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의 군상들

정광설 2009.04.09 15:25 조회 수 : 432



새벽에 시장엘 갔다.
나에게는, 맨날 해가 중천에 떠서야 일어나던 나에게는, 새벽이나 다름 없는 이른 아침이었다.

나야, 할 일은 많은데 엔진 톱이 말을 잘 안듣고 속을 썩여,
그걸 고치려고 낮에는 시간을 낼 수 없어 일찌거니 나섰다지만,

새벽이나 다름없는 이른 아침 시간에, 웬 사람들이 그리 많이 바쁘게 오가는 지,
평소 늦잠 잘 때라면 도저히 느낄 수 없었던 생동감을 느낄 수 있었다.

새벽의 사람들은 그 모습에서, 행동에서, 걷는 모습에서, 얼굴 표정에서,
뭐라 설명하기 어려운 움직임이 느껴지고, 밝음이 있고, 뭔가하면 될 것 같은 활력이 전해져 왔다.


아마도 생명력 이리라!


학교를 향하는 어리고 젊은 군상들 뿐만이 아니라,
둘씩 셋씩 아직도 쌀랑한 새벽 바람 이기려 피워논 군불 곁에 모여,

담배 꽁초 입에 물고, 웃음지며,
장사보다도 이야기에 정신 팔고 있는 듯 보이는 쪼그랑 노인네들의 얼굴에서도,
냉동차에서 묵직한 냉동 생선 박스를 거뜬 거뜬 내려 밀대에 쌓아 올리는 중년 아줌마들의 얼굴에서도,

하나같이 느낄 수 있는 공통점은, 움직임, 생명력의 꿈틀거림이었다.

새벽의 말씀을 감사히 받아 기쁨이 가득한 내 마음에,
생명력의 꿈틀댐을 보너스로 더 느끼ㅏ게 해주시는 것 같은 벅차오름을 경험할 수 있었다.



그러면서 또 하나의 경이와 즐거움으로 다가오는 것이 있었다.
그것은 다름아닌 다양한 얼굴 모습, 모양들 이었다.

표정의 다양함도 다양함이지만, 맘먹고 유심히 살펴보니,
진짜로 사람들 얼굴의 생김 생김이 너무나도 다양하고 독특한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똑같이 생긴 사람은 진짜로 하나도  없었다. 비슷하게 생긴 사람도 별로 없는 것 같았다.
"하나님께서 이 온갖 모양의 얼굴  빚으시느라 엄청 바쁘셨겠구나!"하는 객적은 생각을 하며 혼자 피식 웃었다.



그런데 그 수많은 군상들의 서로 다른 얼굴에서, 같은 것이 하나 있었다.

이것을 무엇이라, 어떤 단어로 표현할 수 있을까?
있다면 '희망'이란 단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수많은 군상들의 서로 다른 모습 만큼이나, 처해진 형편도 서로 다를 터인데,
새벽의 그들의 모습에서 한결같이 느낄 수 있었던 것은,
밝음을 향해 걸음을 내 딛는, 꿈틀대는 생명력과 소망에 찬 모습이었다.

직장에 출근하는 중인 듯 보이는 이들에게서도,
학교가려고 발을 동동거리며 뻐스를 기다리는 여학생의 땀방울 맺힌 콧등에서도,

모닥불 가의, 집 앞 텃밭에서 새벽에 뽑아온 상추 한 보따리 놓고, 이웃 노인의 말에 귀 기울이며,
무슨 얘기인지 짙게 피어오르는 그 깊게 패인 주름 끝에 맺히는 웃음에서도,

한결같이 발견할 수 있는 것은, 내일에 대한 밝은 소망인듯한 것이었다.



오늘을 살지우고, 성공적인 삶으로 일구어 나가고자, 새벽을 깨우는 모든이들에게,
그들의 바램이, 그들의 소망이 모두 이루어지는 축복이 임하기를,
그 다양하고 재미있게 생긴 얼굴 모양과, 그만큼이나 다양한 표정에 웃음지며, 조용히 기원해 본다.

그리고 "새벽시장에 가끔이라도 나와서, 저들의 생명력에 확실히 전염되야지!"하는 소망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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