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저 할아버지 갖다 드려라! 두손으로 드려라!"

정광설 2008.08.27 14:52 조회 수 : 453

  점심을 먹고 나서려는데 식당 입구에 웬 노인이 서있다. 그냥 그런 차림이라 설마
하고 보고 있는데, 아무도 거들떠 보지는 않고, 가만히 들어 보니 뭐라 작은 소리로
웅얼 웅얼 하는 소리가 좀 보태달라는 말씀이었다.

  옷도 과히 남루하지 않아 뭘 팔러 온 분인가 생각했는데, 주인에게 점심을 드리도록
부탁하고 돌아섰다. 마음씨 좋은 젊은 주인도 한번 드리니까 자꾸와서 난처하다며 어
려운 표정을 지었다.

  "할아버지 맛있게 잡수세요!"하고 나오는데, 일어서서 고개를 숙이시며, "복 많이
받으십시오!"하고 복을 빌어 주시는 것이었다.


  "이거 저기 저 할아버지 갖다 드려라! 두손으로 드려야 한다!" 울 엄마는 어딜 가든
지, 할아버지 거지만 보면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었다. 우리도 가난해서, 돈도 별로
없었지만, 그래도 엄마는 호떡 값이라도, 그것도 꼭 날 시켜서, 공손히 두손으로드리
도록 시켰었다.

  나중엔 이골이 나서, 내가 먼저 "엄마 저기 할아버지..." 하고 말하면, 엄마는 그때
서야 비로서 발견한 듯 얼마를 나에게 주시곤 하였다. 쪼르르 달려가 드리면, 거지 할
아버지들이 대개는 처음부터 돌아가는 상황을 눈치껏 보고 있다간, 고마워하면서 두
손으로 동냥드리는 나를 축복하고 몸들을 돌리시곤 하였다.

  그때는 미쳐  생각을 못했었는데, 아마도 엄마는 일부러 안 보시려고, 외면하고 계
셨던 것 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실은 그만큼 우리도 가난했었기 때
문이다. 사실 누굴 도울수 있는 형편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 어머님은 항상 이북서 외
할아버지가 만약에 혼자서 피난 나오셨다면, 우리가 모르는 어딘가에서 저렇게 빌어
잡숫고 계실지 모르니, 외할아버지 생각해서라도 그냥 지나칠 수 있겠냐는 말씀을 눈
시울을 붉히며 하시곤 하였다.

  이젠 나도 어딜 가든지, 지극히 자연스럽게 할아버지 소리 듣는 군번이 되었지만,
아까 그 할아버지를 보는 순간, 어려서나 똑 같이 외할아버지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


  오늘의 나의 현실이 다시 한 번 그렇게 고마울 수 없음을 느낀다. 모든 것을 희생해
서 우리를 가르치신 부모님의 은혜를 다시 한 번 감사드리는 마음이다.

  전쟁통의 그 어려운 환경과 가난 속에서도, 자식들 공부 가르치는 것을 최우선으로
삼아, 그때 우리 가르치는 돈으로 사시던 서울 근교 시골 땅 사 놓으셨으면, 이제 수백
억 부자 소리 듣고도 남을 만한 돈을 다 자식들 교육에 쏟아 붓고, 어떤 친구가 자식
공부시키면 뭐하냐고 그 돈으로 땅 사놓으라고 했었다는 이야기 하시며, "그때 그 친
구 말대로 그 땅 샀으면 정말로 지금 수 백억 될꺼야! 그래도 나는 너희들 공부시킨
것이 잘한 일 이라고 생각한단다!"고 하시며, "내 죽기까지 애비 용돈만 책임지거라!
내 많이는 안쓰마!"웃으며 말씀하시고, 아버지 병구완 하느라 옆을 지키고 있는 막내
아들을 돌아가시면서 까지 축복하고, 격려하시다, 웃으며 돌아가신 아버지를 생각하니
감사한 마음일 뿐이다.


  아버님, 어머님 감사합니다!

  하늘을 우러르며, 부모님의 은혜를 새롭게 마음에 새긴다!























@#$+0ㄱㄷㅈ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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