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보는 것과, 안 보이는 것의 차이는?

정광설 2009.06.01 20:25 조회 수 : 391

  안 보이는 것은, 그래도 있는 것이고,

  안 보는 것은,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에게는 없는 것이다.


  어른이 다 보고 있는 줄도 모르고 잔머리 굴리며, "아무도 못보겠지!"하고 지가 꽤나
똑똑한 줄 생각하는 어린아이처럼, 자신의 문제를 안보는 마음은, 자신에게 자신의 문
제가 안보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는 것이 아니라, 문제는 있는 것이고, 세상이 다 아는
것을 자신만 모르고, 손바닥으로 자기 두 눈을 가리고 "영구 없다!"를 크게 외치는 듯한,
입가에 훔쳐먹은 고기 기름이 잔뜩 묻은 줄 모르고 점잖빼는 바보일 수 있는 것이다.


  못보는 것은 이처럼 안보는 것과는 달라서, 이 안보고 없는 줄 아는 것이 자칫 악한 일
일수도 있는 것과는 달리, 어리석다고 말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행복의 조건이 자기 옆에, 뒤에, 심지어는 눈에 뻔히 보이는 바로 코 앞에 잔뜩 있는
것을 못보고, 마음에 안드는 조건만을 탓하며 불행에 사무쳐 있는 인생이 얼마나 많으며,
감사의 조건을 보지 못하고, 항상 무엇인가가, 많이도 아니고, 꼭 숨 꼴까닥 할 만큼 만
모자라, 항상 까치발을 하고 살듯이, 안타깝고 초조한 인생들이 얼마나 많은가?

  원망과 한탄 속에 "왜 태어났나?"를 노래하고, "어머니! 왜 날 낳으셨나요?"를 외치며,
자살의 만용을 용기라고 부르짖으며, 스스로를 불행으로 몰고 가느라, 귀한 인생 다 허
비해 버리는 어리석은 자들은 또한 얼마나 많은가?


  마치 주머니 구석에 낑겨있는 백원짜리 동전을, 주머니 속을 찬찬히 찿아보지도 않고
대충 뒤져보는 바람에 발견을 못하고, 돈이 한푼도 없는 줄로 생각하고 서럽게도 점심을
굶고 해부학 오후 실습하며, 배고파 죽겠는데 늦게 끝내준다고 교수님만 원망하고 속으
로 욕하며, 늦게까지 있기 싫은 것은 교수님도 매일반일텐데도, 포르말린 냄새 같이 맡
으며 하나라도 더 가르치기 위해 헌신하시는 교수님 보고, "누가 당신보고 수업시간
끝났는데도 집에 가라 소리 안하고 더 가르쳐 달라고 했습니까?"를 속으로 꿍시렁 대며,
불행을 자가발전하던 지난날 나의 의과대학 시절의 어리석은 삶같은 모습이 지금도
도처에서 일어나고, 그것도 모자라 남까지 그렇게 살라고, 안봐도 될만한 것은 열심히
보기를 권유하고, 안보면 안되는, 바르게 사는 것이 어떤 것이고, 무엇인가에 대하여는
볼 것 없다 호도하고, 못보게 하는 일이, 너무나 횡행하는 현실임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지금의 나도 혹 헷소리를 하고 있으면서도, 마치 뭔가 대단한 것을 보고있다는 착각에
사로잡혀 이 글을 쓰고 있는 것은 아닌지를 돌아본다.


  '자기생각'이라는 생각의 함정에 빠져, 정작 봐야할 것을 보지 아니하는 악한 삶과,
꼭 보아야할 것이 바로 옆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보지 못하며, 먼 곳만 바라보고, 헛된
곳만 두리번 거리며, 단 한 번 밖에 주어지지 아니한  아까운 삶의 기회를 낭비해버리는
어리석은 자가 아닐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함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되새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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