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개같이 살리라!

정광설 2009.03.21 14:26 조회 수 : 327



제발,
그냥 나를 원래대로, 타고난 종자의 모습대로 살 수 있게, 내 털 좀 깍지 말고, 요상스럽기 짝이 없는,
나는 불편하기만 한, 알록 달록한  천 좀 덮어 씌우지 말고, 개의 격(格)을 당신 마음대로 바꾸어서,
개로서의 존엄(?)을 잃지 않게 해주시오!

사람 목에 개 줄 걸고 끌고 다니면(설혹 그럴 힘이 있거나, 또는 본인이 원한다 할지라도) 아니되고,
설혹 그렇게 행한다할지라도 사람이 개될 수 있는 것이 아니듯,

개를 사람 옷 입혀 모시고 다니는 것도 아니될 일이겠지만, 혹 그런다고 개가 사람되는 것은 물론 아닐 것이고,
단지 그대들의 호기(好奇)와 선호(選好)를 충족시키려고, 나의 개 됨을, 나의 정체성을 훼손시키기만 하는 것 아니겠소?

그냥 당신이 사람으로 태어날 수 있었던 것을 감사하며 살듯,
나 또한 개로 태어난 것을 숙명으로 받아들이며 살터이니, 그냥 개로 살게 놔 두시구료!

같은 시공에 존재함으로, 그대와의 조우가 가능할 수는 있었지만,
서로의 본래 갖고 태어난 격(格)과 영역은 침범하지 않고 인정하는 자세를 잃지 말도록 합시다.



나에게 당신의 본질을 훼손할 능력이 있을 수 없는 것 처럼,
그대 또한 나를 비록 소유하고 이뻐해 줄 수 있을지는 몰라도,

나의 정체성을 훼손하고, 나의 본질을 왜곡시켜, 자칫 내가 인간이듯 느껴지고,
인간을 보고서 개 끼리 일어나야 할 반응이 일어나는,
개도 아니고 인간도 아닌 존재로 나를 만들 자격은 없는 것 아니겠소?

이것은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생명체에 대한 기본 자세의 문제가 아니겠소?
자연 본래의 질서에 대한 자세의 문제가 아니겠소?



자연을 파괴하면 안된다고들 주장하며, 이제까지 자연과의 공존이 아니라,
자연을 쓰다 버릴 수 있는 대상인 것 처럼 함부로 대해왔던 것을 질타하는 목소리와 운동이,
여기저기서 벌어지고 있는 이 마당에, 개를 사람 취급하는 것 보다 더 큰 자연 파괴, 자연 훼손이 어디 있겠소!

하긴 사람이 늑대 우리에 들어가 살아, 늑대가 사람이 자기 동료인 줄로 착각하여 해치지 않는 현상을,
사람이 늑대 다 되었다고 좋아하는 세상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사람이 늑대 우리에서 산다고 늑대일 수 없으며,
그보다는 이런 본래의 질서를 무시하고 파괴하는 생각이나, 생각없는 행동보다, 더 심각한 자연훼손이 어디있겠소?

다시 한 번 간곡히 부탁드리오니, 제발 나를 그냥 원래 그대로, 개로 취급해 주시길 바라오!



그대가 아무리 날 좋아하고 사랑한다는 표현을 한다 손 쳐도,
나는 결코 그대의 짝이 될 수도, 형제가 될 수도 없는 것 아니겠소?

빈 말이라도 개인 나에게 더이상 헷갈리지 않게 친척, 인척 맺는 말은 삼가해 주시기 바라오!
당신은 어떨지 몰라도, 나는 정말 헷갈리기가 너무 싫고 두렵다오!  

개가 자신이 인간인 줄로 착각하고 사는 모습을 상상해 보시오.  
정말 웃기지도 않는, 너무나도 슬픈 이야기가 전개되지 않겠소?

개에게나, 사람에게나 말이오!



그냥 나는 개로 죽고 싶으니,
그냥  개로 태어난 목숨이니, 개로 태어난 것을 받아들이고, 개로 살다가, 개처럼 죽을테니,  
당신 이의대로 착각을 사실인줄 오해하지 말고, 나를 제발 그냥 개 취급해 주시오!



이는 부탁이 아니라 절규라오!

당신이 비록 나의 주인일지라도, 당신이 신은 아니잖소?

아무리 그대가 원해도,
그대는 결코 나의 어미일 수도, 그대의 딸이 내 누이일 수도,
그대의 귀한 아들이 내 짝일 수는 없는 노릇 아니겠소?



그래도 날 이뻐해 주는 것은, 좋은 음식, 좋은 잠자리 준 것은 감사하리다.
비록 나의 개 됨을 상당히 훼손했을지라도, 당신이 나에게 쏟은 정성을 봐서.......

그럼 우리가 인간과 개라는,
서로가 결코 한 평면에, 같은 차원에서 생각되어질 수 없는 생명체라는 것을 잊지 말고,
죽는 날 까지, 이 아름다운 별 지구에서의 나날들을, 함께 노력하여 아름답게 가꾸어 나가도록 하십시다!

                      

(이 땅에 개로 태어나,

인간에게 분에 넘치는, 그러나 지극히 인간의 생각에만 치우치고,
지극히 편협한 생각으로 자기만족만을 위해 행하면서,
그것을 개 사랑인줄 착각하는 사람으로 인해,

말할 수 없는 개로서의 자존감(?)의 상함과 정체성의 혼란에 빠져있는,
그러나 개의 개됨을 되찿기 위해 몸부림치는 어느 개의 절규 중에서)

































@#$+0ㅅㄱㄷㅈ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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