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는 무슨 냄새를 좋아할까?

정광설 2008.12.30 18:49 조회 수 : 415



50대 후반의 재혼 부부이다.
아이들이 딸린 상처한 남편과, 아이는 없는 부인과 재혼한지 10여년이 된 부부이다.

이 부부가 호소하는 주된 문제는 서로가 서로를 너무 몰라준다는 것이었다.
특히 남편이 나를 너무 몰라준다는 부인의 호소였다.

아이들 사춘기에 들어 반항하며 속 썪일 때, 온갖 속 다 썩으며 지성으로 만수받이하며 키워내서,
이제는 아이들은 친 엄마 이상으로 엄마를 따르며 잘 지내고 있지만, 남편은 영 아니올시다 라는 것 이었다.
남편은 야행성이라 밤이 맞도록, 술에 쪄들어 들어오던지, 아니면 테레비 끼고 지내고 있고,
나는 절제있게 시간되면 자고, 정리 정돈된 생활을 즐기는 타입이라는 것 이었다.

"너무 외롭다!"가 부인의 어려움을 종합한 말이었다.

남편은, "왜 아내 고마운 것을 내가 모르겠느냐?"면서, 아이들 키우느라 고생한 것도 알고, 고마운 줄도 알고,
그래서, "그런 내가 자기에게 고마워하는 마음이 있다는 것을 알아줄 줄 알았죠."라고 이야기 하며,
내가 표현을 안한 것이 아니라, 내가 얘기 할 때는 안듣고 그런다고 이야기하는 것 이었다.

부인은 지나가는 말로 하는 말 가지고 내 외로움이 달래질 수 있을 것 같으냐면서,
그정도로는 성에 차지도 않고, 안한 것이나 진배없다고 말하고 있는 것 이었다.



이야기를 들으면서 두분 다 참 성실하게 사는 분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핀트가 서로 안맞는 것 이었다.

이야기를 듣다가 문득,
어느 연예인 출신의 아침마당 상담 전문가(?)의 기막히게 절묘하다고 생각했던 콤멘트가 생각나서 이야기 하였다.

"내가 원할 때, 빨리 나오라고 달팽이 두들기면 나옵니까?"  
둘이 다 깜짝 놀란 듯, 무슨 말인지 못알아듣겠다는 표정이다.

"그래도 나 나름대로는 하느라고 했다고 생각하는데,
아내가 인정을 해주지 않는 것을 어떻게 합니까?"라고 남편이 불만을 털어놓았다.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비싼 향수 앞에 뿌려 놓으면 달팽이가 나옵니까?",  
"나한테는 그게 역겨운 냄새일지라도, 달팽이가 좋아하는 냄새를 풍겨야 달팽이가 나오겠습니까?"

두분 다 진지한 표정으로 의사가 던진 물음에 대하여 생각하며 머리를 끄덕이는 것 이었다.



갈등이 있어서 오는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거의 대부분의 경우에 있어서 전혀 노력을 하지 않는 경우는 없는 것 같다.

다만 자신이 생각하는 대로, "이만하면 됐겠지!"하는 정도로 까지만 하다 보니, 상대의 기대에도 못미치고, 특히 핀트가 안맞아 가려운데는 놔두고 그 옆자리만 열심히 긁는 꼴이되어, 효과도 없고, 고생은 고생대로 하면서도,
좋은 소리는 커녕 오히려 욕만 안먹어도 다행이다 싶은 반응을 불러오게 되는 것이다.

내 뜻대로 하는 것은, 분명히 너를 위한 것은 아닌 것이다!
비록 그것이 상대를 돕는 결과일지라도, 그것은 나의 만족을 위한 것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원래부터 상대에게 촛점을 맞추고, 상대가 원하는 것을, 그 상대가 원하는 만큼 최선을 다할 때,
그것이 상대를 감동시키고, 부족한 것이 원망스러운 것이 아니라, 앞으로도, 또, 더욱 노력할,  
사랑을 나누고 확인할 수 있는, "꺼리"가 남아있는 것을 감사하는 마음이 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이렇게, 이만큼이나 해주었는데, 왜 아직도 만족하지 않냐!"하고,
배우자에게, 가족에게, 자식에게, 부모에게, 사회에서 관계를 맺고있는 나의 파트너에게,
내가 혹 나름대로 노력하면서, 일방적으로 요구하며, 스스로 결론 내리고,
배신감에 사로잡혀 있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를 돌아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관계의 회복과 성공적인 나눔은, 나를 앞세우는 우매함을 극(克)하여,
너를 앞세우는 슬기를 발휘함에 있음을 다시 한번 되새겨 본다.

















@#$+0ㅅㄱㄷㅈㅊ충국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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