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죽으면 안된다!

정광설 2009.05.25 18:37 조회 수 : 433



세상을 살면서 아주 어린아이가 아닌 다음에 죽음을 한번이라도 생각해 보지 않은 사람도 있을까?

의과대학 시절, 독감 걸려서 일주일  결석하고는, 그 한 주일 수업 못듣고 수시시험 한 두번 못본 것 때문에
결국은 유급하기 일수였던 그 살벌하던 본과 일학년 시절에,

어지러움으로 눕지도 못하고, 엎드려 이부자리 귀퉁이를 부여잡고, 옆으로 고개 돌리는 것은 고사하고,
눈동자만 돌려도 어지러움이 발작적으로 발동되어 수돗물이 뿜어지듯 토하다 못해 노란 위액까지 토해내며,
보름이 넘도록 일어나 앉지도 못하고, 모로 누워 빨대로 미음을 빨아 연명하며,

그 어지러움이 병명도 분명치 않고, 치료방법도 뚜렷한게 없어, 대개는 그러다 갈아 앉으니 기다리는 수 밖에 없다는
의대 교수님의 막연한 설명을 듣고, "이런데도, 이런 고통을 막연히 언젠가는 갈아 앉을지도 모른다는 그정도의 말을 믿고, 계속 살자고 발버둥쳐야 한다는 말인가?" 생각하며 심각해 졌었던 시절의 생각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는 요즈음이다.

그때 만일 내가 그 고통 속에서 받았던, "죽음으로 단번에 이 모든 고통을 해결하자!"는 그 유혹에 넘어갔더라면,
지금 이 생각을, 이 글을 쓰는 일은 결코 일어날 수 없을 것이다.



그래도 실낱 같은 희망을 주시어, 그 고통의 세월을 견디게 하시고, 그 희망을 실낱에서 동아줄로 만드시고,
줄이 아니라 실은 그것이 그분의 손이었으며,  그 손이 지금까지 날 꼭 붙잡고 지켜주심이라고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죽을 수 밖에 없는 것 아닌가?"를 심각하게 고려하고, "소년시절에 만난 아내와, 이제 세상에 온지 얼마되지 않은 아들과의 끈을 이제는 정리해야 하는 것 아닌가?"하는 생각과 마음을 먹었던 그 시절이 생각난다.

"그래도 안돼!"하고 나를 지키시고 막으시는 그분의 말씀으로 죽지 못하고(?) 살아 지금의 내가 있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지금 나는 내가 오늘 살아 있음을 감사한다.
나의 가족을 보고, 그 후로 태어난 나의 자녀들을 볼 때,
그들이 나의 마음에 흡족하고 아니고와 관계없이, 고맙고 대견스럽고 사랑스러움을 느낀다.

이제 의사가 된 덕분에 조금이라도 이웃에 도움이 되고 있는 나를 느낄 때는,
지금 내가 살아있음이 그렇게 감사하고 자랑스러울 수 없다.

아직도 그 어지러움은 완전히 나를 떠나지 않고, 휴화산처럼 가끔은 자신의 존재를, 자신의 위력을 드러내어,
나로 하여금 저를 잊을 수 없게 만들곤 하지만,

그래도 항상 그런것도 아니고, 그래도 멀쩡한 시간이 훨씬 많고,
그런 가운데 그분의 일에 쓰임 받을 수 있는 것에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오늘 살아 움직이고,
나의 나됨을 감사하며, 나의 삶을 의식하며 살 수 있음을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그래도 죽으면 안되는 것이다!
죽을 때 까지는 그래도 죽을 힘을 다해서 살아야 하는 것이다.

그게 인간으로 이 세상에 태어나,
제일 먼저, 그리고 제일 나중까지 지켜야 할 법이고 명령인 것이다.

"생육하고 번성하라!"가 인간이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지키지 않으면 안되는 명령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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