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에 미국에 계신 어머님께 문안드리려고 전화를 하였다.  

어머님 특유의 밝은 목소리로,
"크리스마스 아침에 누가 전화하나 기다리고 있었는데, 니가 제일 먼저 했구나."하시면서,

"아침에 양로원 층층마다 다니며 새벽 송 부르면서, 니가 말도 제대로 못하던 어린시절,
목회하던 대흥리 시골길을 여기저기 다니며 새벽송 돌고 왔더니, 니가 글쎄 그날 아침에 부르던,
기쁘다 구주 오셨네 나, 고요한 밤 거룩한 밤 같은 찬송가를, 어느새 다 외워서 흥얼거리고 부르기에,
천재났다고 기뻐하던 생각하면서 새벽송 하고 왔는데, 니가 전화를 해줬구나. 고맙다!"하시며,
여느 때와 같이 이 아들의 자존심을 한껏 고취시키는 말씀을, 축복을 중간 중간 버무리시며 말씀하시는 것 이었다.

양로원에서 어머님은 2층 가수라서, 3층서  두분이 깨우러 와서 같이 돌았다 하시며,
너무나 즐거웠다고 기뻐 말씀하시는 것 이었다.

그러시면서 하시는 말씀이,
"요즘은 내가 나이도 나이니 만큼, 죽음을 준비하느라 유행가는 이젠 안부르고,
동요나 가곡처럼 부를만한 것 골라 부르고, 드라마 빌려다 보는 것도 끊고,
하루 네, 다섯 시간 드라마 보던 그 시간에 성경 보면서,
언제라도 부르시면 갈 준비를 하며 살고 있단다."하시는 것 이었다.

지난 봄에 통화하시던 중, "내가 평생을 잘 살아왔다 생각하지만,
그래도 성령의 아홉가지 열매 중 절제가 가장 부족한 것을 느낀단다.
이제 죽기 전에 절제의 열매를 맺어야 할 텐데, 비디오를 절제하고, 그 시간에 성경 읽으면서,
경건생활로 죽음을 맞이하는 노력을 할 생각이야."라고 하셨던 말씀이 생각났다.



즐겁고 감사한 마음으로 죽음을 대비하며, 하루 하루를 그냥 흘려보내는 것이 아니라 경건한 마음으로,
어머님이 믿으시는 하나님 앞에 불려갈 준비, "착하고 충성된 종아! 내가 너를 어여삐 여기노라!"하고,
칭찬들을 준비를 기쁜 마음으로 하고 계시는, 아흔을 바라보시는 어머님은,

점점 하루하루 죽어가는, 이제 죽음을 얼마 남겨두고 있지 아니한, 다 늙어 힘 없는 노인이 아니라,
하루하루를 정말, 잘 살아가고 계신, 나의 삶이 지향해야 할 모범적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내가 본받고 배워야할 삶의 전형(典型)이고, 오늘을 제대로 사는 삶의 자세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죽음이, 회피할 수 있으면 좋은,  안 만날 수 있어야 좋은, 거부해야만 할 사건이 아니라,
살아있는 동안은 살아있어 기쁘고, 죽음의 순간을, 그렇게 열심히 경건하게 맞을 준비를 해왔던,
바로 본향으로 돌아가는 그 사건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이고, 감사한 일이며,

세상을 이긴 자의 기쁨과 환희에 찬모습을 보이고 계신 어머님의 노년을 대하며,
죽음을 넘어, 본향을 그리는 사람을 겁줄 자가, 겁줄 것이 무엇이 있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죽음을 가능한 늦추고, 고통을 가능한 줄일 수 있도록 돕고, 시술하는 것이 의사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삶을 전체로 조명하여 보고, 삶과 죽음을 동시에 살 수 있도록 도와야 될 것이란 생각을 해 보았다.



나는 나의 죽음 앞에,
나는 나의 삶 앞에,
어떤 자세로 지금 서 있는가를 생각하게 만드는 어머님의 말씀이었다.



나도 엄마처럼,
"오늘을 잘 일구어 가며,
그것이 동시에 죽음을 경건되게 준비하는 삶이 될 수 있도록 살아야지!"하는 결심을 새롭게 해본다.



나에게 이 세상을 향한 생명의 통로가 되어주신 엄마가,
나의 죽음까지도 바르게 인도하시는 것을 깨달으며,
고마운 우리 엄마를 마음속으로 불러본다.



"어머님! 그래도 오래 사셔야 돼요!"























@$+0ㄱㄷㅈ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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