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거 바꾸기가 얼마나 어려운데요!

정광설 2008.11.08 12:05 조회 수 : 544



  10여년 만에 방문한 분이다. 차트를 꺼내어, 전에 방문했을 때의 내용을 확인하는데,
이번에도 그때랑 똑같은 문제 때문에 왔다고 말씀하신다.

  돌아가신 시아버지가 너무 이상한 분이었고, 자신을 아주 못살게 굴었었는데, 남편이
나이먹어 가면서 점점 자기 아버지 닮은 구석이 많아져서 시아버지 생각이 자꾸 나는
바람에, 남편이 점점 더 미워지고, 곱살하게 대해지지가 않아 부부싸움이 잦고 힘들다
는 것이 10여년 전 방문했을 때의 문제 였는데, 지금도 똑같고, 나이 먹으면서 시아버
지하고 더 많이 비슷해져서, 더 힘들다는 것이었다.

  남편은 남편대로 내가 자기에게 대하는 태도가 퉁명스럽기도 하고, 시아버지 처럼 행
동할 때  내가 그렇게 하지말라고 쏘아붙이곤 하는 것을 힘들다고 이야기 한다는 것이
었다.

  이분은 자신의 행동이나 말투가 시아버지에게 엄청나게 당하고 고생하면서 형성된
것이기 때문에, 자기가 그런 퉁명스런 행동을 남편에게 하는 것은 자기 책임이 아니라,
시아버지 책임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남편을 대할 때마다, 그 아버지의 그 아들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자꾸 더 보기 싫어진
다는 것이었다.

  반드시 남편이 미워서라기 보다는, 시아버지 때문인 것은 알겠는데, 하옇든 싫고 힘
들고, 그만 살까도 생각해 보고, 죽어버릴까도 생각해 보고, 최근에 자살한 그 탤런트가
충분히 이해가 된다는 말씀이었다.


  어떤 요인으로 인해 화가 나는 것과, 그러니까 그 화를 바람직하지 않은 형태로 드러
내는 것은 다르다는 이야기와, 비합리적 사고 방식의 특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자기가 화를 내는 것은 자기 책임이 아니라 시아버지 책임이니, 따라서 남편이 시아
버지 닮은 짓을 피하고 안해주면 되는 것을, 남편이 변할 생각을 안한다는 것 이었다.

  "남편이 변하면 간단한 걸, 내가 변화를 일으키는 노력을 뭐하러 해야되느냐!"란 생
각을 갖고 있는 듯 했다.


  화를 나게 만드는 요인이 설혹 있었다 해도, 그 화를 드러내는 것은 나의 문제일 수
있음을 받아들이고, 화를 내기보다는 상대가 수용하고 변화할 수 있는 방법을, 태도를
취해보면 어떻겠냐는 권유에,

  "그게 얼마나 어려운줄 아십니까?  그게 되면 정신과를 왜 오겠습니까? 그리고 왜
내가 꼭 노력을 해야되는데요?"라면서, 본인의 변화에 촛점을 맞추기 보다는, 남편의
"탈 시아버지 화"를 촉구하는 것 이었다.

  그러니 어떻게 하면 아들에게서 그 아버지의 냄새를 지울 수 있단 말인가!

  바꿀 수 없는 문제에 촛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바꿀 수 있는 문제에 촛점을 맞추라는
말씀을 읽은 것이 생각나서, 어려운 원인이 있어 영향을 받는 것은, 나로서는 어쩔 수
없는 것이라 쳐도, 그것을 표현하는 것은 내가 다스릴수 있는 나의 부분이니, 표현의
양식을 스스로 조절하여 상대가 받아들일 수 있게, 상대에게 감동을 줄 수 있게 할 방
법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누었다.

  무엇인가 원인을 모르는 상태에서, 나도 모르게 자꾸 화가 나는 것이 문제이지, 원인
을 알게 되면, 그 뒤로는 그 문제에 대한 이해의 깊이를 더하면서, 습관화된 내 반응을
다스리고, 변화시키는 노력이 중요함에 대하여 이야기했다.

  그랬더니, "그거 바꾸기가 그러게 얼마나 어려운데요. 그렇게 쉽게 바꿀 수 있으면
여기를 왜 왔겠어요!"라고 또 반문하고 있다.


  이런 반응은 이 분 뿐이 아니라, 심리적인 어려움을 호소하는 많은 분들이, 특히 과거
의 어떤 상황이나 사람으로 인한 어려움을 갖고 있는 경우에, 비슷한 반응들을 보이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그래서 자신이 써 내려가는 사연에 스스로를 맞기고, 그 사연이 시키는 대로 불행의
늪으로 빠져들어 가면서도, 한사코 억울하고 원통하고 약이 올라서라도 이 과거의 사연
만은 절대로 손에서 놓을 수 없다고 고집스레 자신만의 사연에 집착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내가 거부하고, 노력한다고 해도 영향을 안 받을 수 없는 경우가 있을 수도 있고, 인간
은 또한 불완전한 존재로서, 누군가에게, 무엇엔가에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존재라
는데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영향은 받을 지언정, 그것에 의해 결정은 당하지 않으리라는 각오와 노력으로,
이기고 극복하고 초월하며 사는 것이, 그리고 그러한 극복의 기쁨과 보람을 느끼는 것이,
또한 세상 사는 맛이고 기쁨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어려움이 있을 때,

  바꿀수 없는 문제가 아닌,

  바꿀 수 있는 문제에 촛점을 맞추는 것이,

  현명하게 어려움을 극복하는 요령이라는 말씀을 다시 한 번 되새겨 본다.




















@#$+0ㅅㄱㄷㅈㅊ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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