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인간@#$+0ㅅㄱㄷㅈㅊ

정광설 2009.05.30 11:30 조회 수 : 463

나는 내가 가끔은 투명인간 인가 하는 느낌에, 나를 아래 위로 훑어가며 쳐다볼 때가 있다.


환자들과 대화 중,
직장이나 사회생활하는데 자꾸 스트레스 받게하고, 보기만 해도 속이 뒤집혀지는 사람이 있어 고생하게 만들고,
그런 사람들 때문에 신경증적인 여러 증상들이 유발되어 힘들어 지는 경우에는,


그들을 투명인간 대하듯 하는 것도,
그들로 인한 스트레스를 극복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권유해 주고, 권고할 때가 있다.


그냥  보이면 인사하고, 웃고, 공손히 곱살하게 대하고 대응하되,
더 이상의 교감이나 정서적인 교류는 별로 느끼지 않고 그냥 있는 그대로 지나치는,


마치 투명인간 대하듯 하며,
너무 완벽한 인간관계라야만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는 말로 위로해줄 때가 있다.


인간 관계라는 것이 서로의 감정이 완벽하게 교류되며, 서로를 공감할 수 있는,
기쁨이 꼭 함께 나눠져야지만 관계인 것은 아닐 수 도 있으니,


어찌 생각하면 욕심일 수도 있는,
너무 관계가 좋고 완벽하려 하지 않는 것이 한가지 방법일 수도 있다는 것을 강조할 때도 있다.


인과응보인가,
자업자득이라는 말을 이럴때에 쓰는 것일까,
환자들에게 권했던 바로 그런 현상이 일이 나에게서 벌어지고 있는 듯한 느낌을 때로는 받는 것이다.


나는 과연 이 집에서의 인간관계에서,
어떤 역할을, 어떤 대접을, 어떤 취급(?)을 받고 있는 것 일까 하는 의문이 들 때가 있다.


내가 무엇인가 힘들고 골치아픈 일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때로는 생각해서, 위한다고 하는 일이, 쓸데없는, 귀찮은 일거리를 제공하는 꼴이 되고 말고,


내가 원하는 것은, 선별적으로, 가끔 은전을 베풀듯이 응대하여 오는 것을 느낄 때,
나는 과연 어떤 위치에 놓여있는 사람인가를 생각해 보게 된다.


지금까지 들은 말 중에 아주 웃기는 말 중 하나는, "아빠 나 딸인 것 아시죠? 나 딸이예요!"하는 말이다.
노엽다거나, 기분이 나쁘다거나, 화가 난다는 말이 아니라, 웃긴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다.

무거운 것 좀 들어달랬더니 하는 딸의 반응인 것이다.


지네들 놀러가고, 유학간다고 신나서 짐 쌀 때는,
이보다 훨씬 더 무거운 것도 싱글거리며 잘도 싸더니만,
내가 시키는 짐 좀 들으라는 소리에는 자기가 딸이라는 것이다.
딸보고 무거운 짐을 들으라니.....  
좋은 딸, 착한 딸 만나서 들어주는 줄이나 알라는 말인지.....


그 무슨 망발같은 소리를 하느냐고 야단이라도 치는 날이면,
즉각 나라는 존재는 그 상황 이후로는 없는 인간이 되어,
그때부터는 투명인간으로서의 나만 있는 것으로 취급(?)되는 것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오늘날의 현상이라고 치부하고 그냥 말없이 지나가기에는,
억울한 생각이 들기도 하고, 조금 서운한 생각이 들기도 하고,
그동안 나의 가정교육이 어떠하였던가 하는 자책감이 들기도 하고,


아버지를 스스로 상실하는 그들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 것이다.


아버지가 가지고 있는, 그 무한에 가까운 사랑은 거부하고,
한낱 똥거리 제공하는 물질의 공급자 정도로 봐 줌으로,
스스로 이 세상에서 자신들에게 가장 적극적일 수 있고, 유용할 수 있는, 한 스폰서를 포기하는 듯한,


우매하고 불쌍한 행태를 경험할 때는, 나의 서운하고 허탈한 감정도 문제이지만,
그들의 앞날도 문제인 것이 느껴지며 안타까움을 금할 길 없다.


그러니 이제와서 무엇을, 누구를 탓할 것인가?
이 모든 것이 내 삶의 결과이고, 내 농사의 결실인 것을........


"나는 투명인간이 아니다!"를 가끔은 외쳐보지만,
그럴때 잠시 쳐다보고는 금방 눈의 촛점이 맞춰지지 않고, 각자의 생활로 바쁘게 돌아가는 모습을 대하며,


그랬던 나를 보시고 느끼셨을 아버지의 안타까움이 손에 잡히는 듯하여,
마음에 아련한 물길이 흐르는 느낌을 받는다.


있는 인간을 안보고, 못보면, 그 상대가 투명인간이 되는 것이 아니라,
있는 것을 안 보고, 못보는 그 사람이 장님일 수도 있는 것을 생각하지 아니하고,


불필요하다 느끼고, 잔소리한다 느끼며,
있는 아비를 안보는 저들을 위해 기도한다.


적어도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수 있는 믿음까지는 아니어도,
보이는 것을 볼 수 있는 현명함만이라도 허락하시옵기를........


"눈이 있는 자는 볼 것이며, 들을 귀 있는 자는 들을 지어다!"하고,
당시 사람들에게 좀 이상한 사람의 말처럼 들리는 말을 하심으로,
스스로의 죽음을 앞당기셨던 그분의 말씀이 절실하게 내 마음에 와 닫는 것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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