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의 기쁨 !

정광설 2009.01.22 17:03 조회 수 : 388



다이어트에 좋다는 소리에,
언제인가 부터 어디를 걷기만 하면 파워 워킹으로, 발을 쭉쭉 뻗으며 제법빠른 속도로,
속도에 변함없이 언덕 오르막 길에서도 걷던 페이스를 유지하며 걷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오늘도 다소 긴 언덕길을,
일정한 속도를 유지하며 파워 워킹을 충실히 수행하려다 보니,
다리가, 종아리가, 허벅지가 뻐근하다 못해 통증이 느껴져 오면서 "아이고! 힘들어!"소리가 절로 나온다.

그런데 동시에 묘한 느낌이 드는 것을 느꼈다.  
새록 새록 피어오르는 뿌듯함과, 번져가는 입가의 웃음과, 숨을 훅 훅 박자 맞춰 내뿜으며,
오리 궁뎅이 흔들리듯 걷는 경보 선수를 보며 깔깔거리고 웃던 그 걸음거리가 나에게서도 나타나는 것이었다.

저절로 오리의 뛰우뚱 거리며 걷는 모습으로 변해가는 나의 걸음을 의식하면서도,
허벅지가 더 더 뻐근해 지도록 힘주어 걸으며, 괜히 잘난듯한 기분에 휩싸이는 나를 발견한 것이었다.



아퍼 죽겠는데 기쁨이라니, 변태인가?

그러고 보니 그전에도 이런 경험이 있었음이 생각났다.



알통 나오라고, 어려웠던 시절 쇠로 만든 아령은 언감생심 사달랠 엄두도 못내고,
양동이에 물을 반쯤 담아가지고는, 아령하고 담벨하듯, 들었다 내렸다 몇 십번 하고서는,

알통이 얼마나 나왔나(그리 쉽게 톡 튀어 나오는 알통이 어디있다고) 확인하느라,
웃도리를 훌러덩 벗어 부치고 거울 앞에서 팔뚝과 어깨에 너무 힘을 주어, 아프다 못해 팔에 경련이 일어도,
혼자 흐뭇해서 희죽거리며 우람한(?) 알통을 쓰다듬던 중, 고 시절에도 이런 고통이 기쁨인 적이 있었다.



그리고 보니,
밤 새워 비록 벼락치기이지만 졸린 것을 꾹 참고 밤새워 시험공부를 만족스레 한 날도,
시험도 보기 전에, 시험 결과와는 상관없이 나를 극복했다는, 잠 마귀를 물리친 대견함에,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혼자만의 성취에 어깨를 으쓱거리며 시험보러 학교를 향하던 생각도 난다.



자꾸만 자꾸만,
고통이 꼭 고통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기쁨이고, 보람이고, 자존감의 보약이고, 자신감의 뿌리였던 것이 생각난다.

고통은 면하기만 하면 좋은 것이라기 보다,
그 고통의 의미를 생각하고 깨달으며, 그 고통을 통하여 나의 삶이 의미있어질 수 있을 때,
고통이 더 이상 고통이 아니고, 그 보다 더 큰 기쁨이 있을 수 없는, 기쁨이고 보람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단지 힘들다는 이유로,
눈 앞에 닥친 작은 고통을 피하려다 더 큰 고통의 굴레에 빠져들고 스스로를 옭아매는 것이 아니라,



고통을 내 삶의 비료가 되도록 하는 슬기와 깨달음이 중요함을 깨닫게 되었다.

고통이, 더 이상 앞으로 있을 일을 회피하게 만드는 이유가 아닐 수도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오히려 발전을 위한 고통이라면, 그 고통이 곧 기쁨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새삼스레 깨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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