짱구박사!

정광설 2009.05.01 18:00 조회 수 : 498

막걸리 한 말을, "들고는 못가도 먹고는 갈 수 있다!"는 말이 있다.

그런데 이런 말을 아직 들어보지는 못했지만, 열시간 동안을 꼼짝말고 책 읽으라면,
"차라리 날 잡아라!"하고 뒤집어 질 지 몰라도, 만화를 열시간 동안 보고있으라고  하면,
"가능할 껄?"하고 달려드는 사람은 꽤 있을 것 같다. 나를 포함해서 말이다.

일찌기 8살에 만화계(?)에 발을 들여 놓은 이후, 지난 2003년 까지 45년여를,
아버지의 협박(?)과 엄마의 무시, 냉대 속에서도, 그 험한 압박과 설움을 묵묵히 버티며,
학교 공부 따라가며, 신간 만화 빼놓지 않고 보느라, 험난했던 인고의 지난 세월을 돌이켜 보노라면,
나도 참으로 바쁘고도 바쁜(?) 만화책 열혈팬 으로서의 인생길이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그 피눈물 나는 대장정 중 우뚝 솟아, 항상 생각나며, 지금도 여전히 나의 삶 깊은 곳에서,
큰 영향을 끼치고 있는 인물이 있으니, 그는 다름 아닌 지금도 여전히 존경하고 좋아하는 짱구박사이다.

엄청난 가분수인 네모머리의 소유자인 짱구 박사가, 난제에 부딪치면 그만의 비장의 방법인,
그 가분수를 이용한 물구나무를 서서, 머리로 밭침대 삼아 꺼꾸로 서서는 팔짱을 낀채로 생각하다가,
기발한 아이디어가 잘 안 떠오를 때면 다리를 그 자세에서 앞뒤로 흔들고,
그러다보면 기상천외한 발상과 발명품들이 쏟아져 나오곤 했던 기억을 잊을 수가 없다.

요즈음도 일상 중에 내가 필요한 것이 있으면 즐겨 엉뚱하고 기상천외하다 일컬음받을 만한 것을 만들곤하며,
그래놓고는 짱구박사처럼 가까운 이들로 부터 환영보다는 무시를 당할 때도 있지만,
그래도 굴하지(?) 않고 스스로의 기똥찬 발명품에 흐뭇해 하는 재미를 구가할 수 있는데는,
아마도 짱구박사의 영향이 꽤 차지할 것이라 생각된다.



그 유명하고 기발한 짱구박사의 발명품 중의 하나가, 한 알만 먹으면 하루종일 배가 고프지 않은 알약이다.
약 알처럼 생겨서 한 병이면 몇달치 식량이 되어서 어디를 여행할 때면 짐을 크게 줄이는 효과가 있을 수 있고,
특히 우주여행을 할 경우에는 우주선의 무게를 크게 줄이는데 일등공신으로 등장했던 그 알약이 잊혀지지 않는다.

그 만화에서 보았던, 진짜 만화같은 이야기인 그런 식사 대용품이,
미국의 우주개발 역사 중, 아폴로 계획 때 나사에서 개발된적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난다.

수백만불 이상을 들여서 특수한 엑기스만을 뭉쳐놓은 듯한 완벽한 식사 대용품을 만들었던 것이다.
짱구박사의 상상이 실현된 것 이었다.

인류역사상 최고의 영양엑기스로 이루어진 식사 대용품이 개발되었던 것이다.  치약처럼 생긴 이것을
조금만 짜서 먹으면 온갖 영양과 필요한 만큼의 에너지가  충분히 공급 될 수 있도록 고안된 것 이었다.
따라서 우주선의 짐 무게도 줄일 수 있고, 넓은 공간을 차지하던 식량창고를 다른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되어,
그 옛날 만화에서 보았던 것과 똑같은 상황이 실제로 나사의 통제하에 계획되고 실행되어
성공적으로 그런 음식이 개발되었던 것이다.

짱구 박사가 그 약을 개발하고 약 30여년 후의 일이니까, 아마 미국에도 짱구 박사의 제자가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회심의 역작과 함께 우주선은 발사되고, 무사히 우주에서의 임무를 수행하고 귀환한 우주인들을 대상으로,
필수적으로 행해지던 우주생활에 관한 품평회가 열렸는데, 여러가지 우주에서 일어났던 이야기 가운데 최고로 힘들고,
완전히 최악이라고 밖에는 달리 평가할 수 없었던 것이 식사였다는, 우주인들의 하나같은 의견이 돌출된 것 이었다.

사안에 따라서는 우주인들간에도 의견의 차이가 있기도 했으나,
우주에서의 식사가 불만족스러웠다는 데에는 모든 사람이 의견이 일치되는 것 이었다.

한마디로 최악의 우주식사였다는 것 이었다.
우주에서의 식사라는 것은 그냥 단순히 배고픔을 달래는 한끼의 식사로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주에서의 삭막함을
달래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낙이라 할 수 있는 것인데, 그 식사가  완전히 개판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던 것 이었다.  

그렇게 최악의 평가를 받지않을 수 없었던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무엇보다 공감하는 것은
씹는 맛을 박탈당한 것에 대한 불만이었다. 몇번을 씹든 자기 마음이고, 아그작 아그작 스트레스를 씹어 먹으려는 듯
씹거나, 점잖게 우물거려 삼키거나, 깨작깨작 헤아리거나, 특별히 시간을 끌어 일에 지장을 주는 정도만 아니면
자유롭게 해도 되는 거의 유일한 행동이 식사라고 할 수 있는데, 쭉 짜서, 꿀떡 삼키면 식사 끝이니, 밥먹는 기분도 안나고, 또 하나는 먹거리가 그렇게 엑기스만으로 되어있고 소량이고, 깡그리 흡수되도록 쓸데없이 부피만 나가던 불순물들은 미리 다 제거한 관계로, 거의 모두가 소화 흡수되어 배설의 필요성이 없어진 것 이었다.

한마디로 똥거리를 모두 배제한 음식이어서 배설물이 아예 거의 생기지도 않았던 것 이었다.

이는 만병의 근원이라 할 수 있는 변비를 초래하게 되고, 배설의 쾌감을 박탈한 것과 동시에, 배설로 인한 스트레스 해소효과 까지 박탈한 것과 같은 효과이니, 이 씹는 맛과 배설의 쾌감을 박탈한 것은 절대로 수용할 수 없는, 잘못 계획된 것 이니, 당장 원래의 식단으로 바뀌는 것이 좋겠다는 일치된 의견을 보인 것 이었다.

역사적인 새로운 패러다임의 식사를 발명한 것 이라고 목에 힘주고 있던 몇몇 사람들은 코가 대자로 빠질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특별한 인류역사상 가장 영양가 높고, 고급스런 그 음식은, 이 땅위의 환자용 영양식으로 재탄생하기까지 수년 동안을 우주박물관 한쪽 구석에서 먼지를 뒤집어 쓰고 처박혀 있을 수 밖에 없었던 것 이었다. 씹는 맛 과 더불어 똥거리도 제공되지 않아, 배설의 쾌감과 권리(?)를 빼앗아 가는 최악의 음식으로 낙인이 찍혔었던 때문이었다.

쓸데없이 들어있어서 소화기관에 부담만 주고, 탈을 조장하는 것 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그러나 그런 쓸다리 없는, 영양이라고는 별로 있지도 않지만, 모든 초식동물에게는 다 있는, 섬유질을 분해하는 효소가 인간에게서는 본래 분비가 되지 않아, 섬유질은 소화(잘게부숨)는 될지언정 흡수는 되지 않아, 대변의 주된 구성성분으로서의 역할만을 담당할 뿐인 듯한, 그런 똥거리가 없으면, 오히려 우리 몸의 생리적인 기능에 혼란이 오고 장애를 일으켜서 정상적인 작동을 어렵게 할 수 있는 것이다.



대학에 갓 입학한 새내기가 되어서, 본래 대인불안증이 약간 있어 그렇지 않아도 친구들과 함께 어울리기 어려워 고생하는 여학생이, 체육대회 한답시고 선배들이 쓸데없이 몇날 며칠을 운동연습 시킨다고 불러내고 힘들게 만들어, 기운도 없고 짜증난다고 하여 대화하던 중 어린시절의 짱구박사 생각이 났던 것이다.

엑기스만 뽑아주면 최고의 음식일 줄 알았더니만 최악의 음식이라는 평을 우주인들이 내렸던 것 처럼, 대인관계에서도 똥거리 풍성한 음식이 웰빙식품일 수 있는 것과 같이, 쓸데없다고 생각될 수도 있는, 함께 하는 시간이, 꼭 필요하지 않아도, 함께 이리 저리 어울려 돌아다니고 하는 것이 필요한 것이 아닐까하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훈련장에서의 잠시 주어지는 휴식시간에 조교를 씹고, 교관을 킬킬대며 함께 욕하고, 이런 저런 농담 따먹기로 친밀감을 쌓아놓지 않았다면, 아마도 전시에 그를 위해 죽어가는 동료가, 전우애가 있기 어려울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보게된다.        

평상시의 실없는 것 같은, 별로 절실하지도 않고, 꼭 필요하지도 않은 어우러짐이 있었던 관계일 때, 진짜 진지한 나눔도 가능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단지 생존만을 위한 것이었다면 최고의 음식이였을 수도 있는 그 우주식이, 최악의 평을 받게된 것의 의미를 곰곰히 헤아려 볼 필요에 대하여 이야기 나누었다.

뭐든지 지나친 것이 문제이지,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말고, 설혹 자신이 이해가 잘 안갈지라도, 손해보는 심정으로 함께하는 것이 필요한 것이 인간관계라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필요한 것만 딱 딱 주고 받고, 주지도 않고 받지도 않는 것이 아니라, 다소 어리숙한 듯, 손해도 보는 듯하며, 인간관계를 맺어가는 것이, 더 보람있고 친근함이 넘치는 인간관계를 가능하게 함에 대해서도 이야기 나누었다.



나는 어떠한가?

아내가 손을 내밀 때, "쓸데없이 불필요한 말장난 할 정신이 어디있냐!"고 모르는 척, 거절하다가,
내가 필요를 느낄 때는, "왜 아내가 남편의 마음도 헤아려 줄 줄도 모르느냐!"고 원망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친구에게 알아서 신경쓰는 일은 없던 내가,
내가 필요로 할 때 나를 이해하고 보듬어 주지 않는다고 친구를 원망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장사가 이윤을 헤아리며 물건 팔듯, 너무 이리저리 계산하며, 이득 볼 것도 기대하지 않고, 피해보지도 않고,
손해도 보지않는 인간 관계를 맺으려 하는 것은, 계약관계에 철저한 합리적인 사고방식이고 생활양식일 수는 있어도,
푸근한 인간관계라고 말하기에는 문제가 있는 사고방식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줄 것 주고, 준만큼 받고, 더 이상 피해를 주지도 않고, 받지도 않는 인간관계가 과연 행복을 느끼게 해줄 수 있을까?

현대인의 합리적인 사고방식이 마치 선한 사고방식인 듯 주장되고 인정받는 듯한 요즈음의 분위기가,
과연 행복한 인간관계를 맺는데 어떤 도움이 되고 있나 하는 것을 철저히 점검해 볼 필요를 느낀다.  



본래 인간미라고 지칭할 수 있는,
인간만이 가지고 있고 누릴수 있는 여러 심성과 품성과 감정의 요소들은,

차라리 비합리적이고 비 논리적인 것들이 대부분이고,
형이상학의 세계는 차라리 비합리적인 동네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0ㅅㄱㄷㅈ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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