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영부영 병은 암보다 더한 고질병이다 !

정광설 2009.01.22 17:37 조회 수 : 357




34살의 청년이다.
외 아들로 귀엽게 컷고, 특별한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고 그냥 저냥 남들 하는 정도는 하면서 살아왔다.
진료는 어머니가 이런 것도 진료대상이 되냐면서 아들을 대신해서 먼저 찿아오셔서 시작 되었다.

아들이 취직을 해봐야 몇달 옳케 다니는 적이 없고, 생활은 불규칙 하다 못해 개판이라 봐줄 수 가 없고,
뭐라도 한다고 일 벌리면 빚이나 지고, 사채 얻어 자동차 인테리어 하고는 못갚아 대신 갚아주고,
그리고서도 정신 못차리고 컴퓨터 게임만 하고 있다면서, 컴퓨터 중독 같은데 고칠 수 있냐는 것 이었다.

본인을 오라고 하여 만나서 이야기 하는데, 엄마는 초죽음이 돼서 불안해 전정긍긍 하는데,
막상 본인은 담담하게 본인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이었다.

엄마의 말과 대동소이한 내용이었지만, 엄마가 이야기 할 때와 다른 것은,
엄마는 염려와 걱정이 가득하여 초조한 표정으로 이야기하고 있는데 반하여,
아들은 그냥 어떤 사실을 설명하듯 무덤덤하게 말하고 있는 것이 다른 점이라면 다른 점 이었다.



회사는 마음에도 안들고 괜히 스트레스만 줘서 그만둔 것 뿐이고,
앞으로 취직해서 다닐려면 차가 있어야 되는데,
차속에서 스트레스 안받을 려고 산뜻하게 인테리어 한 거고,

돈은 앞으로 취직하면 갚을 요량으로 사채 얻었었는데,
금방 취직되었더라면 부모님 모르게 처리할 수 있었는데,
생각처럼 취직이 빨리 안되서 200만원 빌린 것이 6개월 지나다 보니,
사채 얻어 사채 갚다 보니 2000만원 쯤 된 것 뿐이라고,

일의 전말을 담담하게 풀어 설명하는 것 이었다.



다 맞는 말만 하고 있었다.
사실만을 이야기 하고 있었다.
다만 죄책감이나 책임감이나 절실함이 없을 뿐이지.....



컴퓨터 하는 것은,
특별히 할 일도 없고, 아직은 그렇게 취직할 맘도 없고 해서 그냥 소일거리로 하는 것이지,
무슨 중독 그런 것은 아닌데 엄마가 괜히 저러는 것 이라고,
엄마가 쓸데없는 걱정이나 하고 있다는 식으로 말하고 있었다.

병원에 며칠 잘 나오면서,
앞으로는 정신차리고 스스로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이야기하고는,

일주일을 아무 연락도 없이 안오다가 약속한 진료일 보다 일주일 늦게 와서는,
취직할려고 이력서 낸데 확인하느라 바뻐서(?) 못왔다는 것 이었다.

집요하게 못 온 이유를 하나 하나 확인하며 물어 물어, 조여(?) 들어갔더니 결국은 실토를 하는데,
못 온 이유는 다름 아닌, 오기 싫어서도 아니고, 안 올려고 결심한 것도 아니고,
엄청 바뻐서 올 틈이 없었던 것은 물론 아니고,
언제나 그랬던 것 처럼 그냥 어영부영 하다 보니 못 온 것뿐이었다는 것이다.



학교도 어영부영 다녔고,
그러다 혹 어떤 문제가 생기면 자기는 어영부영하고 있으면 됐고,
나머지 문제는 엄마가 애가 타서 해결해줬었고,

직장도 어영부영 하다, 몇번 결근하면 때려쳤고,
그리고 어영부영 지내다 보면 엄마가 돈 갖고 와서 밀린 외상값 갚아줬고,

직장 관두고 취직을 해야 될 줄은 알면서도, 어영부영 하다 보면 시간도 지나고,
그러다 보면 여기 저기 취직 때문에 쫓아다니는 것도 귀찮아지고 해서,
어영부영 지내다 보니 심심해서 차도 사서 고치게 된 것이고,
컴퓨터도 시간 때우기 위해 하다 보니까 맨날 피씨방 가게 된거지,
무슨 엄마 말 처럼 중독은 아니라는 것 이었다.



어려서 부터 어영부영 살아온 것이 뼈속까지 침투해서,
생각에서는 이제는 고만 어영부영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지만,
몸과 행동과 그리고 습관은 계속 어영부영을 고수하고 있는 것 이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살면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병원에 끌려와서(?) 정신과 의사에게,
마음 속  깊은 곳에 어영부영 병(?)이 자리잡고 있음에 대해서,
처음으로 그런 소리 듣기 전 까지는, 별로 이것이 그리 큰 문제라는 문제의식 조차 없었다는 것이다.

별 불편이 없었으니까!
알아서 부족 분을 채워주는 천사(?)가 있었으니까!
그리고 지금 그 천사가 제일 후회하고 있고, 천사 노릇 한 것에 대해 원망듣고 있는 것 이었다.



어영부영 하면서 그냥 밥이나 잘 먹고, 귀염둥이로서의 모습만 유지하면서,
"어영부영 지내기"에 익숙해지는 것은 병중의 병이라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암 보다도 더 무서운 병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암은 몸이나 파괴시키지,
어영부영 병은 인격자체를 결국에는 파멸로 몰고 가고,

죽으면서까지도 자기를 더할 수 없이 사랑했던 분들을 원망하며,
이렇게 밖에 나를 못 키울꺼면 왜 날 낳았냐고,
가슴에 못 박는 말을 서슴치 않는 패륜으로 귀결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왜 날 이렇게 키웠냐고,
자신의 나태함을, 자신의 어영부영에 익숙해 있는 삶의 태도로 비롯되는 문제들의 책임을,
엄마에게, 부모에게, 그를 사랑했던 분들에게 당연하다는 듯이 돌리고,

자신을 마치 희생자인 것으로 생각하며,
큰 소리 치고, 패악을 일삼는 경우를 접할 수 있는 정신과 의사로서,
다시 한 번 깨닫게 되는 것은, 어영부영 해도 되게 자식을 키우는 것은 결코 사랑이 아니라는 것이다.

자식을 키우는데 있어서,
바로 이것이 정도이고 정답이다 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나, 방법이 어디 있을 수 있을까만은,

책임감있는 사람으로,
자신에 대해서, 속한 공동체에 대해서, 이 사회에 대해서, 국가와 민족에 대해서, 역사에 대해서,
책임감있는 자로 키우는 노력,

어영부영하면 가치있는 삶이 결코 될 수 없다는 것을,
몸에 배이게 가르치는 것이야 말로 정말 중요한 가르침이고 덕목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0ㄱㄷㅈ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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