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중반의 전문직 종사자이다.


심하지 않은 강박증세가 있어,
대화를 중심으로 진료받고 있는 분이다.


요즘 이분의 걱정은,
남동생이 고엽제 후유증으로 암이 생겼다면서,
죽을 날이 얼마 안남은 동생과, 그의 가족에 대한 염려이다.


동생은 오히려 형을 위로하고, 운동하고,
병원서도 포기를 했건만,
무엇이 그리 좋은지 희망을 갖고 열심이란다.


그 모습도,
"죽을 날 얼마 안남았는데..." 생각하면,
안스럽고, 안타깝고, 그래서 맘이 힘들고,


일주에 한번 점심 사주는게,
겨우 형이라고 하는 일이니,
마음이 안됐다는 것이다.


대화를 나누면서,
인생은 산술 평균 식으로 평가할 것이 아니고,


지금 행복할 수 있으면,
그 사람의 인생은 행복한 인생이고,


행복한 인생 이었다고,
말할 수 있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옛부터,
"사람은 늦팔자가 좋아야 돼!"하는 이야기가,
이런 의미를 내포한 말씀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돌아가신 아버님의 웃는 얼굴이 떠올랐다.


"무섭게 맛 있구나!  
내가 작년 여름에 죽었으면,
이 맛 있는 것을 어떻게 또 먹어볼 수 있겠니!"하시며,


삼계탕 국물 세수저 드시고, "더는 못 먹겠다."하셔서,
옆에서 지켜보던 내가, "이젠 국물도 못 잡숫는구나!"하는 안타까운 마음에,
"아버지 맛 있죠?"하고 웃으며 여쭈니까,
이 처럼 말씀을 하시며,
나를 올려다 보고 씩 웃으시던,


그,
"천사의 웃음이 있다면 이럴꺼야!"하고,
감동으로 내게 다가 왔던,


그,
아버님의 웃음이 떠올랐다.



3개월 사시면, 잘 사시는 것이고,
기적이면, 6개월 사실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조심스럽게, 그러나 아주 비관적으로 진단하던 의사들의 예측을,
일거에 날려(?)버리시고,


1년 반을,
즐겁고,
행복한 웃음을 남발(?)하시며,


건강한 친구들에게,
"노년의 행복은 이런 것이다!"를,
본으로 보여 주는 투병생활 끝에,


돌아가시기 약 한달여전,
이제는 숨이 코 끝에만 남아 있어,


말씀도 크게 못하시고,
음식도 제대로 넘기실 수 없을 만큼 쇄약해진 분이,


"작년에 죽었으면,
이 맛있는 것을 어떻게 또 먹어 보겠니!"하시며,


아침은 못 드시고,
늦은 점심으로 삼계탕 국물 세 수저쯤 잡숫고도,


행복한 웃음을 지으시며,
말씀할 수 있다는 것을,
옆에서 지켜본 나로서는,


내가 정신과 의사라서가 아니라,


죽음의 코 앞에서도,
저렇게도 행복한,
천사의 웃음을 지을 수도 있다는 것을,


보고,
느끼며,


인생은,
결코 산술 평균식으로 평가하는 것이 아니고,


지금 어떻느냐가 중요하며,


인생은,
그 처해진 조건이 어떻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느냐에 달려있음을,
확실히 배울 수 있었다.



동생을,
이미 죽은 목숨으로 보시며,
슬퍼하며 함께 시간을 보내지 마시고,


살아있는 동생과,
식사를 나눌 수 있음을,
기뻐하고,


그 동생이,
죽음을 두려워 하지 않고,
열심히 살 노력을 하는 것을 대견해 하며,


함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식사를 나누시는게 어떻겠냐고 하니, 고개를 크게 끄덕이시며 돌아가셨다.



"지금 좀 괞찮으면 뭐해!
이제까지 내가 어떻게, 얼마나 힘겹게 살아왔는데!"하면서,


지금의 나아진 조건을 무시하고,
지금의 조금 철든(?) 남편을 무시하고, 눈 흘기고,


지금의 행복을,
누리기를 거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나를 돌아봐야 함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다.



최후에 웃는 자가, 승리자라 했던가?


최후에 웃는 자가,
행복한 인생을 사는 자라는 말을, 그 옆에 덧붙이고 싶다!























@

댓글 0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14 "패륜은 드러내어 말하는 법이 아니랍니다! 아이들이 보고 배웁니다!"0 정광설 2008.09.20 570
313 머리가 나쁜것이 문제가 아니라, 극복하려고 노력하지 않는 것이 문제이다!(발상의 전환)@#$*+0ㄱㄷㅈ 정광설 2008.09.18 456
312 게으름은.....?! 정광설 2008.09.18 471
311 소속이 달라진 것 아세요?0 정광설 2008.09.18 466
310 자신있는 것, 자신있어 하며 살자!ㅡ "콤플렉스가 마귀여!" 정광설 2008.09.17 489
309 통장 잔고가 제로라는 온마음의 글에 대한 댓글로..* secret 정광설 2008.09.16 3
308 온마음 동료 누군가가...* secret 정광설 2008.09.16 39
307 나도 아버지 웃음이 생각나네요!0 정광설 2008.09.16 375
» 삶은 산술 평균이 아니다! 지금 행복하면, 행복한 인생인 것이다! 정광설 2008.09.10 424
305 자유함! 정광설 2008.09.09 4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