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구 말구요, 어르신 !

정광설 2009.05.14 18:05 조회 수 : 438



택시기사와 이런 저런 세상 돌아가는 일을 이야기하며 어디를 가고 있었다.
무슨 말 끝에, "그렇구 말구요, 어르신!"하고, 내가 한 말에 대하여 공감을 표시하는 택시기사의 말이 있었다.

"그렇구 말구요, 어르신!"하는 말소리에, 나의 반응은 지극히 자연스럽게 그 다음 말로 연상이 이어지고 있었다.

어르신이라는 말을 다른 연세 지긋한 분들에게는 나도 흔히 쓰고 있지만,
내가, 그것도 나이가 내나 별반 다를 것 같지 않은 중년의 택시기사에게 듣다니!
내가 보기에 내 나이나 비슷해 보이는, 나이 꽤나 먹어보이는 택시기사한테 말이다.



그런데 더 웃기는 것은, 그 기사야 자기가 그런 생각이 들었으니 그렇게 나를 불렀다쳐도,
아무렇지도 않게 응대하고 있는 나의 모습을 발견한 것이었다.

생전 처음 들어보는 어르신이라는, '나를 부르는 호칭'에 아무렇지도 않게,
지극히 당연한 듯이 반응하는 나의 뻔뻔함(?)에 스스로 놀라는 마음이 동시에 들었다.



그리곤 택시를 내렸는데 불현듯 돌아가신 아버님 생각이 났다.

나이 좀 들어서 내가 무슨 일을 저질렀었나를 깨달은 뒤로, 마음 속으로 어머님께 많이 죄송해 했던 것 처럼,
초등학교 4학년까지, 잠 잘 때면 아버지 가슴에 머리를 밖고, 무릎은 아버지 무릎과 교대로 포개고 자서,
지금도 그 버릇이 남아 있어, 베게라도 무릎 사이에 끼어 넣어야 자는,

"그 어린, 막내 아들인 이 놈이, 어르신 소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들으며, 스스럼 없이 반응하게 되었습니다!"하고,
혼자 걸으며 마음 속으로 아버지를 조용히 불러 보며, 보고 드렸다.

"아버지 이 막내 아들이 어느새 어르신 소리를 듣는 나이가 됐네요. 그런대도 별 다른 감흥도 없이 받아 넘겼네요!"하고 택시에서 내려, 돌아가신 아버님을 생각하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아버지 ! 그 어렸던 막내가 벌써 이런 나이가 되었습니다.  이만큼 자랐네요.  
아무것도 모르고 아빠 사랑만을 챙기느라 아버지 품으로 파고드는 막내를 나무라지 아니하시고, 엉덩이를 끌어당겨
다독거리시며 들려주셨던 말씀이, 어떤 말씀이었는지는 구체적으로 떠오르지는 않으나,

"아무쪼록 잘 자라서, 하나님 기쁘시게 하는 자로, 부모에게 효도하고, 세상에 유익을 끼칠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해야 한다!"라고 말씀하신 것으로 알고, 그렇게 믿고 있습니다.

아버지가 축복하시고, 명하시고, 염원하신, 그런 아들이기에는 아직도 많이 모자란 것이 사실이지만,
그래도 아버지! 아버지 말씀을 잠시라도 잊지않고, 지키려 애쓰고,  그리될 수 있도록 매순간마다 노력하고 있다는 말씀은 드릴 수 있습니다.

아버지!
아버지가 원하시던 참된 인간이 되어, 하나님께 영광을 돌릴 수 있는, 아버지가 자랑스러워 하실 만한 막내 아들이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할께요.

아버지 지켜봐 주세요!"



돌아가신 아버지를 생각하며, 편지 쓰고, 말씀 나누듯, 혼자 중얼거리다보니,
아버님이 평소 들려주시던 교훈의 말씀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아직은 아버님의 기대에 걸맞는 사람다운 사람이기에는 모자란 것이 너무 많지만,
그래도 그 길에서 벗어나지 않고 하루 하루, 반 걸음, 한 걸음씩 나아갈 수 있음을 감사한다.

















@#$+0ㅅㄱㄷㅈ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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