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이 다 되신 어른이 아침 일찍 진료를 받기위해 오셨다.

불편한 증상에 대해 이야기 하는데, 이것 저것 여러가지가 있지만,
딴것은 다 관두고 잠못자는 것이 제일 문제라고 이야기하고 계셨다.

12시경 누우면 2시나 3시 되서야 겨우 잠이 들고, 7시 쯤이면 깬다는 것이다.

아무 스트레스 받을 일 없이 지내고, 될 수 있는대로 걷고, 틈틈히 산행도 하고,
걱정할 것이 없는 생활인데 잠을 못자서 큰일이라는 것 이었다.

온통 모든 관심은, 잠을 여하히 잘 잘 수 있느냐에 꼿쳐 있었다.
마치 잠만 잘 잘 수 있으면, 행복하고 훌륭한 인생일 것 같은 생각으로 꽉 차있는 분 같은 느낌이었다.

하루의 모든 생활이 그날 저녁에 잘 자기 위한 것으로 귀결되고 있었다.

잘 자면 그날은 괜찮은 날이 되는 것이고, 못자면 살 맛도 안날 뿐만 아니라,
사는 의미가 없는 것처럼 생각이 되는 나날을 불평하고 계셨다.



이야기를 듣다보니 마치 자기 위해 존재하는 사람인 듯이 느껴졌다.

잘 자면 잘 사는거고, 잘 못자면 잘못 사는 것인가, 인간의 삶이?
인간의 삶이, 그 사람이 잠을 얼마나 잘 잘 수 있는가에, 그 가치가, 그 질이 달려있는 것인가?

잠을 못자는 것을 두려움의 대상으로 언젠가부터 스스로 만들어 놓고, 그 두려움을 떨치기 위해 우상에게
온갖 치성드리듯, "잠을 잘수만 있다면 무슨 일인들 못하랴!"하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것 이었다.



어두움을 묵상하면 그 어두움으로 부터 벗어날 수 없고,
불면을 고민하고, 잠 잘 궁리만 하고 있는 한에는 불면을 면할 길이 없는 것이다.

불면은 무시당하면 도망가고, 대접받고 두려워 절절 매면 기승을 부리며 똬리틀고 앉아,
언제까지나 불행한 불면의 밤을 연출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통속의 물은 건들지 않고 내버려 두면 잔잔해지는 것이 자연의 법이라는 사실을 이해하는 것이다.

빨리 잔잔해지라고 자꾸 통을 흔들면, 잔잔해지기 보다는 오히려 더 출렁거리고 넘쳐나듯이,
잠도 그냥 누워서 눈감고 쉬고있다 보면, 살아있는 생명체라면 누구든지 자연스레 잠이라는 현상 속으로
빠져들게 되어 있는 것을,

"빨리 잠이 들어야되는데 왜 이리 잠이 안오지, 오늘 저녁 또 못자는 것 아냐?"하면서, 자꾸 잠들려고 노력하는 것은,
빨리 낳으라고, 부스럼 난 데를 열심히 문대고 긁고 있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나타내게 되는 것이다.



"자자가 아니고, 쉬자다!"라고 잠이 문제가 되는 사람은 침대 머리 맡에 써서 붙여 놓고,
잠자리에 들기 전에 세번 큰소리로 복창하고, 잠자리에 드러누워 열번 쯤은 되뇌일 필요가 있다  

그래서 잠이 스스로의 노력에 의해 이루어질 수 있는 행위인 것 처럼 생각하는 착각과 망상에서 벗어나,
잠은 자연현상이므로, 그냥 자연의 법도에 따라 처분에 맞기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나의 의지에 의해서 잠이 오도록 만들려고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잠이라는 현상이 찾아오기 쉬운 휴식의 상태를 유지하는 노력일 뿐이라는 것을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잠을 효과적으로 잘자는 것하고,
그 사람의 인생이 훌륭한 것 과는 아무 상관없는 것 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할 필요를 느끼게 해준 면담이었다.



사람은 자기 위해 존재하는 것도 아니고, 잠이라는 현상에 휘둘리는 존재여서도 안되는 것이다.

불면은 불편한 증상일 수는 있어도, 두려워할 대상은 결코 아니며,
두려워하지 않아야 오히려 극복이 쉬운 현상임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는 말씀을 드리고 면담을 끝냈다.

웃으며 돌아가시는 그분에게, 오늘 이후, 불면의 밤이 혹 또 있을 지는 몰라도,
불면을 두려워하는 밤은 없을 것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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