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처하는 왕따!

정광설 2008.12.31 15:10 조회 수 : 464

아끼고 아끼던, 살아서 꿈틀대는 구더기를,
특식으로(먹고 싶은 것을 억지로 참으며) 대접하려고 내어 놓으면 게욱질하며 집어 던지고,

그 다음으로, 너무 너무 사랑하는 아내를, 가장 귀히 여기는 것을 귀한 손님에게 대접하는,
에스키모의 풍습에 따라, 침소에 수청들라 들여보냈더니,
자신의 손님을 지극정성으로 대접하는 마음(마누라)을 냅다 내팽개치고 도망친 선교사를,

쫒아가서 붙잡고는, "왜 내 성의를 무시해?"라며, "너 나 무시해?"하며,
에스키모들이 싸울때면 의례껏 아무렇지도 않게 해왔듯이,
멱살을 잡고 흔들며 이굴루 얼음벽에 상대 머리를 부딪혔는데,

자기가 친구와 싸울 때는 이글루 얼음벽돌이 통째로 떨어져 나갔었는데,
도시에서 곱게 큰 선교사는 얼음벽에 부딪치는 것을 못견디고 뒷통수가 깨어져 죽는 바람에 발생한 사건을,

이런 서양과 에스키모 사이의 문화차이를,
한쪽에서는 범죄로 보고, 한쪽에서는 당연한 있을 수 있는 것으로 보는 시각 차이로 인한,  
서로 쫒고  쫒기는 설원에서의 과정을 그린 안소니퀸 주연의 영화가 있었다.



우리에게는 오징어 굽는 냄새가 침샘을 자극하고,
번데기가 영양식일 수 있고, 맛있는 간식일 수 있으나,
오징어 굽는 냄새를 처음 맞는 서양인에게는, 시체 태우는 냄새로 느껴질 수도 있고,
굳어있는 벌레를 맛있게 먹는 미개한 족속으로 인식 될 수도 있듯이,  

같은 상황이나 사건을 만났을 때, 문화차이로 인해 얼마든지 서로 다른 의미로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이와같이 문화적 차이로 인한 의사소통이나 감정교류의 갈등이 오늘날에 와서는 많이 알려지고,
따라서 서로 다른 문화를 이해와 포용의 눈으로 보려는 마음들이 커진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이러한 문화차이로 인한 갈등이, 종족이 다르고, 언어가 다르고,
근본적으로 문화가 아주 다른 사람들 사이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같은 말을 쓰는, 동일 문화, 동일 국가, 같은 민족 가운데에서도,
가풍, 커나온 환경, 종교, 철학과 가치관에 따라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느낌 자체는, 내가 상대를 무시하고, 상대가 나의 정서를 우습게 보는 것 과는 아무 상관없는,
문화라는 것이 그렇듯이, 그냥 나에게 익숙한 반응이 나에게서 일어나는 것 뿐인 것이다.

이 반응을 어떻게 조절하고, 조율하고, 표출하며, 적절히 다스릴 수 있느냐 하는 것은,
그 사람의 교양이고, 상대에 대한 배려라 할 수 있겠지만,
그 반응자체는, 특별한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는,
뜨거운 것에 데이고 펄쩍뛰듯, 찬 것 앞에서 움추리듯 한, 그냥 반응일 뿐인 것이다.

중요한 것은, 그럴수 있음을, 서로 다른 반응이 있을 수 있음을 인정하고, 수용하고,
그 간격을 좁혀나가는 노력이, 바로 인간관계를 잘 맺어가는 노력이라는 사실을 알고,
그렇게 지속적으로 노력할 수 있느냐의 문제인 것이다.



많은 경우에 있어서, 특히 부부와 같이 밀착되고 전적으로  신뢰해야 하는 인간관계에 있어서,
나와 다른 생각, 나와 다른 정서, 나와 다른 반응이 있을 수 있는 것에 대한 가능성과,
그랬을 때 내가 어떻게 상대를 보다 더 효과적으로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을까에 대한 생각과 대비가 없으면,

그런 차이, 소위 문화차이가 삶 속에서 드러나게 될 때,
"너 나를 어떻게 보고 그럴 수 있어?"라든지,
"아니! 날 이렇게 우습게 봐?"식으로 반응을 하게될 수도 있고,
자칫 둘 사이를 갈라놓는 거침돌, 걸림돌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외국인이라면 당연히 다를 수도 있음을 미리 생각할 수 있겠지만,
내국인끼리, 같은 동향끼리, 같은 종교이기에 기대를 갖고 만난 사이에서는,
오히려 외국인과의 만남에서 보다도 더욱 섬세하게 상대를 헤아리는 슬기가 필요한 것이다.

내가 익숙한 문화는 지극히 당연하고,
상대가 익숙한 문화는 나를 배려하지 않는 것 이라고 받아들이고 행동하게 된다면,

나를 나 스스로 옭아매고 가두는,
스스로를 사람들과 떼어놓고, 사회로 부터 멀어지게 만드는,
"왕따를 자처"하는 결과를 가지고 올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같은 말을 쓰면서도,
문화차이로 인한 갈등이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0ㄱㄷㅈ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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