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 약방문 Vs 사후 약방문

정광설 2009.01.15 12:33 조회 수 : 328


의사:  증거가 있습니까?
환자:  여자의 느낌이란게 있잖아요!

ㅇ:  원하는 것이 뭡니까?
ㅎ:  가정이 유지되고, 남편의 마음이 돌아오는 것이요.

ㅇ:  그 일이 있은 후에, 남편의 회복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셨습니까?
ㅎ:  그냥 참고, 인내하고, 기다렸는데요.

ㅇ:  남편의 마음을 감동시켜 회심케할 특별한 노력은?
ㅎ:  안했는데요.



ㅇ:  이번에는 어떤 일 인가요?
ㅎ:  지난번 여자 문제도 해결이 다 안된 것 같은데, 또 딴 여자가 생긴 것 같아요.

ㅇ:  어떻게 아셨나요?
ㅎ:  여자의 느낌이란게 있잖아요.

ㅇ:  확실합니까?
ㅎ:  확실하진 않지만, 틀림없어요.  내 느낌에요.......

ㅇ:  느낌이 사실입니까?
ㅎ:  아닐 수도 있죠.

ㅇ:  만에 하나, 아니면 어쩌죠?
ㅎ:  틀림없어요.

ㅇ:  증거가 있습니까?
ㅎ:  아뇨!  내 느낌이예요.  전에도 그랬어요.

ㅇ:  부인이 이런 생각을하고 있다는 것을 남편이 아시나요?
ㅎ:  아마 알꺼예요.

ㅇ:  이야기 하셨습니까?
ㅎ:  아뇨.  그렇지만, "당신 조심해!"라고는 했어요.



ㅇ:  그러면 지난번 일 있은 후에,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게하기 위해서 어떤 일을 하셨나요?
ㅎ:  따로 한 것은 없는데요.

ㅇ:  그럼......
ㅎ:  지도 사람이라면 다시는 안할 줄 알았죠.

ㅇ:  한가지만 더 묻죠.  남편이 바람을 왜 피우게 된 것 같습니까?
ㅎ:  모르겠는데요.  왜, 그걸 내가 알아야 하죠?

ㅇ:  확실히 알기는 어렵겠지만,
      그래도 그 심리를 좀 알아야,
      대비한달까, 다시 그런 일이 안벌어지게 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ㅎ:  내가 구차하게 왜 그렇게 까지 해야 되죠?  
      잘못은 남편이 했는데, 왜 내가 절절매며, 그딴 것 까지 미리 알아서 기어야 되는 거죠?



ㅇ:  한마디만 더 여쭙겠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하실 생각이신가요?
      어떻게 되기를 소망하십니까?

ㅎ:  남편 마음이 돌아서서 가정으로 돌아오고,
      가정이 회복 되었으면 하는 것이 바램이죠.  뭐 딴게 있겠어요?

ㅇ:  남편이 정신을 차리고, 잘못을 깨닫고 가정으로, 나에게로 그 마음이 돌아오길 원하는데,
      정작 왜 남편 마음이 흔들리고, 변하고, 다른 여자에게 관심을 두게 되었는지,
      그 이유는 모르고, 알려고 하지도 않고,
      진짜 여자가 있는 것 인지는, 사실로 확인된 것 이라기 보다는,
      여자의 느낌과 직감에 의해서만 판단하고,
      남편의 그 흔들리는 마음을 돌이킬 특단의 대책은 세울 생각없이,
      지가 잘못한 것이니까, 지가 사람이라면 깨닫고 다시는안 그러겠지 하고 계셨네요!  
      그러면서, "남자들은 한번 바람피면 또 그런다면서요?"하며 의심의 눈으로 보고 계시네요!

ㅎ:  나도 내 나름대로는 인내하고 참고 열심을 다했는데, 왜 나를 뭐라하세요?

ㅇ:  잘못했다가 아니라, 효과있는 방법을 개발하는 마음 가짐이 필요하다는 의미이지요.
ㅎ:  울화통 터지고 힘들어서 죽을 지경이고, 원망스럽고 미워 죽겠는데, 무슨 효과에요, 효과는.....

ㅇ: 그래서 이 일이 어떻게 결말 되기를 원하시는데요?
ㅎ:  가정회복이요.

ㅇ:  바로 그렇기 때문에 효과있는 방법을 개발하는 노력이 나에게 필요하다는 것 이지요.
ㅎ:  힘들어 죽겠고 미치겠는데, 이 판국에 날 보고 뭘 또 하라구요.  왜 나만 뭐라 하세요?



계속 쳇바퀴 돌 듯 반복되는 이야기를 마치고, 우선 힘들어 하는 마음과 몸을,
조금이라도 추슬리는데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약을 며칠 분 드렸다.

왜 바람은 남편이 피웠는데, 힘들어 죽겠는 나에게 뭘 하라고 야단치는거냐고, 기분 나쁘다고,
도움이 좀 될까해서 왔더니 더 답답하다고 하며, 사뭇 섭섭한, 다소 노엽기까지 한듯 느껴지는 모습을 보면서,

혼자 속으로 되뇌였다.
"그러니, 아무리 힘들어도, 지금이라야 되는걸요. 안그러면 "사후 약방문"에 그칠 공산이 큰걸 어쩝니까!"하고.....

그래서 판이 깨지고, 가정이 해체되고 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어려움을 호소하며 찿아오는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고, 돕다 보면,
이 깨달음이 좀 많이 어렵더라도, 그때, 제일 어려웠던 바로 그 때에 있었더라면 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아서,
위기 때에, 그 위기를 기회로 삼으라고, 위기를 기회로 삼는 노력을 바로 그 때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비록 욕을 좀 먹고 편들어주지 않는다고 원망을 든는 한이 있어도 이런 사실을 알리고 촉구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바람피고, 구타하는 남편 문제로 고민하며 괴로워 찿아왔던 분이,
의사가 이혼 결심에 동조하기 보다는, 조금 더 시간을 갖고 개선책을 더 찿아보자고 하니까,
그냥 스스로의 결단대로 이혼을 결행하고, 3개월여 방문하지 않다가 다시 내원해서,  

이혼 후에 대두된 예상치 못했던 여러가지 외부적인 어려움과, 자기 자신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예기치 못했던, 스스로 생각해도 도저히 상상할 수 없었던 생각이나 행동의 변화와,
받아들이기 어려운 충동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이렇게 힘들 줄 진작에 알았더라면, 차라리 맞아 죽더라도 그냥 살 것을 그랬어요!" 하면서,
눈물 짓던 모습이 떠오른다.

이혼이란 대처방법이 옳으냐 아니냐의 이야기가 아니라,
어떤 방법을 결정하기 이전에 충분히 효과적이고 유용한 대응 대처가 있었느냐의 이야기인 것이다.

위기를 그냥 위기로만 대응했느냐,
위기를 기회로 삼을 수도 있다는 사실에 입각한 현명한 노력이 있었느냐의 의미인 것이다.



"사전 약방문"은, 생명을 구하고, 인생을 변화시키고, 행복을 일구고, 선한 열매를 맺게 할 수 있지만,
"사후 약방문"은, 죽음과 후회와 원망과, 오늘의 불행에 대한 증명과 설명만이 가능할 뿐인 것이다.


"이러 저러 했기 때문에 나는 그럴 수 밖에 없었다!"고 불행을 설득력 있게 증명하고 설명할 수 있기 보다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찌 어찌 노력하여 오늘의 행복을 이룰 수 있었습니다!"라고 간증하여,
감동을 자아낼 수 있는 인생이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바람핀 남편 때문에 그렇지 않아도 힘들어 죽겠는데, 나에게 무슨 요구가 그리 많으며,
이 힘든 판국에, 날 보고 뭘 그리 애쓰지 않는다고 나무래는 것이냐!"하며,
응원해주지 않는다고 서운해 하는 분을 대하며, 미안하기도, 안타깝기도, 답답하기도 한 심정이다.



어떻게 해야 "사전 약방문"을, 스스로, 적절한, 늦지않은 시기에 고안해 낼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을 것인가?
평생의 숙제일 수 밖에 없는 이 명제가 오늘 따라 더욱 무겁게 느껴진다.

도와줌이, 위로함이, 어려움의 정당성과 고착을 돕는 결과가 되어서는 안되고,
극복과 회복을 돕는 결과가 되게 하기 위해 어떤 자세를 유지해야 할 것 인가를 생각해 본다.



























@#$+ㄱㄷㅈㅊ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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