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말 없이 눈물을 흘리며 아이를 보고 있었다!

정광설 2008.08.28 15:55 조회 수 : 554



  "아가야! 이리오련!" 느닷없이 들리는 엄마 목소리에, 아이는 깜짝 죄짓다 들킨
사람인 것 처럼, 찔끔해서 몸을 일으켰다.

  "엄마랑 가자!"하면서, 엄마는 아이의 손을 잡고, 언덕을 말 없이 내려가기
시작했다.

  아이는 왠지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옆에서 눈가가 붉으스름 한채, 아이를 뚫어지
게 째려보고 있는, 작은누나를 쳐다보며 은근히 불안해지는 마음이었다.


  아이는 친구가 타고 나온 세발 자전거가 부러웠다. 나도 타면 그 친구보다 훨씬 잘
탈 수 있을 것 같은데, 친구는 별로 타보라고 할 맘이 없는 것 같았다. 아이는 어렸지
만, 집 형편이 세발 자전거 사줄 수 있는 정도가  안된다는 것 쯤은 눈치로 알고 있었
다.

  하루는 그 친구가 제안을 하였다. 자기를 자전거에 탄 채로 저기 언덕 위까지 몇번
밀어서 올려 주면, 한번 타 보게 해주겠다는 것이었다. 소년은 주위를 쓱 한 번 둘러
보고 그러마고 하였다. 왠지 그래졌다. 나쁜 짓 하는 것이 아닌 것은 분명한데, 뭔지
모르게 잘못하는 듯한, 뭔가 좀 껄끄러운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세발 자전거가 반짝 반짝 빛을 내며, 아이보고, "빨리 그러마고 승락해!"하
고 있었다.


  열심히 언덕 꼭대기 까지 몇번을 밀어 주었더니, 자전거 임자가 "너 타!"하고 한 번
탈 것을 허락하였다. 아이는 시시하게 자전거 임자 아이 처럼, 발로 굴르면서 내려오
는게 아니었다. 아이는 발을 앞쪽으로 쭉 뻗고, 약간 벌리고 들면, 자전거는 언덕에서
저 아래까지 무지 신나게 빨리 달린다는 것을 천부적으로 알고 있었다.

  한번 그렇게 타보니까, 너무 너무 재미가 있었다. 다음 허락을 받기 위해서는, 그
아이를 자전거에 앉히고, 뒷 발통 옆을 두손으로 꽉잡고, 엉덩이를 하늘로, 얼굴은
그 친구 똥꼬 밑에 거의 붙친 상태로, 끙끙대며 언덕 꼭대기까지 밀고 올라가야 했던
것이다.


  엄마는 말없이 신작로를 아이의 손을 붙잡고 걸었다. 작은 누나는 옆에서 따라오며
뭐라 뭐라 꽁시랑댔던 것 같다. 창피하다느니 어떻다느니...

  아이는 뭔가 좀 찜찜했지만, 그렇게 챙피한 것은 몰랐다. 6살 어린 나이이기도 했지
만, "밀어주고 좀 얻어타는게 뭐가 어때서!"하는 생각이 있었던 것같았다.("나중 듣
기로, 그걸 본 작은 누나는 울었대나 어쨌대나.....누가 울랬나?" 그래서 그때 아이를
보는 눈이 그렇게 뿌루퉁 했었던가 보다고, 아이는 훗날에 생각했다.)


  "이거 얼마니까요?", 엄마는 최신형 세발 자전거 앞에 서더니 장사 아저씨에게 물
었다. 아이는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바짝 쫄아서, 긴장해 있다가 깜짝 놀라고 말았다.
엄마를 쳐다보았다. 엄마는 요상하게(나중에 커서, 그게 울먹거리며 웃는 것 임을 알
았지만) 웃는 얼굴로, "그래 너 사줄꺼야! 다시는 그 아이꺼 밀어주고 얻어타지 않아
도 돼 !"하는 것이었다.

  동생이 그지처럼 빌붙어서, 친구 똥두멍 밑에 머리를 처밖고, 저 보다 더 큰 아이를
세발 자전거에 태운채 자전거를 밀고가는 것을 보고, 작은 누나가 엄마에게 일른 것
이었다. 현장검증을 나온 엄마는, 옆에서 쫑알대며 "챙피하게!"를 연신 밷아내는,10
살짜리 작은 딸의 손을 꼭잡고, 6살 막내 아들의 '세발 자전거 얻어타기 위한 구걸 행
위'를 죽 지켜 보고 있었던 것이었다.

  아이는 자전거 미는데 정신이 팔려서 엄마가 와서 지켜보고 있는 것은 꿈에도 몰랐
던 것이었다. 엄마가 아까부터 와서, 지 하는 짓을 보며 말 없이 눈물을 흘리며 서있
고, 그 옆에서 발을 동동거리며 "챙피하게!"를 연발하고 있는 작은 누나의 존재를 알
리가 없었다.

  오백석지기 지주의 딸로서는, 꿈에도 상상할 수 없었던 상황이 눈 앞에 펼쳐지고
있었던 것이었다. "나는 어떻게 고임받고 컷는데, 내 아들이 가난한 목사의 아들로
태어나, 그깟 세발 자전거 한번 얻어 타 보겠다고, 저 어린것이 낑낑대며, 저 보다도
덩치가 더 큰 친구가 타고 있는 세발 자전거를, 밀어서 언덕을 올라가고 있구나!"

  엄마는 친정 아버지(개성 할아버지)가 엄마 어렸을 때 위해주시던 것을 회상하며,
말없이 흐르는 눈물을 닦을 생각도 없이 아이의 구걸행각을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다.


  아이는 영문도 모르고 엄마가 손 잡고 가는대로 따라갔다.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후암시장이었다. 아까 겨우 내 차례 와서 막 탈 참이었는데, 엄마가 부르는 바람
에 그 고생한 것이 보람도 없이 날라가서 김도 샜고, 또 왠지 좀 찔끔하는 느낌도 있
어서 싫다 소리 못하고, 말없이 엄마가 잡아 끄는대로 끌려(?)갔던 것이다.

  곱지 않은 작은누나의 눈길도 평소와 뭔가가 좀 달랐는데, 엄마가 말 없이 손 잡고
후암시장으로 끌고온 것 이었다.

  자전거 파는 가게 앞에 가서 엄마는 아까 아이가 똥빠지게 그 긴 언덕을 몇번 밀어
올려주고서야 겨우 한번 얻어 탈 수 있었던, 게꺼 보다 더 크고 좋은 자전거를 가리키
며, "이거 얼마니까요?"하고 묻는 것이었다.

  아이는 왠지 잘못한 것 같고, "야단이나 맞는 것 아닌가?"하는 알수 없는 압박감에
서, 용수철에 의해서 튀어오르는 것 처럼 놀래고 말았다. 그렇게 해서 아이는 6살 어
린 나이에, 최신형 세발 자전거의 오너 드라이버가 될 수 있었던 것이었다.

  아이는 잘 때도, 모든 구박과 질시(작은 누나의)를 감수하고, 자전거 발통 물걸레로
닦고, 끌어안고 자곤 하였다. 비록 두달만에 헤어질 운명의 자전거 였지만......


  아이는, 그땐 엄마가 위대한 줄만 알았다. 요술장이 할머니가 신데렐라 복 주듯 신
통력이 있는 줄만 알았다. 그게 쟁변(?) 이었다는 것을 안 것은 그 한참 뒤, 나이를 꽤
먹어서 였다.

  그 돈 마련하느라, 목사님 사모님이 짬짬히 둥둥 북 구리무 장사하고 다닌 것은, 지
주의 딸로 최고로만 고임받고 커서, 자존심 하난 남한 제일임을 당연시하는 울 엄마
가 막둥이 세발 자전거 값 마련하느라 여기 저기 둥둥 북 구리무 팔러 다닌 것을 안
것은, 비굴하게 내 사욕을 채우기 위하여 누군가에게 빌붙지 않을 만큼 자존심도 좀
굳건해지고, 꽤 긍정적인 자아상을 갖추고 난, 한참 뒤 였다.


  자신의 말초적 만족과 쾌락을 위한 양보는, 그것을 위해서 자존심을 굽히고 참는 것
은, 참고자 노력하는 것은, 헛된, 허무를 낳는 수고일 뿐이고, 그것은 인내가 아니고,
바로 비굴인 것을, 아이는 나이가 한참 들어서야 알 수 있었다.

  자식을 위하여, 가족을 위하여, 이웃을 위하여, 남을 위하여, 자존심을 앞세우지 않
고, 비록 겉보기에는 비굴하게, 구걸하듯 보이는 노력은, 비굴이 아니고 헌신이고,
사랑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숭고하고 존귀한, 인간이란 존재만이 가능한, 사랑의 실천
이고 나눔이란 것을 한참 나이가 들어서야 어렴풋이 알 수 있게 되었다.



나는 내가 아니다!

나는 엄마의 눈물이다!

나는 엄마의 정성이다!

나는 엄마의 헌신이다!

나는 엄마의 소망이다!

나는 엄마의 인생이다!

나는 나가 아니다!!



엄마 앞에 무릎을 꿇지 않을 수 없다!

나도 아비 되보니,
엄마의 어려움이 어떠했으리라, 이제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기에,
엄마의 사랑에 무릎을 꿇고 아뢴다!



어머니! 감사합니다!

어머니! 고맙습니다!  





































@0*+ㄱㄷㅈ
홍영옥 저도 어린 시절이 가난했었기에 가슴 찡한 공감이 옵니다.
자전거를 사주시는 엄마 마음이 예수님의 마음으로 느껴짐은 왜일까요? 끈적끈적한 가족애 감동 백배입니다~홍홍~!!  2008.09.09



푸른소나무 난 가난한 목사의 아들로 그글에서 요즘 개척교회 목사님들 참 힘들텐데.. 하느 걱정이 앞서는데.. 윗글에서 목사 어쪄고 저쩌고 하는 사람들은 뭡니까...그냥 그러려니 하고 읽으면 안되나요.... 간단히 사분의 일로 쓰면 느껴지나요. 글쓴이의 감정이....원 참... 08.09.11  |  페르조나 감동입니다. 참으로 대단한 어머님을 두셨네요. 08.09.06  |  에어장 아...감동....(적이다) 하고 생각이 들어야하는 부분에 목사 딱 나오니까 걍 에이 하면서 넘어가네...왜 당신 어머니가 지주의 딸인데 그렇게 험하게 사신줄 아시오? 그건 당신 외할아버님이 기독교를 알아보신게지...에혀..그나저나 에어장은 아시오? 에어장목사...대단한 양반이야...검색해보면 답나와...이보다 더놀랍고 눈물없이는 읽지 못하는 감동의 이야기...에어장... 08.09.05  |  고주망태 눈물납니다. 08.09.05  |  o미르o 어머니의 마음이란...이런거겠죠. 08.09.05  |  우공이산 좋은글 감사합니다 08.09.05  |  육짜조선 말하고자 하는 내용은 "가난한 목사"라는 것을 강조하는 것인데 어째 좀 수상하넴?---요즘 기독교인들하는 짓거리가 하도 가관이라서....아주 목사들이 예수보다 더 높더만.... 08.09.05  |   ㉿【 快 男 】™ 저글에 달랑 두번 나오는 '목사'라는 단어만 눈에 들어오시는 모양입니다 그려... 거 참... -ㅅ- ;;; 08.09.05  |  육짜조선 그럴듯한데, 간단히 약, 사분의 일로 줄여도 될걸 길~~게 쓰셨습니다. 08.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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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8 나 같으면 ..... ㅎㅎ0 정광설 2008.08.28 490
287 축하합니다!0 정광설 2008.08.28 506
286 이미 축복을 받으셨군요!!!0 정광설 2008.08.28 449
285 조건보다, 내가 나를 책임질 수 있는 마음인지를 점검하세요.0 정광설 2008.08.28 5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