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도 야무지지! ㅎㅎㅎ

정광설 2009.05.08 15:52 조회 수 : 449



두 평이 채 안될 듯하지만, 그래도 그런 텃밭이 있다는 것이 도시생활에서 얼마나 큰 행복인지 모르겠다.

신비란 다른 것 이 아니고, 기적은 저만치 멀리있는 것이 아니라, 흙이 변하여 호박이 되고,
물이 변하여 토마토도 되고, 고추도 되곤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올 해도 변함없이 나의 드넓은(?) 두 평에서 쪼끔 빠지는 나의 영토에,
기적을 일으키는 도구로서 동원된 용사들을 열병시켜 보면 다음과 같다.

오이 6 포기, 고추 10 포기에 덤으로 받은 청양고추가 한포기, 찰 토마토 두포기에다 방울 토마토도 두포기를 심었고,
그것뿐이 아니라 거기에다 가지가 세포기 추가이고, 이제 본격적인게 있으니 그것은 다름 아닌 호박들이다.

둥근 호박이 네포기, 길죽한 마디 호박이 네포기, 쪄먹는 단호박이 세포기에다가, 늦가을에 주렁주렁 널린 멋을
자아내는 쑤세미도 세포기나 심었고, 그 사이 사이에 상추도 여나문 포기를 모종해놨던 것이다.



인구밀도가 쬐끔 높다고나 할까?  

그렇지만 퇴비도 듬뿍 주어놨고, 아침 저녁 물주면서 쏟는 주인 어른 정성을 봐서라도
실하게 잘 클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 것이다.

인구밀도가 높아 교통사고 나서 밟히지 않도록 조심하며, 그래도 질서 잘 지키게 고춧대도 밖아주고,
작년에 오판으로 토마토가 그렇게 높이 자랄 줄모르고 1미터 정도 지지대 했다가 실패본 경험을 되살려서,
올해는 내 키보다도 크게 6자 짜리를 밖아 주었으니 이제는 잘 자라서 열매 많이 맺는 일만 남은 것이다.

새벽으로 저녁으로 물 주면서, 빨리 빨리 자라서, 오이고 호박이고 많이 많이 열려서, 온 동네 다 나눠먹을 생각에
흐뭇해 하며, 빨리 자랄 것을 마음으로 주문하고, "느리적 거리다가는 자칫하면 잡아 뽑는 수가 있으니,
그러기 전에 알아서 빨리 자라라!" 때로 겁도 주면서 물을 주댔는데, 아니 이게 무슨 일인가, 그 내 말 같지도 않은
혼잣말로 해본 농담을 진짜로 알아들었는지, 오늘 아침에 물을 주려는데 호박이 벌써 꽃을 피운 것이 아니겠는가!

그것도 암놈이 말이다. 엄지만한 호박 끝에 제법 큼지막한 암꽃이 만개한 것 이었다. 주인 잘못 만나서,
어린것이 아직 덩쿨 순도 제대로 나지 않은 상황에, 덜컥 열매를 맺겠다고 숫놈 꽃은 기미도 없는데 꽃을 피운 것 이었다.

겁날 것은 없다. 작년에 쓰던 수정시키는 약물이 있어 벌이 안와도 꺼떡없이 열매를 맺게할 수가 있어, 그 약물을 분무기로 뿜어는 주었는데, 정말 신비롭다는 말 밖에는 이 야릇한 심정을 표현할 길이 없다.
어쨌든 올 농사는 조짐이 좋은 것 같다.



"오이도 한 포기당 30개는 딸것이라 했으니, 여섯 포기면 못따도 150개는 딸 수 있으리라!"(꿈도 야무지지)
호박 열릴 것을 생각하면서, 뒷 마당 하늘가득히 줄을 가로 세로로 엮어, 호박 쑤세미 덩쿨들이 타고 노닐 운동장 만들어 놓은 것을 바라보며, 이미 주렁 주렁 열린 호박이랑, 쑤세미랑, 오이랑, 토마토하며, 수 많은 나의 작품들이 눈에 보이는듯 흐뭇함을 느끼게 하는 기분 좋은 새벽이었다.

다른 날 보다 더 정성스레 물을 주며 혼잣 말로 내 쫄병들만 들을 수 있게 속삭여 본다.
"너무 겁먹지 말고 니네들 스케줄대로, 하늘이 시키시는 대로 자라도 돼!"하고 말이다.


























@#$+ㅅㄱㄷㅈ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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