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머리 소년

정광설 2009.01.12 13:03 조회 수 : 345



  샘머리에 새로 이사온  아이는 학교 가기가 두려웠다.

  아침은 그래도 바쁘게 등교하는 바람에 좀 들했지만, 하교 길에는 몇군데 거쳐야 하
는, 집까지 가는 길 중간 중간에 있는 동네를 지날 때마다 겪어야 하는 그 동네 아이들
의 괴롭힘이 싫고 두려웠다.

  시골에서 대전으로 이사왔대 봐야 전에 살던 그 시골 보다 더하면 더했지 하나도 도
시 같지도 않은 대전 외곽의 샘머리로 이사온 때문인 것이었다.

  물론 그 딴 동네 아이들이 샘머리 아이 동네에 오는 날이면, 게네들도 아이랑 비슷한
일을 당하곤 했지만, 문제는 아이 마을이 학교에서 제일 먼 곳에 있어서, 샘머리 아이는
집에 오는 동안 매일 게네들 동네를 거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학교 파하고 돌아오는 길을, 게네들 동네를 거치지 않고 비켜오는 길을 찾다
보니 산길로 들길로 오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이리 저리 하교 길에 만나는 들길과 산길은, 아이의 호기심을 자아내는 일들도 많고
재미있는 놀꺼리들도 많아, 어찌 어찌하다 보면 어두컴컴해져서야 집에 오는 날들의
연속이었다.


  그런데 그러던 어느날, 어느 한 아이가 그 아이의 마을로 이사를 온 뒤로는 사정이
사뭇 달라졌다. 아상스럽게도 이웃 동네 아이들이 샘머리 아이들이 지나가도 건들지도,
못살게 굴지도 않는 것이었다. 새로 이사온 그 아이 때문인 것만은 확실한 것 같은데,
도통 그 원인을 알 수 가 없었다.

  새로 이사온 그 아이는 덩치도 이 아이 보다 크지도 않았고, 쌈을 잘하는 것도, 그렇다
고 공부를 엄청 잘하는 것도 아니었다. 다만 그 새로 이사온 아이의 아빠가 경찰이었던
것이 다른 점이라면 다른 점이었다.

  그것이, 그 새로 이사온 아이의 아빠가 경찰이라는 사실이, 이웃마을 아이들이 그들의,
그들 마을에서의 권리(?)를 포기하고, 샘머리 아이들을 그냥 지네 동네를 지나가도
가만 놔두고, 건들고 찝적대지 못하는, 더 이상 찝적거리는 재미(?)를 포기한 이유의
전부였다.

  빽이 든든한 경찰 아저씨가 샘머리 아이들에게 생긴 것을, 딴 동네 아이들이 눈치를
채고 알아서 긴 것이었다.

  그 새로 이사온 아이의 아버지는, 이웃 동네 아이들 간의 장난스런 전쟁놀이에는, 관
여할 마음도 없었고, 업무에 바빠 그럴 형편도 아니었다. 단지 딴 동네 아이들이 그 새
로 이사온 아이의 아버지가 경찰인 것을 알고, 그 새로 이사온 아이에게 잘못했다가는
잡혀가기라도 하는 것은 아닐까 하고 지레 짐작하고 겁을 먹은 것이었다.

  그 샘머리 아이의 동네에 왕 빽이 생긴 것이었다. 믿는 구석이 생긴 것이었다. 아무도
나서서 샘머리로 새로 이사온 그 아이의 아버지가 그 무시무시(?)한 경찰이라고, 공갈
섞어 이야기 하지 않았어도 딴 동네 아이들이 먼저 알고, 알아서 기게된 것이었다.



  샘머리의 그 아이는 커서, 하나님의 말씀을 대언하는 기름부음 받은 종이 되었다.
목사님이 되어서도 그 정겨웠던 샘머리 시절의 친구들과의 추억을 잊을 수 없었으며,
특히 믿을 수 있는 왕빽이 생기니까 세상이 알아서 기던 기억을 잊을 수 가 없었다.

  다만 그 새로 샘머리로 이사와 동네에 평화를 가져다 주었던 동무의 경찰 아버지라는
왕빽이, 지금은 하나님이라는, 왕빽 중의 왕빽으로 바뀐 것이 차이라면 차이였다.

  그리고 오늘, 30년도 더 전의 기억 속을 이리저리 헤빕고 다니며, 그러한 믿을 만한
왕빽에 대한 말씀을 증거하시는 것이었다.



  말씀을 들으면서 두가지 모습이 뇌리에 스쳐갔다.

  하나는, 초등학교 시절, 맨날 나가서 싸웠다 하면 깸도 안되게 져서, 여기저기 잔뜩
물려서 피투성이가 되어 들어오곤 하던 우리 집 잡종견(형은 진돗개 혈통을 많이 받았
다고 했지만)이, 지 주인인 우리 작은 형님만 있으면 펄펄 날면서, 저보다 세곱절은
덩치가 더 큰 이웃집 누렁이를 물고 늘어져, 결국은 그 누렁이가 치사(?)하고 귀찮아서
꼬리를 내리고 도망가게 만들고는, 마치 개선장군인양, 피는 질질 흘리면서도 꼬리치며
형님에게 다가와 안기던 모습과,

  또 하나는, 하나님 얘기만 나오면 오만 인상을 다 써가며, "보이지도 않는 하나님을
믿느니, 차라리 내 주먹을 믿어라!"하며 주먹을 불끈 내밀던, 그 내일이 없는 사람인
듯 보이던, 초등학교 시절 하교길의 단골 호떡장사 아저씨의 얼굴이었다.

  하나님 편에 서면, 하나님이 내 편이시면, 세상이, 사탄이, 결코 나를 어찌할 수 없으
리라는 말씀을 증거하시는 목사님의 설교를 들으며 언뜻 떠오른 생각이고, 모습이었다.



  나는 무엇을,

  누구를 의지하며,

  누구와 편이 되어 살아가고 있나?


  겉으로는 아닌체하며, 그 호떡장사 아저씨의 주먹 만도 못한, 한낱 돈을 의지하고,
자랑으로 여기고, 돈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줄 수 있을 줄 믿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세상의 조건과 상황이 환경이 내 생각과 맞으면, 그것이 바로 내 힘인 것인 줄로 믿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세상 명예가 날 구원해 주고, 날 지켜줄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한낱 형님이 기르던 잡종견 만도 못한 믿음을 가지고, 믿노라 외치며, 폼 잡고, 거들먹
거리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차라리 내 주먹을 믿어라!"하고 키들거리는 그 얼굴을 떠올리며, 나는 과연 누구를,
무엇을 믿고 있는가에 대한 마음을 되짚어 본다.

  누구도 이길 수 없는, 막강 파워의 소유자이신 그분을 믿는 다는 것이 사실인가,
아니면, "내 주먹을 믿는다!"는 그 아저씨의 썩소 곁들인 그 말처럼 나의 무엇을 믿고
의지하고 있으면서 하는 착각인가?



  오늘 말씀을 들으며, 다시 한 번 확실히 내 편을 확인해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생을, 착각 속에서, 믿는 줄로, 하나님 편인 줄로 생각하며 살다가, 마지막 날에,
"이 게으르고, 매사에 흐리터분하여, 확인도 없이, 니 자신이 만든 신만 붙들고 지내온
어리석은 자여, 나는 너를 알지 못하노라!"라는 말씀을 듣게 된다면 어이할 꺼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무조건 믿는다가 아니라, 바로 믿어야 됨을,

  내가 만든, 내게 부림 받는 신이 아니라,

  그 누구도 감당할 수없는 능력을 나로 하여금 발휘케 하시는,

  바로 신 중의 신이신, 여호와 하나님을 믿어야 됨을 새롭게 확인할 수 있었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말씀을 받아, 마음에 담고, 항상, 바르게, 믿을 만한 그 분과 한편에
있는 지를 항시 점검하며 사는 인생이 되리라 굳게 다짐해 본다.

  하나님께서 은혜를 베푸사, 이 죄인을 한편으로 거두어 주시길 간절히 기도한다.

  "주여! 날 받아 주옵소서!"

  "주여! 날 한편으로 거두어 주옵소서!"

  "주여! 이 죄인을 구하사 주님 편에 있는 자의 능력을 발휘케 하옵소서!"

  "주여! 사탄을 즐겁게 하는 자가 아니라,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자가 되게 하옵소서!"

  












































@+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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