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 대장, 개 떼 대장.....?!

정광설 2009.05.15 11:14 조회 수 : 443



요새도 골목대장이 있나 모르겠다.

벌써 오래 전의 일이다.
동네 꼬맹이들이 하두 집 앞에서 떠들고 난리이기에 나갔다가, 야단치기 보다는 모아 놓고, 수퍼가서 맛있는 것도 사주고, 잔소리도 일장연설 늘어놓으며, 훌륭한 사람되라고 꼬드기고 있는데, 뉘집 엄마인지, 나보다 스무살은 더 어려보이는 것(?)이 나와서는, 지 아이 세워놓고 훈계한다고, 눈 흘기고 아이를 데리고 들어가는 바람에, 그것 보라고 식구한테도 핀잔 먹고, 김새서, 그 뒤로는 골목에서 애들 데리고 노는 일을 끊어버렸는데, 요즘은 동네 애들 떠드는 소리도 없는 것을 보면, 골목에서의 놀이는 없어진 세상이 된 듯 하니, 골목대장인들 있을까 싶지 않다.

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골목은 무대이고 전쟁터였다.
동네 애들이 다 나와 올망졸망, 옹기종기, 어른들의 통제와는 사뭇 다른 지들끼리의 통제아래 놀다보니, 자연발생적으로 골목대장도 생겨났었던 것 같다.

힘이 쎄서 골목대장이기도 하고, 머리가 좋아 요령이 탁월한 친구가 골목대장인 경우도 있었던 것 같다.
하옇든 우리끼리 놀 때든, 이웃 골목이나 동네와 편을 갈라 패싸움을 할 때든, 능력을 발휘하고 통솔을 잘하는,
통상은 몇살 위의 형아가 골목대장을 하곤 했던 것 같다.

대장 눈 밖에 나면 어울리는데 막강 지장이 있어, 골목대장에게 잘보이려고 신경쓰고, 비위 맞추려 애쓰고,
눈치 잘못채서 뭔가 잘못하면, 욕도 뒤지게 얻어먹는 것은 다반사이고, 그리고는 또 데리고 놀아주는게 고마워
그 뒤로는 충성을 다하곤 했던 것 같다.

그러면서 사회생활에서의 요령을 터득하고, 동료들간에서의 서열 다툼의 요령도 저절로 길러지며,
싫고 마음에 안드는 상황도, 다음의 보다 나은 것을 위해서라면 참고 견디고 순응하는 것을 배울수 있었던 것 같다.

부모들이 아들 사회생활에 힘을 보태줄 양이면, 직접 겁주면 그 즉시로 왕따당하고 아무도 안놀아주니,
기술적으로 아이들의 환심을 살 수 있는 것이 요령인데,

울 엄마처럼 집을 숨바꼭질 놀이터로 제공해줘서, 방에서건, 마당에서건 신나게 뛰어 놀게 해주고, 간식으로는 고구마나 감자를 한 소쿠데미 가득 삶아 내다주면 그 약발이 한동안 가곤했던 것이다.



나의 경우는 아버지께서 여기 저기 작은 교회로 파송받아 다니시느라, 요즘의 군인가족들 처럼 이사를 자주다니는 바람에 동네친구랑 어울릴 기회가 없다 보니, 골목대장에게 수련받는 기간이 짧을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인지 대인관계에서 내 의견을 표현하는데, 특히 싫은 감정을 자연스레 상대가 기분 나뻐하지 않을 수 있게끔,
요령있게 전할 수 있는 노하우의 개발이 들 되어선지, 싫은 소리하는 기술개발이 현저히 부족한것이 사실이고,
따라서 싫은 소리를 해야할 경우에는 아주 심한 스트레스를 경험하는 것을 스스로 느끼고 있는 것이다.



골목에서 이도령 역할 쟁탈전을 피 튀기게 하면서, 대장의 낙점을 받아 그 위치를 확보하고,
그 다음에는 뺏겼다가 또 다음에는 탈환하고 하면서, 대화하고, 주장하고, 싸워서 뺐는 것도, 싸우다가 뺏기는 것도,
그리고 그 웬수와 재미있게 어울리는 것 들을 배우는 곳이, 바로 골목이였던 것이다.

골목에서의 생활기간이 절대부족한 덕으로, 그런 싫은 소리를 천연덕스럽게, 당당하게 하지 못해 주저주저 하다가,
부정적인 에너지가 충분히 쌓여 막상 말을 할 때에는, 너무 쎄게, 심각하게 힘을 주고하는 바람에, 오히려 분위기가 냉냉해지고 껄끄러운 결과가 나곤 하는 것을 경험하는 나의 문제도, 이 골목에서의 경험 부족이 큰 몫을 차지하고 있는 것 아닌가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왜 오늘 아침 출근하다 말고 느닷없이 골목대장 생각이 났냐 하면, 출근을 열심히 걸어서 하고 있는데, 나이가 좀 들어뵈는 늙수구레한 분이, 개 세마리를 줄을 길게 해서 한손에 잡고는, 몸을 약간 뒤로 비스듬이 제끼고는 주춤주춤 거리며, 앞에서 발발거리며 마구 잡아채는 개들의 속도를 조절하며 가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 모습을 보는 순간 으시대며 쫄병 거느리고 걷는 골목대장 생각이 언뜻 떠올랐던 것이다.

골목대장 휘하의 일원임으로 안정감을 느끼고, 옆 동네 누군가가 까불고 겁줄 때, 우리 골목대장에게 일르면, 알아서 카바해줘서 걱정할 것이 없었던, 그런 안정감과 푸근한 뒷 배경이 요즈음은 거의 없어지고,

마치 모든 것을 자급자족하던 원시시대의 인간들 처럼, 자신의 감정과 생각과 삶의 추슬림을, 혼자 감당하고 처리하지 않으면 안되게끔 내 몰리고 있는 것이, 오늘을 사는 현대인의 모습이고 처지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공허함을 이겨내기 위해 나름대로 적응하는 모습이, 짐승과 친해지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누군가를 배려하며 어울려, 나를 상대에게, 상대를 나에게 맞추는 방법에는 익숙지 못하니, 말 못하는(이의 제기 못하는?) 짐승에게 온갖 해궤망칙한 짓은 다해서, 아무리 짐승이라지만 해도 너무한다 싶게 만들고(화장? 시키고) 다니며,
누군가와 친한 것 같은 착각 속에 위안을 받고 있는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을 해본다.



오늘 아침만해도, 원래 불독 비슷하게 생긴 것 들을, 코메디에 나오는 마빡이 처럼, 마빡을 밀어버렸으니,
아무리 짐승이라도 김 샐것 같은데도, 그 개들은 꼬리 흔들며 이리저리 냄새 맞느라 킁킁거리며,
개 떼 대장(?)을 어디론가 인도하며 끌고가고 있었던 것이다.

개 떼나 끌고, 뒤로 몸을 제껴 균형을 잡고 걸으며,
요상스레 치장하여, 개도 아니고 인형도 아닌 듯한 기형의 것을 끼고, 흐뭇해 하는 식의 삶을,
바로 내가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나를 되돌아 본다!





















  @

댓글 0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84 영혼을 두드리는 노래 ! 정광설 2009.05.22 346
483 헛소리!@+ㅅㄱ 정광설 2009.05.21 438
482 참 교육이란 !@ 정광설 2009.05.21 380
481 아무도 보는 이 없을 때, 나는 누구인가?@#$+0ㅅㄱㄷㅈㅊ 정광설 2009.05.20 433
480 천대받을 것, 천대받을 짓은 천대받아야 한다! 정광설 2009.05.19 425
479 차라리 개 밥으로나 줘 버리자! 정광설 2009.05.18 449
478 몫! 정광설 2009.05.18 310
» 골목 대장, 개 떼 대장.....?! 정광설 2009.05.15 443
476 그렇구 말구요, 어르신 ! 정광설 2009.05.14 438
475 부부는 역할이 다른 것이지, 격(格)이 다른 것이 아니다! 정광설 2009.05.13 4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