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할과 특성이 다른 것과, 격(格)이 다른 것은 다른 것 이다.

  부부가 유별함은 역할과 특성이 다른 것이지, 품격(品格)이 다르고, 우열이 있는 것
이 아님에도, 격이 다른 것으로 생각하고, 스스로 우월한 의식에 사로잡혀, 상대를 참
고 봐준다는 생각에 푹젖어 있다가,

  "봐주자, 봐주자 하니까 정신 못차리고 진짜해도 너무하는군!"하고, 준엄하게 나무
래는 식의 자신의 행동에 아내가 콧방귀 뀌듯 "흥!"하는 반응이라도 보이는 날이면,

  "아니! 그만큼 격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참고 도와줬더니, 그 은공을 몰라?"라고 말
하며 화를 못참고, "남편을 뭘로 보고 이따위로 밖에 대접을 못하냐, 내가 얼마나 잘
해줬는데도 그걸 모르고 이럴수 있냐?"하며, 부수기도, 욕도 하고, 성질 부리는 바람에,
공든 탑은 무너지고, 남편 체면은 형편없이 구겨지고, 무시당하고, 스스로 격이 다르다
고 한 것은 씨알도 안먹는 소리로 치부되고, "제발 정신과에 가서 상담이나 좀 받아봐
라!"는 소리나 듣게 되어,

  "이거 내가 진짜 문제가 있는 것인가?"하는 생각이 들어 방문한, 사회활동을 왕성하
게하는 여류인사의 남편인 중년의 CEO가 있다.  


  여러가지를 참고, 좋은 마음으로, 소위 외조라는 것을 나름대로 열심히 해주었는데도,
그 은공을 알아주는 것까지는 아니어도, 좀 고마워 하기는 해야 할 텐데, 이건 그것 조
차도 알아 주지 않으니, 때로는 울화가 치밀어 화를 못참고 폭력적이 되기도 하고, 육
두문자가 나오기도 한다고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그래도 한국사회에서, 아직은, 그래도, 아내가 사회활동한다는게 좀 그런거 아니냐?
남편이 협조해줘야 가능한 것 아니냐?"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말로는 협조라고 하고
있지만, 내용은 허락을 의미하는 소리로 나에겐 들렸다.

  때로는 화가 난단다. 나름대로 하느라고 해 준 은공을 몰라주니 서운키도 하고, 억울
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래도 남편이 사회생활하는 것을 아내가 내조하고 돕는 것하고, 아내가
사회생활하는 것을 남편이, 자신도 사회생활하면서 돕는다는 것은 좀 다르게 봐야 할
것 아니냐? 결코  쉬운 일이 아니잖냐? 그리고 격이 좀 다른 것 아니냐?"라고 이야기
하고 있는 것이다.


  아내가 남편이 그만큼 양보한 은공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생각이 바닦에 깔려있는
것이 문제인 것이다. 마치 오른 손이 왼손 굵어주고 공치사하는 것 같은 허무한, 웃기
는 이야기 일 수 있는 것이다.

  오른손이 왼손을 정성을 다해 주물러서 왼손을 안아프고 편하게 만들어 준것이 아니
라, 내가 들 아프고, 들 괴롭게 된 것이고, 새끼 손가락이 수고스럽게도 귓구녕을 위해
손톱 밑에 때끼는 것도 마다한 채 긁어주어, 귓구녕을 시원하게 해준 것이 아니라, 내
가 시원해지는 것이고, 그 바람에 내가 기분이 좋아지는 것이다.


  부부가 서로를 위해 무엇인가 하는 것은, 이렇듯 '하는 것'이지, '해주는 것'이 되어서
는 안되는 것이다.

  이분은 좋은 마음으로 하고 있는 것은 분명한데, 그 기본 정신이, 마치 남편이 은전을
베푸는 듯한 마음으로, 시혜를 베푸는 윗 사람같은 마음으로, 주인이 하인을 대하는 것
같은 우월의식이 바탕에 알게 모르게 깔려있으면서 아내를 대하는 것이 문제라는 생각
이 들었다.


  에베레스트의 고봉을 등반하는과정 중에, 한 사람이 크레바스에 빠져들 때, 이를 발
견한 동료가 손을 잡아주는 것은, 자신의 목숨이 위태로운 것을 무릎쓰고 같이 죽는
한이 있어도 그를 구하기 위해 손을 내밀고 사력을 다하는 것은,

  결코 은전을 베풀거나 시혜를 베풀기 위해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행동하
는 사람이 동료이고, 그것이 함께하는 이의 의무인 것이기 때문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동반자 정신인 것이다.


  호떡 값 몇푼을 던져준 것이 대단한 은전일 수 있고, 생명의 은인이란 소리를 들을 수
는 있어도, 등산의 동반자나 전시의 전우는 그런 의식조차 없이, 너와 내가 하나인 것
처럼, 단합된 마음으로 공동목표를 위해 나아가는 것이다.

  무슨 설명으로 논리를 전개하여 증명하는 것이 아니라, 그런 것이다. 그것이 인간만
이 가지고 있는,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특권이고 축복이라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에베레스트의 험산준령보다 열배는 더 높고, 험한 산을, 한 가닥 같은 로프에 매달려
정복하려는 팀보다 훨씬 더 어렵지만, 그렇기 때문에라도 더욱 절실하게 한 팀이 되어
야 하는 것이 부부라는 인간관계이고,

  태평양 전쟁보다, 대동아 전쟁보다, 이라크나 아프칸의 게릴라전 보다도 더 힘든 그
어떤 전쟁터에서의 전우애 보다도, 더 철저하게 뭉치고 하나될 수 있어야 하는 것이
부부라는 인간관계 사이에 흐르는 그 무엇인 것이다.

  그것을 '해준다'라고 생각하고 있으면 홧병이 날 수 밖에 없는 것이고, 허무할 수 밖
에 없는 것이다. 왜냐하면 계속 헛다리만 짚고 있는 겪이니, 어찌 실속있는 결과가, 보
람있는 인생이 펼쳐지기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


  부부는 누가 누구를 위해 '살아주는 것'이 아니라, 둘이 같이 '사는 것'이다.

  '사는 사람'은, '하는 사람'은, 어려움을 겪으면 겪을 수록 보람이 증대되고, 노하우가
쌓이고, 함께 하는 희열을 맛보게 되지만,

  '살아주는 사람'은, '해주는 사람'은, "언제까지 이런 웃기지도 않는 짓을 하고 살아야
한다는 말인가? 세상에 나가서 이렇게 하면 칭송이 자자할텐데, 이게 무슨 짓이고, 무
슨 이런 개떡같은 운명이 있단 말인가?"하면서, 손해본 것 같은 약오름과 억울함과, 운
명을 원망하며 비탄에 젖어들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부부는 동격(同格)인 것이다!

  그 본래의 가치가 동격인 것이다!

  그 본래의 품격(品格)이 동격인 것이다!

  부부는 누가 우위(優位)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이인삼각(二人三脚)의 수평적 위치에
함께 서있는 것이다.

  서로 어깨동무하고 함께 나아가는 존재인 것이다.

  본질적으로 하나됨을 향하여 나아가는 존재여야 하는 것이다.


  역할이나 특성이 다른 것 하고, 본질적으로 그 가치가 다른 것을 혼동하여, 마치 아내
를 거느리고, 남편을 부리는 것으로 착각하여, 스스로 만든 정서적인 홀아비,  스스로
만든 정서적인 과부의 삶을 살면서, 허무를 부르짖는 인생이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그럴수 있는 시간이 없는 것이 우리의 인생이 아닌가?

  연습이 없는 것이 인생이 아닌가?

  한 번 밖에 기회가 없는 귀하고도 귀한 나의 삶이 아니던가?

  최선을 다하여, 보람있고 행복한 삶을 일구기 위해, 팀웍을 제대로 다질 줄 아는 사람
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나를 믿듯이, 내가 너를 믿고 신뢰하고 대
접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0ㅅㄱㄷㅈ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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