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이대로, 지금처럼 살고 싶어요 !"

정광설 2008.10.29 17:09 조회 수 : 684




"에이! 또 언성 높인다!"하고, 청년은 여인에게 조용한 목소리로, 나무래듯(?), 괜한 짓 하지말라는 듯,
거의 무표정한 얼굴로 이야기 하는 것 이었다. 화가 나는 것을 주체하기 어려워 씩씩, 거의 울먹이 듯이,
아들이 게임 밖에 몰라 못살겠다고, 폭포수 처럼 불평을 털어놓는 찰라,
점잖게 아들이 "쯪 쯪" 하면서 핀잔하는 소리였다.


통상의 경우와는 달리, 엄마 이름으로 챠트가 만들어져 있어서 다시 물어보니, 엄마가 못살겠다는 것 이었다.
"엄마는 아주 폭력적이예요!"하고, 아들은 조용히 한마디 거든다.
엄마가 의사 볼라, 아들 눈 흘길라 바쁜 가운데 한 얘기를, 종합해 보면 이런 이야기였다.



아들이 중학교 시절부터 컴퓨터 게임에만 미쳐서, 잠도 안자고, 밥도 안먹고,
그래도 대학은 가야할 것 아니냐는 생각에 별짓 다해서, 겨우 대학에 집어 넣고,
기숙사 있는 학교에 보내, 이제는 기숙사에서 정신차리겠거니 했는데,


1학년에 내리 학사경고가 나와서, 할 수 없이 휴학하고, 군대 갔다 와서 복학하기로 하고 지내는데,
그렇다면 이제는 공부도 좀 하고, 토플, 토익 공부라도 할 생각은 안하고,
여전히 게임만 하고, 잠도 안자고, 밥도 안먹고, 어찌하나 놔둬 보면 새벽 한시, 두시, 세시, 끝이 없어,
기다리다 보면 내가 피가 마르고 못살겠어서, 어제는 막 때려줬다고 하는 것 이었다.


그냥 놔두고, 엄마는 엄마 일 하고, 잘 때는 그냥 자면 되쟌냐고 하니, 에미가 되서 어떻게 그럴수 있냐는 것 이었다.
아들은 여전히 누구 이야기하는 지 모르는 듯한, 거의 무표정한 얼굴로, 의사와  엄마와의 대화를 구경(?)하고 관찰하다가, 자신에 대한 비 인도적인 대우에 관한 내용에서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거나, 엄마의 말소리가 커지면,
"또!"하면서 제동을 거는 정도의 개입을 보이고 있었다.


아들에게 물어 보았다.
지금,무슨 이야기, 어떤 이야기, 누구에 대한 이야기 하고 있는 줄 아냐, 어떻게 생각하느냐 하니,

첫째는 별 생각이 없다는 반응과,

둘째는 엄마의 드러운(?) 성격에 대한, 폭력적이고, 승질 못참는 문제에 대한 얘기 아니냐는 반응이었다.


엄마의, 자식에 대한 왜곡된 관계설정이나, 과잉보호적인 양육태도나, 자식의 인생과, 엄마 자신의 삶이, 아직
미분화 된 듯한 자세인 것이나, 자식의 삶을 자신의 소유인 듯 좌지우지 하려는 듯한 엄마의 문제는 엄마의 문제이고,
"자네는 어떤 문제가 있나?"하고 물으니, 자신은 아무 문제 없단다.



이렇게 계속 지내다 보면 장차에 어찌되겠냐니까, 생각해 본 적 없단다.

어떤 인생이었으면 좋겠냐니까, 생각해 본 적 없단다.

지금 이 순간 만이라도 생각해 보라니까, 생각하기 싫단다.


엄마는,
"봤죠?  그러니 내 속이 어떻겠어요?"라는 듯, 의사 쳐다보다, 아들 흘겨 보다,
스스로 분이 치 받는 듯, 한숨에, 좌불안석이다.


아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스스로의 인생을 책임지는 자세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었다.


육체의 소욕을 따라, 본능이 시키는 대로만 살면, 짐승이나 다름이 없는,
인간이라 불리우는 포유동물의 한 종류에 지나지않는 존재가 될 수 밖에 없음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었다.
인간적인 가치추구의 필요성과 중요성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런 저런 이야기에,
"비록 그동안은 게임하느라 바뻐서 생각을 안 했었지,
지금 대화 나누는 태도를 보니, 생각이 아주 없는 친구는 아니구나!"하는 생각이 들어 물어 보았다.


"그래 이제 군대 갈 때까지, 어떻게 지내는게 좋겠냐?"하고 물으니,
"그냥 지금처럼 지내는게 좋은대요.", "건들지 말아줬으면 좋겠는데요."
"군대가면 끊고, 그때까진 그냥 이대로 지냈으면 좋겠는데요."하는 것 이었다.


진료실에 들어올 때와 조금도 달라지지 않은,
본다기 보다는 구경하는 것 같은 시선과 표정으로,
그렇게 말하는 것 이었다.


"이걸 보세요!"
"이러니 내가 어떻게 그냥 있을 수 있겠어요!"하면서,


아이가 경험하고, 불이익과 어려움의 고통 속에서 체득해야  했을, 마땅히 행할 바에 대한 배움의 기회를,
엄마의 과잉보호로 인해 원천봉쇄한 결과가 지금 드러나고 있다는 ,
지금이라도 깨닫고, 관계를 바로 세우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사의 멧세지는 도외시하며,
아들이 내 맘 같지 않은 것 만을 원망하고 있다.


왜곡된 사랑이,
변질된 자기 생각에의 집착이,
"자식이기는 부모 없다!"는 그럴듯한 사탄의 속삭임이 되어,


부모자식의 관계를 변질, 왜곡시키고, 자녀가 스스로의 삶을 일구는 것이 아니라,
그 값으로 엄마 맘에 드는, 부모맘에 드는, 고급 상품되게 만드는,
비인간적인 대우관계 수립에 올인하는 사회풍조인 것을.....


"나 죽으면 엄마 책임인 줄 알아!"하고는 소식이 없다가,
3일만에 익사체로 떠오른 아들 이야기를 하며,
"그때 돈을 줄 것을 그랬나 봐요!"하고 울던 엄마의 얼굴이 떠오른다.


이제 얼마 멀지 않아, 군대에 가서 사고라도 치는 날에는,
"그러게, 그때 나를 때려서라도 사람만들지 않아서 내가 지금 이 모양이잖아,
내가 사고 친것은 엄마가 나를 잘못 키운 탓이지, 내 잘못이 아냐!"하고,
드러눕는 모습이 떠오르는 것을 어찌하면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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