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

정광설 2009.05.30 10:18 조회 수 : 381

느닷없이 선물이 생겼다.

느닷없이 라는 말을 쓸 수 밖에 없는 것은,
느닷없이 라는 말 외에는 이 상황에 대하여 설명할 마땅한 말이 떠오르지 않기 때문이다.

점심을 먹으러 집에를 갔는데, 느닷없이 아직 한달이나 더 남았는데,
"아빠 생신 선물이예요!"하면서 꺼내 놓는 자그마한 전자사전을 보고 든 생각이다.

며칠전 아내와 전자상가에 가서 이것 저것 알아보다,
마음에 들긴하는데 생각보다 고가여서 그냥 들었다 놓고 돌아서서 나온 바로 그 전자사전이었던 것이다.

돈도 벌지않는 딸 둘이 힘을 합해 준비한 것이라는 말이,
정말인 것인지 아니면 엄마하고 짜고 연출하는 것인지는 몰라도,
근래에 없던, 안하던 느닷없는 짓인 것 만은 분명한 것 이었다.

이제는 다 컷다고 말도 안먹히고, 잔소리는 튕겨나며,
오고 가다 마주치면 의례껏 하는 인사로 밖에 느껴지지 않는 아는 척이,
마치 내가 투명인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때로는 들던 참인데,

동네방네 떠든 것도 아니고, 식구하고만 그냥 지나는 말로,
메모기능이 좀 큰게 있으면 생각이 떠오를 때 후딱 기록하는데 필요할 것 같다는 말을 나누는 것을 듣고,
이 비싼 선물을, 그것도 한달이나 더 남은 아버지 생일 선물이라는 명목으로 사와서는,
턱하고 내어 놓으니 느닷없다는 생각이 들밖에.....

너무 글씨가 잘아서 힘은 좀 들지만,
내가 쓰다가 못쓰면 젊은 지네들이라도 쓸 수 있겠지 하는 마음으로 받아,
지금 그것에다가 이 기분을 적어보는 것이다.

한번에 5000자가 들어가는 메모장이니 좋기는 좋구나!

평소의 생각을 정리하고, 남겨서, 내가 죽을 때가 되면,
아비의 평소 생각 모은 것을  책으로 엮어,
남겨주고 본향으로 갈수 있으면 하고 생각하고 있는 판인데, 이런 것 까지 사줬으니 더 열심히 써야할  것 같다.

이 쓰고 있는 신변잡기 비슷한 말들이,
아비가 살아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생각가운데 살다 갔는지를,

먼 훗날의 후손들이,
먼 옛날 살았던 할아버지를 알고, 느끼고, 대화하고,
배움을 줄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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