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시(?)들의 식사 시간 !

정광설 2008.12.30 17:00 조회 수 : 392



아마 초등학교 3학년 쯤 됬을 때라고 기억된다.
뭔가가 엄마 마음을 거슬리게 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엄마가 화가 된통 나신 것은 틀림없었다.

평소에 화나면 그러시듯, 목소리 톤이 한 단계 낮게 잡혀서,
점잖게 나를 부르시어 밥상 앞에 앉게 하시고 하신 말씀이었다.

어떤 사람이 죽었는데, 이 사람이 평소에 하나님을 잘 믿는 사람이었던 고로,
천사가 맞이하여 하나님 앞에 심판 받기 전에 천국과 지옥을 견학시켜준다고 하였단다.

두려움 반, 기대 반으로 지옥을 먼저 보고 싶다고 신청을 하여 지옥엘 갔더니,
과연 듣던대로 그곳에 있는 사람들의 몰골이 형편 무인지경이더라는 것 이었다.  
못먹어서 삐쩍마른 비루먹은 망아지 모양으로 피골이 상접하여 있더라는 것 이었다.

"나는 이런데 떨어지면 안될텐데!"하면서 이곳 저곳 견학하던 중,
식사시간이 되어서 지옥의 강시(?)들이 우루루 몰려와 대기하는데 보니까,
기차 레일 같은 데로 거대한 밥상이 밀려들어 오는데, 아니 이게 어찌된 일이란 말인가,
이제까지 듣도 보도 못한 일류 잔치상이 들어오는 것 이었다.

기가 막히게 맛있는 냄새를 풍기며 밀려들어오는 밥상을 보는 순간, 그나마 헤부적대며 죽은 듯이 움직이던 지옥의 군상들이, 느닷없이 눈을 반짝이며, 독오른 맹수같은 눈빛이 되어, 서로를 경계하며 밥상으로 서서히 다가가는데,
팽배해지는 긴장된 분위기가 이만저만이 아니더라는 것 이었다.

어느 정도 안으로 밥상이 들어오자, "와ㅡ"하는 함성과 함께, 3차 세계대전은 저리가라할 정도의 이전투구의 현상이 일어나는 것 이었다. 서로 조금이라도 더 많이 맛있는 것을 차지하려고, 자리 다툼, 음식 다툼으로 순식간에 밥상머리는, 아수라장, 난장판, 개판이 되어버리고만 것이었다.

그러다가 정적이 흐르기 시작했다.
일단 영역이 정해지고, 음식이 확보된 다음은 정해진 식사시간 내에 먹어야 하므로, 그 뒤로는 각자가 확보한 음식을 먹어야 하는 것 이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여기 저기에서 끙끙 힘쓰는 소리와 실망하는 한숨소리들이 들려오기 시작하는 것 이었다.

이게 무슨일인가를 자세히 들여다보니,
아뿔사! 죽은 이들은 팔굽이 뻗뻗하여 구부러지지 않아, 수저로, 남은 얼씬도 못하게 경계하면서 먹으려고 아무리 애써도, 그 수많은 맛있는 음식들은 코 앞에서 알짱대고 어른거릴 뿐, 정작 입으로는 한 알갱이도 들여놓을 수 없었던 것 이었다.

한참을 그렇게 끙끙대고 있는데,
식사 끝을 알리는 종소리와 함께 밥상은 미끄러져 시야에서 사라져 버리는 것 이었다.

한바탕 소동 끝에, 음식은 한오라기 입에 넣어보지도 못한 채, 원한만 서로 더 쌓이게 된 이웃 원수들과 으르렁 거리고 흘겨보며, 그나마 남아있던 기운을 먹어보지도 못한 음식 확보전쟁 치르느라 소진한 것을 보충하기 위해 휴식으로 들어가는 것 이었다.



기가막힌, 너무나 어리석은, 세상에서 뿐 아니라, 죽어서까지, 욕심과 탐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허덕이는 군상들의 모습을 뒤로 하고,  과연 천국은 어떨까하는 호기심과 기대를 가지고 천국으로 안내가 되었다.

"과연 천국이로구나!"하는 탄성이 절로 나오는 것은, 아름다운 풍광이나 멋들어진 거주환경에서가 아니라,
그곳에서 서로를 사랑으로 대하는 사람들의 평화로운 모습 때문이었다.

서로 사랑하고, 함께 찬양하고, 기쁨과 행복에 넘쳐하는 모습은,
견학하고 있는 자기자신도 동화되지 않을 수 없게 하는 강한 전염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식사시간을 알리는 종소리와 함께 밥상이 미끄러져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와ㅡ"하는 탄성소리와 함께, 서로 서로 짝을 지어 질서있게 밥상을 맞이하는 사람들을 보며, "역시 천국백성은 다르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모두 모여서 들어온 밥상을 앞에 놓고, 감사기도와 찬양을 드리고는, 수저를 집더니 서로 맞은 편에 있는 사람에게 무엇이 먹고 싶은 지를 묻는 것 이었다. 아니 먹을 것을 보았으면 자기 입으로 들어가는 것이 상리일텐데 상대에게 먼저 묻는 것 이었다. 서로 서로 먹고 싶어하는 것을 떠먹여주고, 칭찬하고, 기쁨과 화평과 평강이 넘치는, 식사가 아니라 잔치가 벌어지는 것 이었다.

더 기가 막힌 것은 천국의 밥상이 아까 지옥에서 보았던 그 밥상과 내용이 똑같다는 것 이었다.
서로 원하는 것을 먹여주며 충분히 식사를 즐기고 나니, 그제서야 식사 끝을 알리는 종소리와 함께 상이 물려지는 것 이었다.

서로 음식 확보하려고 싸우느라, 막상 음식상 앞에 섰을 때는 시간이 부족해서, 서둘러 먹으려고 자기쪽으로만 수저끝을 향하고 끙끙대다 끝난 지옥의 식사시간과, 서로 먼저 먹여주려, 상대가 좋아하는 것을 찿아주며, 싫컷 먹고 나서도 시간이 남아, 후식까지도 충분히 즐긴 천국의 식사시간이 동일한 것 이었다.

"천국과 지옥의 차이가 바로 이런 것 이구나!"하는 깨달음의 순간 깨어보니 꿈이었던 것 이었다.




이 이야기를,
당시에는 별로 재미도 없고,
약간의 강압적인 공포분위기의 깔린 음성의 엄마 말씀을 듣는데 그쳤지만,

세월이 가고, 나이가 먹고, 특히 정신과 의사가 되서,
서로 자기 것을 주장하며, 평생의 행복은 아랑곳 하지 않고,
사랑해야 할 아내와, 사랑해야 할 남편과의 권리 투쟁을,

마치 선각자의 희생정신인줄 착각하고,
이를 부추키는 것이 역사적 사명(?)인듯 착각하는, 소위 앞선자들의 몸부림을 대할 때면,

새록새록 기억도 가물가물한 어린시절에 엄마가 들려주신,
"넌 어떤 사람될꺼냐?"하시며 교육하시던 그 말씀이 생각나는 것이다.



서로 양보하고, 관심을 서로에게 기울이며, 서로에게 필요한 자가 되고자 하는 노력이,
결코 밥을 늦게 먹게하는 것도 아니고, 조금 먹게하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이전투구하느라 신경쓰는 것 보다,
훨씬 더 다양하게, 넉넉하게, 즐기며, 행복을 만끽하는 식사가 될 수 있음을 가르치시고자 하셨던,
어머님의 교훈을 생각하며 감사한 마음을 아니 가질 수 없다.

욕심이 앞서고자 할 때마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지옥의 아비규환의 모습이,
나의 과욕을 나도 모르는 사이에 절제하게 만들어 왔음을 이제 생각해보니 알수가 있다.

"이런것이 부모의 가르침이구나?"하는 생각과 함께 감사함을 다시 한 번 고백하게 된다.

그래도 맛있는 것 앞에 서면 변함없이 일어나는, 빼앗아 내것으로 하고픈 충동을 여전히 느끼는 나를 보며,
깨달음은 한번 있음으로 충분한 것이 아니라, 끝없이 반복되어야 하는 것을 또한 깨닫게 된다.

놔두면 낮은 곳으로 흘러내리는 자연의 법칙처럼, 놔두면 끝없이 육채의 소욕으로 빠져들수 밖에 없는 죄인된 인생임을 깨달아, 천국의 백성들이 보여준, 어렵지 않은,  항상 마음만,  정신만, 영혼의 눈을 뜨고만 있으면 가능한,
그 길을 가는 노력을 게을리 말아야 할 것을 다짐한다!






















@#$+0ㅅㄱㄷㅈ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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