로도 크게 틀리지 않는 말씀이라 생각된다.


엄마는,
엄마 말을 즉각  안들으면,
순종도, 그냥 밍기적거리며, 느려터지게 하는 것은 순종도 아니고,
즉각 "녜!"하고 움직여야 축복을 받을 수 있는 것이라는 말씀이었던 것이다.


엄마는 지나가는 얘기처럼 하셨지만,
나에게는 "오늘 너 죽을래, 엄마 말 순종하고 살래?"로 들려서,
그 뒤로는, 한동안 엄마 말만 들으면 그 생각이 나서 떨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엄마는 아이에게 어떤 존재여야 될 것인가 ?!?
어떤 존재여도 되는 것인가 ?!?


아이의,
"엄마는 의례껏 내 뜻을 따라 줄거야!"가,
좋은 엄마의 표상이어도 될 것인가?




아이 맘에 들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해,


아이 품으로,
아이 마음으로,
달려가 매달리는 엄마들을 볼 때면,


그 아이는,
자신이 달려가 안식을 취할 엄마는 없고,


달려오는 엄마를,
다독이고,
이해하고,
충족시키는,


어른도 하기 힘든 일을,
하지 않을 수 없는 형편이니,


"저 어린 것이 욕심만 많고,
분별력 없는 엄마를 만나,
너무 힘든 인생을 겪는구나!"라는,
측은한 마음이 드는 것을 어찌할 수 없다!


어찌해야 바람직한 부모가 될 수 있을 것인가!






















@#$0ㄱㄷㅈ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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